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우지우 Aug 09. 2021

[우리의 청춘시대] 세상의 끝을 너에게 주고 싶어

중드 리뷰 / 아화아적시광소년

※ 이가인지명의 내용이 살짝씩 들어갈 예정이에요.


저는 중드의 경우 현대극보다 고전에 꽂히는 편이라, 완주를 하고 보면 고전인 경우가 많아요. 현대극은 편수가 짧은 추리 혹은 범죄스릴러 장르물의 경우 완주를 하지만, 대부분은 보다말기 하기 일쑤예요. 그럼에도 완주를 한 작품은 뭔가 저만의 꽂힘 포인트가 있는데요. 상견니(대만 청춘물을 연상시키는 감성+복잡한 스토리), 영원한1위+2위의역습(어디서도 보기 힘든 BL 감성+두 남주의 케미), 이가인지명(쯔추, 치밍웨, 탕찬, 허메이 등 주변인물들 서사), 홀이금하(고전을 연상시키는 남주+현실적인 스토리 라인), 낭만수급니(로맨스 공식 비틀기+독특한 세계관)처럼 뭔가 저를 잡아끄는 동력이 있어야 완주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저에게 우리의 청춘시대 완주는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중드카페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우리의 청춘시대 리뷰와 많은 관심들을 보며, 카페에서 많이들 보면 평타는 친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초반에는 강호월, 육묘 캐릭터와 관계를 보면서 이가인지명의 링샤오, 리젠젠이 살짝 떠오르긴 했어요. 그런데 단순히 청춘물이라 보기는 어려운 이가인지명과는 달리, 우리의 청춘시대는 정말 제목처럼 청춘물이더라구요. 중드에서 주인공이 끝까지 교복입고 나오는 청춘물을 완주한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가인지명을 보면서도 링샤오-리젠젠 서사보다 주변인물들인 쯔추, 치밍웨, 탕찬, 허메이의 서사에 더 마음을 많이 쓴 제게는 이가인지명의 관계성을 우리의 청춘시대에 대입하는 게 큰 의미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강호월과 육묘의 청춘물로 보게 된 것 같아요. 근데 참 희한하게도 그저 중드 청춘물이라면 평소처럼 탈주를 했을 건데, 그 초반의 이가인지명의 잔상 때문에 계속 보게 된 것 같아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가인지명보다는 서사나 감정선이 얕고, 청춘물로는 좀 더 가볍고 청량한 느낌인데, 왠지 모르게 계속 보게 되더라구요. 결론적으로는 그 무겁거나 진하지 않고, 가볍고 청량한 느낌 때문에 시간날 때마다 꺼내보게 만든 것 같아요. 다음회를 봐야해, 이럼서 정주행하지 않고(보통 꽂히면 이러잖아요), 정말 생각이 나면, 시간이 나면 한두편씩 꾸준히 봤습니다.


링샤오는 그저 보기만 해도 아프고 시린 캐릭터였고, 쯔추는 그저 짠하고 그래도 니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한 캐릭터였는데, 강호월의 캐릭터성은 좀 다른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으니 안타까운 인물인데, 그렇게까지 아프고 시린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뭐든 잘해서 그런 거 같아요. 공부도 잘하고, 자신의 주력분야가 아닌 화학 올림피아드, 드럼 게임도 독파하고, 서브남 시철의 수도 늘 먼저 읽고, 체력훈련을 통해 신체적 단점도 보완하려하고, 웹사이트도 뚝딱뚝딱 만들고 기타등등. 그리고 사고의 가해자 가족이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육묘도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을 줘서 그랬던 것 같아요.


