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달리기 코스를 만들어 보자!

런린이 다이어리 87

by 견뚜기

* 사진설명: 광진교 위에서 구리암사대교 방향으로 바라본 눈 덮인 한강


"아! 이래서 한강 한강 하는구나!"


지난 12월 일산에서 강동구 명일역 부근으로 이사를 왔다.


일산에서는 주로 일산호수공원을 달렸다. 가끔 새로운 루트를 찾아 정발산 한 바퀴, 경의중앙로를 달려보기도 했지만 메인 코스는 일산호수공원이었다. 일산호수공원은 한 바퀴에 4.71km로 약 30~40분에 한 바퀴를 돌곤 했다. 매일 한 방향으로 돌다가 지겨우면 반대 방향으로 달려보고, 공원에 난 샛길로도 달려 봤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일산호수공원 루트가 훤하게 보인다.


그랬는데 명일역으로 이사를 왔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 와서 새롭게 적응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러닝 코스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달리기는 계속돼야 한다.'

그룹 '퀸(Queesn)'의 'Show Must Go On' 노래가 머리에 떠올랐다.

광나루한강변 드론공원에서 바라본 이른 새벽 강변북로 풍경

내 기억에 명일역에서 처음 달리러 나간 곳이 구리암사대교였다. 명일역에서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한강을 가로지르는 구리암사대교가 나온다. 예전에 명일동을 오가면서 구리암사대교 한편에 인도가 있는 것을 기억했기 때문, 달려서 다리를 건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무작정 구리암사대교 방향을 향해 달렸다.


사실 한강 다리를 달려서 건너는 것은 나의 러닝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다. 물론 가장 달려보고 싶었던 곳은 반포대교 밑 잠수교였지만, 대신 구리암사대교를 달리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12월, 겨울 강바람이 왠지 시원할 것 같았다. 처음 달리는 길은 낯설기도 하지만 괜히 길게 느껴진다. 한참 달린 것 같은데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다. 구리암사대교로 갈 때도 그랬다.


래미안솔베뉴 단지를 지나 강동롯데캐슬퍼스트를 따라 쭉 달렸다. 주택가만 지나면 구리암사대교가 나올 줄 알았다. 이건 웬걸 비닐하우스가 있는 공터가 있는 암사3동이 나왔다. 그렇게 암사3동을 지나니 구리암사대교가 나왔다. 다리 길이는 약 1km 정도 되는 듯했다. 겨울이라 마스크를 하고 비니 모자를 써서 얼굴을 가렸지만 찬 강바람에 눈이 시릴 정도였다. 그렇게 구리암사대교 끝을 찍고 돌아오니 거리는 약 7km. 적당했다.


구리암사대교를 시작으로 동서남북으로 러닝코스를 찾았다. 북쪽은 구리암사대교, 동쪽은 고덕 IKEA(왕복 약 5km), 서쪽은 천호백화점(왕복 약 6km)을 찍고 돌아왔다. 그 와중에 내심 한강공원이 끌렸다. 다만 집에서 한강공원까지 가려면 암사동 토끼굴까지 2km를 달려가야 했다. 구리암사대교에서 한강공원으로 빠지는 길은 없어 보였다. 일산에서는 호수공원까지 1km가 안 됐는데, 한강공원까지 2km 넘게 달린다고 생각하니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워밍업 구간이 너무 길었다. 몇 주 고민을 하다가 큰 맘먹고 달렸다.


명일역에서 암사역을 향해 약 2km 달렸더니 암사 토끼굴을 지나 한강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광나루 한강공원이 나왔다. 토끼굴에서 나와 서쪽으로 달려 광진교를 찍고 오니 6km 거리가 나왔다. 거리를 좀 더 늘려도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토끼굴에서 동쪽 구리암사대교를 향해 한강변을 달렸다.


워낙 새벽에 달리는 것을 좋아해서 어김없이 6시면 달리러 나갔다. 조용하니 한적했다. 그래도 거리마다 가로등이 있어 무섭지 않았다. 가끔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러너들이 있어 든든했다. 첫날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날따라 나랑 마주친 러너들 모두 나에게 손을 들어 손 인사를 해주었다. 왠지 초행길인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힘이 났다. 새벽이 주는 적막함과 여유로움이 새벽 달리기의 맛이다.

'이래서 다들 한강공원을 달리는구나.'

중간에 멈출 일 없이 달리기만 하면 됐다. 게다가 시원한 강바람은 서비스였다.


