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86
"하아! 오사카성까지 어떻게 가지?"
구정 연휴를 틈타 일본 오사카를 놀러 갔다. 오사카 방문 목적 중 하나는 바로 오사카성 달리기였다. 이미 블로그를 통해 많은 러너들에게 오사카성 주변 달리기가 하나의 필수 코스임을 알고 있던 터다.
문제는 숙소에서 오사카성까지 어떻게 가느냐다. 숙소인 '호텔 한규레스파이어호텔(Hankyu Refire)'은 우메다 지역에 위치해 있다. 구글맵으로 숙소에서 오사카성까지 거리를 측정했더니, 약 4km가 나왔다. 오사카성 공원 산책로는 짧은 코스 2.9km, 긴 코스 3.5km다. 호텔에서 오사카성까지 뛰어간다 치면, 가는데 4km, 짧은 코스 2.9km, 오는데 4km, 짧게 잡아도 약 11km다. 기왕 오사카까지 왔는데, 짧은 코스, 긴 코스 다 달려보고 싶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갈까? 그나마 만만한 게 전철이다. 우메다 지역에서 오사카성 인근까지 3개 노선이 있었다. 걸리는 시간은 30분~40분이다. 문제는 오사카 전철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어권 국가야 영어가 익숙하니 대중교통을 타도 덜 긴장된다. 그러나 일본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이 두렵다. 괜히 잘못 타거나, 길을 잃을까 봐.
나는 그냥 무작정 시티뷰를 즐기려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왕복 거리가 길었다. 그렇다고 여행 와서 아침 러닝으로 모든 체력을 다 쓰기는 아까웠다. 우리 부부가 오사카 관광을 하면 1일 1만 5천보에서 2만보를 걸었다. 여기에 러닝 11km, 약 1만보를 추가하면 하루에 3만보를 걸어야 하는 셈이다.
첫날 도착해서 짐을 풀고, 둘째 날 나름 인파를 피해 교토를 가기로 했다. 오사카성 러닝은 3일째 새벽이었다. 첫 2일 내내 고민스러웠다.
'달려가느냐, 전철을 타느냐.'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나마 둘째 날 전철로 교토를 다녀오며 우메다 지역이 익숙해지면서, 과감하게 전철 다니마치노선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다니마치 노선을 타고 후미노사토 방향으로 20분 정도 가면, 다니마치 욘초메 역에서 내리면 된다. 이동하는 시간을 아껴 전철로 이동하고 짧은 코스, 긴 코스를 다 달린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하나 걸렸던 점이 있다. 호텔에서 오사카성까지 달려가면 도지마강과 토사호리강 사이에 작은 섬 나카노시마를 지나야 한다. 아지강이 도지마강과 토사호리강으로 나뉘고 그 사이에 나카노시마가 있다. 나카노시마는 한국의 여의도가 한강 사이에 위치해 있듯이, 토사호리강 사이 위치한 작은 섬으로 좌우로 약 3km 길이, 폭은 300m 정도지만 오사카 행정의 중심지로, 역사적인 건물이 많은 지역이다. 오사카 시청, 오사카나카노시마미술관, 오사카시립동양미술관, 오사카시 중앙공화당, 나카노시마 공원 내 장미원이 있는 관광 명소다. 말이 섬이지만 토사호리강 폭이 크지 않아 작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섬 같지 않다. 오사카시 중앙공화당 같은 역사적인 건물들을 보며 달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숙소에서 나카노시마까지 약 2km, 나카노시마에서 토사호리강변을 따라 2km 달리면 오사카성이다. 나카노시마를 지나 토사호리 강변 길을 따라 달려보고도 싶었다. 한강 또는 싱가포르강과는 또 다른 풍경과 색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전철을 타면 이 코스를 달릴 기회가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오사카성 달리기가 가장 큰 목표였기에 나카노시마는 과감하게 포기했다.
4박 5일 일정 중에 4일 오전에 나카노시마를 가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날 오전에 와이프와 함께 느긋하게 나카노시마 구경을 가기로 했다.
나카노시마에 도착해서 중앙공화당을 지나 나카노시마 공원까지 걸었다. 나카노시마에 와보니 우메다나 도톤보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옛 양식의 오사카시 주요 기관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북적거리지 않고 한적한 느낌이었다. 한가로이 산책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여기도 주요 러닝 코스였다. 나카노시마 공원 옆 토사호리 강변 길을 따라 달리는 러너들이 보였다. 평일 아침인데 한가로이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나카노시마에서 토사호리강 건너편에 오밀조밀한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구경하는 나카노시마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반대편에는 토사호리강고 나카노시마를 구경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카페들이 몰려있는 지역이었다. 나카노시마를 달리고 강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코스도 좋을 것 같았다.
나카노시마는 좌우로 3km 정도 길이다. 즉 나카노시마를 따라 한 바퀴 돌면 6km, 호텔까지 왕복 4km, 10km면 적당하다 싶었다. 하지만 어느새 오사카를 떠날 날이 다가와서 이곳을 다시 달릴 시간이 없었다.
지도를 보면서 나카노시마 섬과 토사호리 강변을 따라, 도톤보리 강변을 따라 도톤보리를 달려보는 싶어졌다. 특히, 인적이 없는 이른 새벽, 번화가인 도톤보리의 모습이 궁금했다. 이것이 달리기의 매력이다. 길만 있다면 어디서든 달릴 수 있다. 오사카성이 아니었다면 오사카의 여러 강을 따라 달려봤을 것 같다.
이렇게 오사카를 방문할 또 하나의 이유를 찾았다. 이제 다시 와이프를 설득하는 일만 남았다. 유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