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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07. 2021

최근 완주 혹은 접어둔 작품들

중드 리뷰

※ 완주한 작품들이다보니 일부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묘,청허원 : 야옹, 소원을 빌어줘

고양이별에서 지구로 온 인간형상을 한 고양이 여주, 연못서점에서 세상과 자신을 분리한 채 글을 쓰며 살아가는 작가 남주. 초반에는 이 설정에서 빚어지는 상황 때문에 넘나 재밌게 봤어요. 여주의 매력이 넘쳐 흘렸고, 남주도 무심한 듯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문득문득 나오는 대사들이 좋았어요. 아푸 아저씨가 샤오슈에게 고양이의 습성에 빗대어 인간의 감정을 설명해주는 부분, 톰과 제리에 빗댄 비유, 할아버지집 마당에서 츠옌과 샤오슈가 상실에 대해 말하는 부분, 서점&공원에서 츠옌과 친밍밍이 과거의 과오를 말하는 부분들요.


그러나 딱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야기의 힘이 빠졌습니다. 앞에 나왔던 설정이 반복되거나 앞에 나왔던 대사를 그대로 가져다쓰기도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매력도 감해졌던 것 같아요. 판타지적인 설정을 끝까지 힘 있게 끌고 가지 못하는 뒷심부족이 여실히 느껴졌던 작품이었어요. 그러나 잔잔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해서 문득문득 생각날 것 같아요.


박하지하 : 민트의 여름

드라마가 참 싱그러워요. 스토리나 대사는 평이한데 전체적인 촬영, 구도, 편집, 빛 활용 등 연출이 참 좋습니다. 스토리 정리보다는 그저 보면서 느껴지는 심상이 더 중요한 드라마 같아요. 어두운 박하정원에 매달려 있는 그네, 조용한 바닷가의 풍경, 따란시앙 처마 밑에 알록달록 매달려 있는 작은 병들, 여주와 남주 방에 놓여 진 박하화분, 푸른 잎사귀와 한가로이 떠가는 구름, 어두운 교실 책상 위에 책들이 쌓여있는 풍경, 정원에서 왈츠를 추는 여주와 남주에게 쏟아지는 노오란 햇살, 그 햇살 속에서 살풋 잠든 여주의 옆얼굴을 쳐다보는 남주, 느즈막한 오후의 햇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왈츠를 연습하느라 아웅다웅하는 청소년들, 스케치하듯 느림 템포로 보여주는 운동회에서의 왈츠 무대 등등.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귀엽고 서사가 아기자기합니다. 주인공인 퉁시, 린난이의 서사도 좋았지만, 저는 뒤로 갈수록 서브커플인 따오주와 왕이밍이 어케 될지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서브커플답게 귀엽고 재밌고 감초 같으면서도 각자의 매력이 잘 살았던 것 같아요. 니샤오완의 서사도 공감할 구석이 많았고, 그녀만의 결말을 준 것 같아 만족스러웠습니다. 드라마가 결말까지 깔끔하고 뭔가 액자로 만들어서 박하화분 옆에 놔둬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8분종적온난

박하지하가 끝나가니 또 다른 학원물이 보고 싶어서 본 작품이에요. 일단 박하지하처럼 여주가 서사의 주인공이고 잔잔하게 와닿는게 많은 드라마입니다. 언택, 구시예, 지쇼, 허신량 네 명의 주인공들이 끌어가는 이야기인데, 이 드라마는 막상 이들 사이의 접점이 되는 서사는 안 보여줘요. 네 명의 주인공들이 각자 짝사랑 중인데, 각자 상대를 어떤 계기로 어떻게 좋아하게 됐는지는 끝까지 나오지 않아요. 그냥 그 심리상태를 보여주는데도 스토리가 진행되고 감정선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재밌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사실상 메인스토리는 언택과 구시예의 우정과 질투입니다. 여자사람 세 명이 친하게 지내면서 겪는 그 관계성, 친한 친구가 가족이 되면서 느껴지는 위화감, 서로가 서로가 되고 싶은 질투, 사랑하고 미워하는 친구이자 자매라는 이름, 그들 사이에 끼어든 남자사람의 존재 등등. 사실상 남주 둘은 여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는 인물들인데, 남주들도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약간 판타지이자 순정만화스럽습니다. 부잣집 도련님에 문과 1등, 농구천재에 이과 1등이라면 말 다했죠. 한명은 지고지순한 순정파지만 여주의 행복을 위해 한발 물러섭니다. 한명은 오랜 짝사랑을 한 것 같은데 그걸 드러내지 않고 장난스럽게 대하거나 뒤에서 묵묵히 도와줘요.


다만 여주들의 친구 쇼줘완 캐릭터는 스토리에 갈등과 연결고리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말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여주의 성장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래나저래나 돌고돌아 남주와 재회했으니 어쩌면 해피엔딩이기도 해요.


천고결진

세계관이 섬세하게 구성되지 못해 감동을 깎아먹은 드라마에요. 유리 감독 + 주동우 배우에 대한 기대감으로 보기는 했으나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첫 번째 생에서 혼돈지겁 올 때는 끊지 못하고 봤었어요. 그리고 눈물 줄줄 흘렸습니다. 두 번째 생에서 주동우 배우가 상고보다 차분하고 복잡한 후지로 분하고, 허개 배우가 백결보다 홀가분한 직진남 청목으로 분하면서 배우들 매력이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재미가 슬슬 붙었어요.