암사생태공원을 지나니 구리암사대교가 나왔다. 지나가면서 옆으로 구리암사대교를 보니 다리 위로 올라가는 샛 길이 보였다. 다음엔 저 길을 따라 구리암사대교 위로 올라가면 되겠다 싶었다. 새로운 루트를 확인하고 다시 한강변을 따라 달리니 바로 언덕길이 나타났다. 그냥 언덕길인 줄 알고 가볍게 올랐는데, 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 유명한 '아이유' 고개였다. 강동구에서 올림픽대로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 보면 왼쪽 철조망 너머 언덕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게 바로 아이유 고개였다. 아이유의 '좋은 날' 클라이맥스 3단 고음 부분처럼 언덕길이 3단으로 형성되어 있어 아이유 고개다. 아이유 고개에서는 오른쪽으로 올림픽 대로를 달리는 차들을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자동차 매연이 심하진 않았다. 차들을 구경하며 고개를 넘어 쭉 달려 고덕토평대교를 지나, 고덕생태공원에 달하면 오른쪽 고덕천으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한강공원에서 고덕천으로 들어서는 입구 근처가 IKEA다. 고덕천을 따라 남쪽으로 3km 달리다가 다리를 올라와 5호선 상일역-고덕역을 지나 명일역에 오면 약 11km 거리가 나온다. 이것이 내가 찾은 첫 번째 코스다.

첫번째 코스 경로(왼쪽), 광나루한강공원 산책길, 고덕천 풍경(오른쪽)

두 번째 코스는 문뜩 다리를 건너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토끼굴에서 서쪽으로 달려 광진교까지 달려 광진교에 올랐다. 광진교 위를 가보니 보행자들 위한 다리 같았다. 차로는 2차선(?)으로 좁고 보행로가 양 옆으로 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곳곳에 다리 중간에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겨울철 꽁꽁 얼어붙은 한강이 장관이었다. 광진교를 건너면 서울숲으로 빠지는 내리막길이 나온다.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면 강변북로 밑으로 형성된 자전거 도로, 산책로가 나온다. 그렇게 강변북로를 따라 동쪽으로 3km 정도 달리는데 이 구간이 은근히 길게 느껴진다. 한참을 달려 구리암사대교가 나오면 다리에 올라 한강 남쪽으로 건너와 명일역까지 오면 약 12km다.

두번째 코스 경로(왼쪽), 광진교에서 바라본 잠실 방향, 강변북로 밑 산책로(오른쪽)

최근 코스는 토끼굴에서 서쪽으로 쭉 달리는 것이다. 광진교를 지나, 천호대교를 지나고 현대아산병원 단지와 올림픽 대교를 지나면 성내천으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이제는 강과 천의 차이를 알 것 같다. 한강에도 내륙으로 연결되는 천들이 곳곳에 있어 천들을 따라 산책코스가 형성되어 있다. 성내천 길은 올림픽공원으로 연결되어 있다. 성내천을 따라 달리면 올림픽공원 경계를 따라 달리게 된다. 올림픽공원 입구에서 5호선 둔촌역을 지나고 길동, 굽은 다리역을 지나면 명일역이다. 5호선은 강동역에서 마천행과 하남미사 방향으로 나뉜다. 올림픽공원역과 둔촌역은 마천행 방면이고, 길동역과 굽은다리역, 명일역은 하남미사 방면이다. 그 말은 올림픽공원에서 힘들다고 5호선을 타면 강동역까지 가서 다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그렇다고 길동역까지 가서 타자니 2 정거장인데 아까워서 그냥 달리게 된다. 그렇게 달려 명일역에 도착하면 거리가 약 12km가 나왔다.

세번째 코스 경로(왼쪽), 한강공원길, 성내천 빠지는 입구(오른쪽)

족저근막염이 낫고 달리면서 다시 10km를 달려보고 싶었는데 일산호수공원에서는 2바퀴 달릴 엄두가 안 났다. 하지만 한강은 달랐다. 일단 길을 따라 달리면 중간에 빠지는 길이 없었다. 되돌아가거나 다음 출구가 나올 때까지 달려야 했다. 호수공원처럼 중간에 빠지는 샛길이 없었다. 그렇게 다시 10km를 달렸더니 어느새 10km 달리기가 편해졌다. 물론 90분 이상 꾸준히 달려보자는 목표로 천천히 달려서 크게 무리가 안된다.


이것이 한강의 매력이다. 알면 알수록 여러 코스를 짤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코스 외에도 한강변을 따라 쭉 더 달려도 되고, 다른 루트를 고심해도 된다. 이렇게도 달려보고 저렇게도 달려볼 수 있다. 그래서 주말에 새로운 코스를 달리보고 싶은 마음에 주말이 기다려지고 마음이 설렌다.


그래서 러너들이 한강 달리기를 좋아하는가 싶다. 정말 매력적인 코스다.


다음엔 또 어디를 달려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