링샤오의 경우 가해자라 볼 수 있는 엄마가 모든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링샤오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도망가 버리죠. 리아빠와 리젠젠이 아무리 곁에서 사랑을 줘도, 그 한 구석의 시림을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쯔추는 더 복잡한데, 허메이의 경우 단순히 가해자라 할 수는 없지만 여러 사정으로 역시나 쯔추를 버리고 가버려요. 쯔추에게 리아빠와 리젠젠은 친아빠와 친동생과 다름없지만, 여전히 자신을 군식구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여전히 짠한 구석이 있어요. 그리고 링샤오와 쯔추는 이런 자신의 빈 구석을 리젠젠으로 채우려하고, 리젠젠에게 기대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강호월은 오히려 육묘를 많이 챙기는 느낌이에요. 물론 이 관계도 어릴 적 클립을 보면 역전된 관계이긴 한데, 여튼 현재는 육묘의 공부부터 정서적인 부분까지 강호월이 많이 케어해주는 느낌이에요. 강호월의 좌절감이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은 육묘가 고열로 아팠을 때인데, 이후 잠시의 서먹함을 겪고, 의족 및 체력훈련으로 스스로 극복하고 보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두 남주를 회복시키는 독특한 위치에 서있던 리젠젠과 달리, 육묘는 좀 더 여동생 혹은 여자친구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어릴 때부터 잘생긴 호월의 얼굴에 폭 빠진 모습이 귀엽죠. 그래서 핸디캡이 있지만 능력남주와 챙겨주고 싶은 여주라는 공식이 성립하며 좀 더 청춘물이자 로맨스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강호월은 신체적인 핸디캡이 있지만,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로맨스 남주들도 어릴 적 트라우마나 기구한 가정사 등 핸디캡은 하나씩 있습니다. 그걸 강호월 캐릭터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냉정하게 생각하면 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저렇게 함께 하며,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지만, 이걸 보완하는 캐릭터가 강의입니다. 캐릭터상 개망나니지만 아들인 호월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과연 엄마맞나 싶던 천팅과는 다르죠. 아들을 책임지라며 육영비에게 엉겨붙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장본인이지만, 왠지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하는 짓은 개망나니인데 가끔은 뭔가 짠하기도 해요. 아내는 떠나고 자신은 아픈 아들을 돌볼 재주가 없어 저러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저런 불편한 동거가 강의 캐릭터로 인해 설득이 돼요.


그리고 저는 서브남녀인 시철, 사자엽보다 이상하게 과과, 곡위한테 마음이 갔는데, 특히 과과 캐릭터는 왠지 모르게 사랑스럽기까지 했어요. 헛짓거리하는 시철에게 이런저런 소리하면서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마지막엔 늘상 시철 최고, 니가 옳다 이러면서 우야우야해주는 게 정말 친구 같았달까요. 그리고 친구 따라 갔다가 아이돌 됐다는 연예인처럼, 시철 따라 농구하다가 덜컥 농구팀에도 붙죠. 가만보면 여기도 능력남입니다. 곡위도 약간 비슷한데, 처음 등장은 호월의 라이벌처럼 등장했는데, 알고보면 사람 좋고, 호월의 마음도 잘 알고, 알아서 도와주기도 하죠. 매너 있으면서도 쿨하게 사자엽의 고백을 거절하기도 해요. 과과가 사랑스럽게 징징거리면서 다 해준다면, 곡위는 무심하게 척척 알아서 다 해주는 느낌이랄까요.


반면 서브남녀 시철, 사자엽 캐릭터 활용은 조금 아쉬웠는데, 초반에 시철이 시험지 훔치다 같이 걸렸을 때부터 결국 이 둘이 연결될 거라는 떡밥은 뿌려졌어요. 별자리 궁합점수도 100점이죠. 저는 이가인지명에서 치밍웨의 서사를 좋아했고, 그녀가 저만의 여주였습니다. 그래서 사자엽의 서사도 좀 더 보고 싶었는데, 서브남녀의 서사까지 담기엔 극이 좀 짧았던 것 같아요. 사자엽 그녀만의 서사가 좀 더 있겠거니 했는데, 끝까지 육묘의 친구로 머물러서 아쉬웠던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시철도 뭘 어찌해도 강호월을 뛰어넘을 수 없는 서브남 위치에 머물렀죠. 그러나 결국 둘이 마음이 통하고 고백 비스무리한 걸 할 때는 제가 다 뿌듯하고 귀엽고 그랬어요.


이 드라마의 고구마라고 할 수도 없는 갈등은 거의 극의 후반부에야 나와요. 호월의 입장에서는 망나니짓 하는 아빠 때문에 육묘네 가족에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고, 그래서 육묘가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 떠나려고 하죠. 육묘는 자신의 성적 때문에 부모가 싸우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결국 이혼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에 호월마저 떠난다고 하는 상황이에요. 결국 두 집안의 불편한 동거로 인해 촉발된 문제인데, 호월은 자신이 사라지는 걸 택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요. 근데 이 사라짐도 호월에겐 좋은 선택지가 아니에요. 호월과 함께 살고자하는 마음은 없는 엄마를 보며 제 마음도 착잡했거든요. 근데 그러하기에 결국 호월이 떠나지 않을 것 같기도 했어요. 강씨부자는 그럼에도 국수 한그릇은 말아주는 사이잖아요.


