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지명 이 작품도 리뷰를 남길까 말까 고민했는데요. 우선 2/3정도까지 보고 중단했다가 최근에 다시 완주하기도 했고, 많은 분들이 아끼시는 리젠젠-링샤오 러브라인을 개인적으로 크게 아끼지 않아서 그랬던 거 같아요. 물론 담송운, 송위룡 두 배우 모두 너무 매력적이고, 연기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리젠젠-링샤오 커플에 그렇게까지 호감을 느끼지는 못했던 거 같아요.
근데 저의 이런 전적은 많습니다. 저는 상견니의 황위쉬안-리쯔웨이 커플도 호감이 아니었다가 드라마의 막바지에 들어서며 호감으로 돌아섰던 사람이었어요. 이유는 이전 상견니 리뷰에 구구절절 썼었는데, 천윈루, 모쥔제, 왕취안성 등 주변인물들 때문이었습니다. 이가인지명도 약간 비슷한 감정의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는 두 드라마 모두 좋아합니다. 그리고 보는 와중에 그랬다는 거지, 지금은 두 커플 모두 좋아합니다.)
그리고 태드 I told sunset about you를 보면서도 주인공 떼에게 감정이입이 힘들고 호감을 느끼지 못하다가 드라마의 후반에 와서야 누나가 미안하다 이럼서 이해했었죠. 이것 또한 잇세이 리뷰에 구구절절 썼었습니다.
일단 이가인지명으로 돌아오자면 초반에 너무 재밌어서 아껴가면서 본 것 같아요. 손오공같지만 귀여운 천방지축 리젠젠, 그런 리젠젠을 쫓아다니면서 챙기는 쯔추 오빠, 든든한 버팀목 같은 링샤오 오빠, 세 남매에게 울타리가 되어 주는 리아빠, 링아빠, 그들 남매를 동경하며 쯔추를 좋아했다 링샤오를 좋아했다 하는 치밍웨까지 모든 캐릭터들이 사랑스럽더라구요. 그리고 이미 이때부터 쯔추한테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물론 쯔추가 리젠젠을 정말 친동생처럼, 리아빠는 친아빠처럼 생각하지만, 자신을 이 집의 군식구라고 생각하는 자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게 짠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빠의 식당일이나 집안일도 돕고, 리젠젠의 양말까지 손수 빨아주죠. 그 누구도 눈치 주지 않지만, 스스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쯔추의 처지가 안쓰러웠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는 가난한 이모도 잊을만하면 나타나서 쯔추의 처지를 각인시키죠.
일단 경제적으로 지원이 가능한 친아빠가 있다는 게 링샤오와 쯔추의 가장 큰 차이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물론 연락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링샤오에게는 연락가능한 친엄마가 있었고, 쯔추는 친엄마의 행방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링샤오와 쯔추 모두 가족 혹은 리젠젠을 떠날 상황이 왔을 때도, 둘의 입장이 좀 달랐던 거 같아요. 쯔추의 경우 리아빠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고, 리젠젠이 위험해지는 것을 원치 않아, 지금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떠나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여기에도 경제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게 마음 아팠습니다.
그리고 링샤오의 경우 원가정의 가족들이 링샤오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지금의 가족을 떠나게 되죠. 링샤오의 엄마는 심지어 어릴 때 딸을 잃은 죄책감마저 링샤오에게 떠넘겼죠. 그리고 외삼촌은 자신의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이유로 동생을 조카에게 떠넘겨요. 책임이나 마음의 부담을 떠넘기는 게 이쪽 집안 내력인가봐요. 그로인해 발이 묶인 링샤오의 상황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자본주의 원리가 그나마 적게 작용한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자본의 원리에서 가장 약자로 느껴지는 쯔추에게 마음이 더 쓰였던 거 같아요. 그리고 그런 쯔추의 친아빠가 부자라는 것도 뭔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떠났던 링샤오와 쯔추가 비슷한 시기에 돌아오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리젠젠에게 다른 마음을 품으면서 극중 러브라인이 도드라지게 되죠. 근데 여기서마저 쯔추는 한발 늦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릴 때부터 링샤오는 젠젠에게 속옷을 챙겨주기도 하고, 방문 단속을 시키고, 침대에도 함부로 올라오지 못하게 했었죠. 아마 동생이지만 여자로 대했던 거 같아요.