그러나 천계가 살아난 거 보면서 진신들은 안 죽네? 이럼서 1차로 김이 좀 샜어요. 그럼 첫 번째 생의 그 난리통은 무엇이란 말이냐;; 선협물에서 등장인물이 죽고 살아나는 건 예삿일이지만 유독 천고결진은 의구심이 들었던 것 같아요. 백현과 청목이 백결의 원신을 분리한 거였다는 게 밝혀지며 짠내의 길이 시작되는데, 이때도 좀 애매했던 것 같아요.


청목과 합체한 백결은 백결+백현+청목의 기억이 다 있는건지 어쩐건지, 백결을 찌르고 있는 저 여인은 후지인건지 상고인건지, 상고의 신식이 들어갔으나 애증의 감정선은 후지인건지 바로바로 캐치가 안 되고 체감적으로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아요. 스토리가 좀 진행되고 나서야 아, 이래나저래나 백결은 상고 대신 겁 맞으려고 모른 척, 또 모른 척 중이구나. 아, 후지가 원계 낳고 한참동안 동면한 후에야 상고로 온전히 깨어나는 거구나. 끼워 맞추는 식으로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고전에서는 남주가 여주를 위해 사실을 숨기고 안배를 하는 건 자주 나오는 설정인데, 세 번째 생에서 백결은 상고한테만 너무 철벽이었어요. 상고 빼고 천계(정연), 고군, 하물며 막판에는 원계까지 모두 사정을 알게 됩니다. 결국 다 밝혀질 일 왜 저리 상고한테 모질게구나 싶고, 끝까지 상고한테 말을 안 하려면 원계한테도 이런저런 말을 하지 말던지 결국 상고 귀에 다 들어갈텐데ㅜㅜ 보통 고전의 남주들이 여주 대신 안배를 하고 희생을 하더라도 막판에는 여주에게 속사정을 살짝이라도 얘기하거나 그게 안 되면 사랑한다는 마음이라도 전하잖아요. 그래서 여주도 울고 우리도 울고;; 근데 백결은 끝까지 입 다물고 원계한테만 마음 전하고 죽습니다. 내가 죽더라도 니가 잘 살길 바라지만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건지 뭔지, 그래도 니가 살아있기만 하면 된다는 건지 뭔지ㅜㅜ


그리고 마지막회가 되어서야 3년 그리고 500년이라는 그리움의 시간이 지난 후 정말 엔딩 직전에 백결이 살아나는데 좀 허무했어요. 조신은 자기가 만든 진신들에게 혼돈지겁의 운명을 지워놓고, 결국 무릎 꿇고 비니깐 다시 살려준다고? 싶었어요. 천계가 살아났을 때처럼 그럼 두 번째, 세 번째 생을 걸친 그 답답+고구마+모짐은 무엇이란 말이냐;;


오히려 캐릭터적으로 감정선이 쭉 연결되고 설득력이 있었던 건 무완이었습니다. 쟤가 왜 저리 흑화하는지 알 것 같았달까요. 선협물에서 세 번의 삶, 열 번의 삶을 거쳐 생을 거듭하더라도 인물의 정체성이 쭉 유지되어야 시청자가 몰입하기 쉬운데, 천고결진의 인물들은 생을 거듭하면서 분리, 합체, 혹은 혼합믹스 상태니 몰입이 어려웠고 이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간만에 만난 대형 선협 고장극이라 다음을 궁금해하며 완주를 했어요.


※ 예전에는 중드가 워낙 길다보니 10회 정도까지는 분위기 파악 겸 그냥저냥 참고 봤었는데, 요즘에는 편수들이 짧아지면서 3~4회 정도까지 보면 내 취향에 맞는지 안 맞는지 결판이 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초반 보고 접어둔 작품들입니다.


암련, 귤생회남

문득문득 나오는 대사, 여주의 독백도 좋고,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은데, 이상하게 보다가 자꾸 졸아서 접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적시대, 니적시대도 그러고 있어요;; 뭔가 호일천 배우의 연기는 더 보고 싶고 궁금한데, 드라마들이 취향에 안 맞는 아이러니ㅜㅜ 암련은 왠지 책으로 글자로 보면 더 좋을 작품 같아요.


변성니적나일천 : 네가 된 그날

이 드라마 재밌다는 분들 많으시던데, 저도 장신성, 양결 배우의 연기는 참 좋았는데, 이상하게 다음이 궁금하지 않아 접었습니다. 현대극 로맨스는 좀 심심한 느낌이라, 물론 영혼체인지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이 들어갔지만 이 설정은 좀 흔하다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맥생적연인 : 낯선 연인

상견니 감독 작품이라 기대했는데 왠지 모르게 촌스러운 연출, 90년대 한드를 보는 듯한 막장요소로 인해 접었습니다. 보면서 송치엔이 참 화려하게 생긴 미인이구나 느끼긴 했는데, 캐릭터 특성상 늘 울상을 짓거나 성을 내고 있어서 매력을 느끼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순환초련

이것 또한 상견니의 모쥔제가 주인공이라 기대했는데, 스리슬쩍 접었습니다. 여주가 서사의 주인공이거나 여주와 남주가 대등한 무게를 지닌 드라마를 좋아하다보니, 남주인생갱생 타임리프물이란 장벽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시백우 배우도 좋아하고 여주도 넘나 호감이던데 스토리가 호감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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