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필라테스 운동하기

필라테스 이야기

by 견뚜기

"이게 운동이 될까?"

"아냐 아냐 이렇게라도 하다 보면 몸에 밸 거야."


출근길 지하철에서 필라테스를 이용한 운동이 가능할까?


다니던 회사가 서울 구석에 있어 평생을 자차로 출퇴근을 하다가 작년에 회사를 옮기고 대중교통,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출퇴근길 지옥철을 제대로 겪으면서 멘붕이 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생활 운동량이 늘었다. 지하철역을 향해 걷고, 환승하면서 걷고, 내려서 사무실 또는 집까지 걷는다.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 대부분 서있어서 어찌 됐던 반 강제로 하체를 쓰고 있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어느 날 문뜩 지난 5년간 필라테스 수업을 통해 연습했던 운동의 원리를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면서 런지 동작을 떠올렸다. 체어에서 런지 동작을 할 때, 오른발을 매트 위에, 왼발은 뒤로 뻗어 페달 위에 가볍게 올린 상태에서 시작한다. 뒷발인 왼발에 힘을 못주기 때문에 순전히 오른 허벅지 힘으로만 전신을 위로 밀어 일어서야 한다. 계단을 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오른발로 위 계단을 밟고 발바닥이 바닥을 누르는 힘을 허벅지로 전달해서 몸을 위로 밀어서 계단을 오른다. 계단 높이가 체어처럼 런지 동작을 할 때보다 높이 차이가 크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쉽지만, 왼발, 오른발로 이 동작을 계속 반복해서 계단을 오르면 하체가 단련이 되지 않을까?


요즘에는 계단을 오를 때 상체 위치에 신경을 쓰고 있다. 출근길 인파가 많아 가방을 앞으로 메곤 하는데, 계단을 오를 때 가방 무게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체가 앞으로 기운다. 그러면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서 계단 오르기가 한결 편하다. 하지만 상체를 수직으로 세우면 순전히 하체 힘으로만 계단을 오르게 된다. 필라테스를 할 때는 골반에 자극을 주기 위해 상체를 기울이기도 하지만, 계단을 오를 때는 상체를 세워 더 불편하게 하체의 힘만으로 계단을 오르려고 한다. 몸이 편하다는 것은 그만큼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는 반증이니깐.


계단을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다. 몸을 중력에 맡겨 턱턱 내려가기보다는 배꼽 아래 아랫배를 위로 당기면서 허벅지와 발목 힘을 조절해 발이 아랫 계단을 딛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있다.


과거 일산의 모임필라테스(Moim Pilates) LS 원장님이 수업 중 종종 자주 하는 동작이 중력에 거스르는 동작이었는데, 이 원리를 응용했다. 같은 스쿼트도 몸을 중력에 맡겨 쑥 내려가기보다는 밑으로 누르는 중력에 저항해서 내려가는 속도를 조절하면 운동 효과가 더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오른발 족저근막염이 있어 오른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더욱 안성맞춤인 동작이다. 내 몸을 내가 컨트롤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중력에 거스르는 동작이 더 재미있다.


만원 지하철 안에서는 안쪽 허벅지를 단련할 수 있다.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을 이용하면 아무래도 인파에 밀려 출입문 안쪽으로 밀리게 된다. 손잡이가 있는 좌석 쪽으로 자리를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인파에 끼어서 서서 손잡이도 못 잡고 스스로 서있어야 한다. 물론 인파 사이에 끼어 있으면 열차가 흔들려도 사람들이 서로를 지탱하기도 하지만 열차의 흔들림에 쏠려 몸이 크게 기우뚱하기도 한다. 이럴 때 양다리에 써클링을 끼고 조이듯 양다리 안쪽 허벅지를 조인채 서면 자세가 한결 안정된다. 하체가 꽃꽃 하게 바닥에 붙어있는 느낌이 들며 열차가 흔들려도 몸이 크게 좌우로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허벅지를 안쪽으로 조이면 자연스럽게 엉덩이 근육도 조인채로 있게 된다.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잘 안 되는 것이, 아니 조금만 해도 자극이 세게 오는 부위가 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다. 그만큼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이라는 소리다. 굳이 세게 힘을 주지 않아도 이런 식으로 평소 연습을 하면 안벅지와 골반 근육에 저절로 힘이 붙지 않을까?


그리고 혹여나 운이 좋아 앉게 된다면 등받이에서 등을 살짝 뗀 채로 등을 꼿꼿이 세워 앉으려고 한다. 양 무릎은 90도로 접어 양 발바닥을 바닥에 고정하고 필라테스 호흡을 하듯 양 갈비뼈를 살짝 조이면서 날개뼈 사이 등 근육을 수직으로 세운다. 단, 이 자세를 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양 어깨뼈가 으쓱한 것처럼 위로 솟기 쉽다. 그래서 양 날개뼈로 어깨를 아래에 고정해야 한다. 즉, 귀와 어깨가 멀어지도록 날개뼈로 어깨를 내리는 느낌이다. 그렇게 연습하면 말린 등이 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코 호흡을 연습하고 있다. 필라테스 수업을 하면서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갈비뼈를 양 옆으로 부풀리고, 입이나 코로 내쉬면서 갈비뼈를 조이는 호흡법을 연습한다. 겨울철이기도 하지만 코로나 이후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을 타는데, 코 호흡이 여로모로 편하다. 종종 마스크를 쓰고 입호흡을 하면 입 냄새로 힘들기 때문이다. 코호흡이 냄새도 안 나고 좋기 때문에 이럴 때 코호흡을 연습한다.


지하철에서 출퇴근 시간에 필라테스를 응용한 동작들을 자꾸 해보는 것은 몸이 좋은 자세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함이다. 좋은 자세가 몸에 익숙해지도록 평소에 짬짬이 연습을 하면 좋은 자세가 더 편해지지 않을까?


혹자는 출퇴근 길에 이런 많은 생각들을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필라테스 수업 덕분이다. 런지나 안벅지 조이는 동작 혹은 느낌들은 지난 5년간 LS 원장님이 매주 수업에서 강조하고 반복해서 시켰던 동작들이다. 오랜 기간 수업을 들으면서 내 몸속 근육들의 사용법과 근육이 움직이는 느낌을 반복해서 익혔다. 그 느낌이 몸에 배었다. 그래서 평소에도 생활하면서 동작 또는 근육의 움직임에 대한 생각이 몸의 움직임에 맞게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몸이 바른 자세가 더 편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죠?!?! LS 원장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