은혜롭고, 영광이며, 무언가로 충만하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입니다.
그러면 혹자는 궁금할 수도 있겠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은혜롭고 영광이고 충만한 느낌이냐고. 예상했겠지만 나는 정답을 모릅니다. 아니 확신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적 어딘가에 숨어있는 건 봤지만 꼭 수면으로 떠 오르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면 화를 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왜 글을 쓰느냐고. 무엇을 기대하느냐고. 그러면 저는 멋쩍게 웃으면서 대답할 겁니다. 그대는 이런 감정을 받아 본 적이 없냐면 되묻겠지요. 혼자만 느끼는 이 감정이 너무 오랜만입니다. 사실 그 긴 사춘기 시절을 지나올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합니다. 다른 이의 감정이 아닌 오직 내 감정만이 중요합니다. 내 목소리에 집중합니다. 내가 무엇을 간구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의미에 무게를 두고 살아가야 되는지에 대해서요. 오직 나만의 대화입니다. 그동안 등한시 했던 오랜 벗과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입니다. 미안하고 보고 싶었고요. 그리고 또 너무도 반가웠어요.
나에게서 영영 떠나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항상 내 옆에 있었습니다. 나의 수많은 인격 중 정말 너무도 작고 소중한 친구와 처음 만났습니다.
반갑다 친구야. 네가 또 언제 떠나갈지 숨을지 걱정되지만 이 순간만큼은 너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싶어.
은혜롭고 따뜻하고 충만에. 고마워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