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꿈같은 체코 프라하 여행을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프라하에 있었던 것이 꿈인가? 지금 서울에 있는 것이 꿈인가? 그만큼 좋았다.
프라하! 볼 것이 많아, 들을 것이 많이 눈과 귀가 즐거웠다. 하지만 해외여행의 묘미 하면 음식이다. 해외여행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작년 이맘때 사포로 여행에서 쌀쌀한 날씨에 먹었던 뜨끈한 카레 스푸를 잊을 수 없다. 일반 카레보다 묽어서 카페 스푸인데, 팔팔 끓어 뜨끈한 카레 국물이 목구멍을 넘어 들어가며 뱃속까지 따뜻해지는 그 맛이 기억에 남았다.
이번 프라하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역시 고기. 미디엄으로 구운 티본스테이크다. 우리가 묵은 호텔 그란디움 프라하 호텔(Grandium Prague Hotel)에서 시내 쪽으로 5분 거리에 있는 정육식당 '칸티나(Kantyna)'다. 입구 위에 검은색으로 칸티나가 쓰여있고 깃발과 뼈다귀가 그려진 깃발이 걸려 있다. 현지인도 즐겨 찾는 식당이라 해서 이른 저녁 5시에 갔다. 우선 식당에 입구에서 주문표를 받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주문표를 받아 식당 입구에 정육 코너로 가서 원하는 소고기 부위를 선택해서 굽기 정도를 정해서 주문하면 된다. 사실 티본스테이크가 가장 안전하다고 해서 티본스테이크 미디엄으로 시키고, 프라하의 명물인 포테이토 팬 케이크,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맥주를 한잔 시켰다. 주문을 하면 번호가 적인 뼈다귀를 준다. 뼈다귀를 테이블에 세워 두면 조리된 음식을 가져다준다.
남자 손바닥만 한 미디엄 스테이크가 나왔다. 잘 썰어서 입에 넣었다. 잘 구워진 고기 표면에 소금 간이 잘 배어 있었다. 고기를 베어무니 안에 익지 않은 야들 야들한 부분에서 육즙이 흘러나오며 조화를 이뤘다. 사실 고기가 메인이어서 함께 나온 일명 감자전은 짭짤했던 기억만 남았다. 아무래도 미디엄 웰던으로 주문했어야 하나 했다. 한참 먹다 보니 느끼하고 배불러 아깝게 미처 다 못 먹고 일어섰다. 소고기를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다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까워라.
다음은 프라하의 대형 쇼핑몰 팔라디움 쇼핑몰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정육점 '나세마소(Nase Maso)'다. 원래는 정육점인데 햄버거,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비프 타르타르 등 음식을 판다. 원래 정육점에 식당을 붙인 거라 좌석수가 많지 않다. 그래서 가지고 나가서 먹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햄버거와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음료는 체코 콜라와 물을 시켰다. 고기가 좋아서 그런지 햄버거와 파스트라미 샌드위치가 맛있었다. 햄버거보다는 얇은 햄이 겹겹이 쌓인 파스트라미가 좀 더 짭짤했다. 체코 콜라는 김이 살짝 빠진 듯한 맛이었다.
그리고 체코의 전통음식 꼴레뇨도 기억에 남는다. 첫날 체코에 도착해서 호텔에 체크인하고 짐을 풀고 나니 17시. 호텔 앞 '브레도브스키 드부르' 식당이 있어 바로 갔다. 프라하 책에서 체코 음식인 꼴레뇨 맛집으로 소개해서 바로 찾아갔다. 체코식 족발 꼴레뇨는 말 그대로 겉바속촉이었다. 뒷다리를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야들야들하게 구웠다. 그래서 무, 겨자 등 소스, 야채와 같이 먹으면 덜 느끼하다. 겉은 바삭을 넘어 다소 질겼지만 안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았다. 시원한 맥주와 먹으니 딱이었다. 양이 많이 2명이서 하나를 시켜 먹었다. 야들 야들하게 익은 돼지 뒷다리 살을 생각하면 지금도 침이 고인다.
다음은 비프 타르타르. 쉽게 말하면 한국식 육회다. 육회를 빵에 올려 먹는 음식이다. 비프 타르타르는 프라하성 인근 '쿠친(Kuchyn)'에서 먹었다. 여기서 참 신기한 부분은, 나의 부인은 어찌 프라하의 맛집은 다 꾀고 있는 것인지. 쿠친 역시 인기 식당이었다. 호밀빵 한 조각에 짭조름한 비프 타르타르를 얹어 먹으면 빵의 고소함과 고기의 짭조름함이 어우러졌다.
이외에도 체코식 스튜 굴리쉬도 인상적이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우연히 지나가다가 들른 핫도그 집. 체코 음식은 전체적으로 양이 많고 크다. 핫도그 역시 소시지가 웬만한 남자 손보다 길었다. 그래서 둘이 하나를 나눠먹었다.
체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맥주다. 필스너, 코젤 등 체코를 대표하는 맥주다. 일반 맥주는 시원하고, 흑맥주는 목 넘김이 부드럽다. 대부분의 음식이 맥주와 잘 어울린다. 다만 우리가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식사 중 가볍게 둘이 한잔씩 나눠 마셨다. 그리고 체코에서 또 하나 유명한 것이 화이트 와인이다. 체코 화이트 와인도 맛있었다.
프라하에서 인상적이었던 음식만 이야기했는데도 돌이켜 보면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었고, 전반적으로 맛있었다. 양도 많았고.
5박 6일 일정동안 매일 2만 보 넘게 걸었었다. 그래서 운동량이 충분하겠거니 하고 안심하고 이것저것 먹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2kg을 얻었다.
"Oh. My God."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