‘세상의 끝은 바다래. 그래서 내가 가장 아름다운 바다,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너에게 주고 싶어.’ 이런 작별인사인지 고백인지 모를 말을 남긴 호월을 보고, 육묘가 가지 말라고 붙잡죠. 호월도 남기로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진가는 21회부터라고 생각하고, 특히 22회는 거의 모든 장면이 명대사와 상징들로 가득 차 있어요. 호월과 육묘가 나란히 앉아 세상의 끝을 추척해 갑니다. 바다, 하늘, 우주, 그럼 우주의 끝은 뭐야? 라는 육묘의 질문에 호월이 초콜릿이라고 대답하죠. 초콜릿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육묘가 호월의 손에 쥐어준 거였어요. 그리고 지금도 육묘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죠. 호월의 세상에서 끝을 넘고 넘어서 육묘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육영비의 차를 같이 세차하는 호월이 나오는데,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얽혀있는 육영비와 강호월이 지난 일을 흘려보내고 화해하는 장면 같았어요. 그리고 호월은 그간 육영비한테 빚진 리스트를 건네면서, 이게 내 인생이라면 직면하는 법을 배우겠다 말해요. 육영비는 그 리스트를 찢어버리죠. 서로에게 은혜이자 빚이자 죄책감이었던 것을 날려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의미 같았어요.


그리고 육묘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육영비와 육묘가 고향으로 갑니다. 거기서 육영비와 임문방이 대화를 나누는데, 임문방이 내가 돈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우리는 가족이잖아, 라고 해요. 저기서 가족은 육묘뿐만 아니라 호월까지 포함된 것 같아요.


그리고 호월의 엄마가 호월을 찾아오죠. 이제라도 너에게 보상하겠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호월은 쓰게 웃어요. 호월이 바란 건 보상이 아니라 가족이었죠. 그리고 소중히 간직해온 엄마의 시계를 건넵니다. 엄마가 나를 떠난 시간에 멈춰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흐른다고 말해요. 아픈 과거를 깨고 나아가는 호월의 서사가 계속 쌓여요.


그리고 떠나는 호월 엄마를 막던 강의가 쓰러지는데, 호월 엄마가 호월에게 네가 평생 일으켜 줄 수 있을 것 같냐고 묻죠. 근데 호월은 내 가족은 여기 있다고 답해요. 그래서 여기가 내 집이라고요. 힘겹게 일으키고, 일으켜지는 두 부자를 보여주고, 그 모습을 육묘네 가족이 차를 타고 가면서 지켜봅니다. 서로 붙잡고 가는 부자의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죠. 두 부자가 드디어 화해하고 앞으로 한발 나가는 모습 같았어요. 그리고 그 모습을 육묘네 가족이 목격하게 되는 것도 의미심장하죠.


그리고 옥상에서 호월과 육묘가 대화를 나누는데, 엄마가 떠나면 어릴 때처럼 많이 슬프고 미울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담담히 이야기해요. 나를 놓아주고, 엄마도 보내줬다고 하면서요. 그리고 그런 호월 어깨에 육묘가 머리를 기댑니다. 과거와 이별하고 오롯이 홀로 선 호월 곁을 육묘가 끝까지 지킬 것 같았어요. 이런 식으로 한도 끝도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22회 중반까지 이런 식이에요.


이후 결말까지 가는 과정은 흐뭇하게 볼 수 있습니다. 청춘물답게 결말까지 깔끔했던 것 같아요. 아마 정식으로 정제된 자막으로 보면 더 좋을 대사들이 많을 것 같아요. 마지막 육묘의 독백도 좋았는데, wetv의 대사는 느낌만 스케치한 느낌이었어요. 결국 육묘에게도 이 세상의 끝에는 호월이 있다는 거였죠. 그저 흐르듯 봐왔는데 마지막 4편 때문에 소중한 작품이 된 느낌이에요.


배우들에 얘기를 하자면, 장릉혁 배우는 이 모습 그대로 연기력 좀만 업그레이드해서 천관사복으로 만나자, 이런 느낌이었어요. 등은희 배우는 아직 풋풋한 느낌이긴 한데, 뭔가 진한 감정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최대수혜자는 육묘 엄마, 임문방 역할을 맡은 배우 아닐까 해요. 천팅 이미지 세탁하고,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해요. 이만 줄일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최근 완주 혹은 접어둔 작품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