그런 링샤오가 이미 리젠젠에게 남자로 다가서고, 결혼까지 하자고 한 이후에 쯔추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뭔가 쯔추는 젠젠에게 급작스럽게 들이대는 것처럼 그려지고, 젠젠도 쯔추의 대쉬에 질색팔색하죠. 물론 링샤오의 대쉬에도 안절부절 못하긴 하지만, 쯔추의 대쉬를 단칼에 거절했던 것과는 달리 진지하게 고민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젠젠에게 쯔추는 같은 집에서 살 부대끼면서 산 정말 친오빠처럼 느껴져서 그랬을 수도 있겠죠. 젠젠이 쯔추에게 이미 이전부터 우리는 같은 호적에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잖아요.
러브라인적으로 보자면 극중 링샤오는 남주이고, 쯔추는 서브남이다보니, 제 마음 속 짠함이나 마음쓰임과 메인서사의 간극이 점점 커졌고, 그래서 2/3정도까지 보다가 중단했었어요. 그리고 거기에는 치밍웨도 한몫했습니다. 링샤오의 마음에 대해 오해하고, 혼자 김칫국 마셨다가 곤두박질치고, 민망+어색+배신감이 겹쳐져 엄마집으로 도망쳤더니, 엄마가 더 숨막히게 해서 돌아오잖아요.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이 재밌는 구경 내 눈으로 보겠다며 젠젠에게 너스레를 떠는데, 그 이후 스치듯 지나가는 치밍웨의 씁쓸한 표정과 너 악마 아냐? 이리 받아들이는 젠젠의 무심함에 간극은 더 벌어졌어요.
주인공 커플에 감정이입하거나 호감을 느끼기보다, 서브남녀에게 자꾸 짠함을 느끼며 마음이 쓰이니 드라마 시청에 부대낌이 생겼던 거 같아요. 그러나 이가인지명이 단순히 러브라인만을 그린 드라마는 아니기에 결국 최근에 완주했습니다.
근데 시간차를 두고 봐서 그런지, 아니면 저도 쯔추나 치밍웨처럼 젠젠-링샤오를 받아들여서 그런지, 다시보니 젠젠-링샤오 커플이 자연스럽더라구요. 그리고 후반으로 들어오며 링샤오의 마음의 병이나 싱가포르에서의 생활들이 나오며, 공감할 여지를 넓혀줬죠. 그리고 젠젠과 천팅의 고부갈등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첫정이 쉬이 가시지 않는 법. 여전히 경제적인 문제로 고통 받는 쯔추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거기다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자책까지 더 해져 안쓰러움이 배가 됐어요. 그리고 제 마음 속 망태기에서 탕찬의 자리도 점점 커졌어요.
이전부터 치밍웨와 탕찬이 엄마만 만나면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는데, 둘 다 짝사랑 실패까지 경험하죠. 거기다 누군가에게는 조연일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주연이듯, 좡베이에게는 치밍웨가 주인공이었어요. 그러면서 탕찬은 또 조연의 자리로 물러납니다. 링샤오에게 젠젠이 주인공이고, 치밍웨가 조연이었듯이요. 그리고 심부름 업체를 하는 탕찬은 주변에서 직업으로 인정도 못 받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약자인 탕찬에게 또 마음이 쓰였습니다. (자본주의 논리에 매여 있는 누나&언니라서 미안하다;;)
그러나 후반부를 보면서 쯔추의 경우 엄마와 화해하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했고, 링샤오의 경우 엄마와 분리되기 위해 젠젠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쯔추는 자신 안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링샤오는 내면이 깨어졌기에 외부에서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두 오빠들 사이에서 젠젠의 저런 배치는 적절했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이가인지명은 젠젠을 통한 두 남주의 성장기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젠젠은 내면이 단단한 사람입니다. 아마도 리아빠의 영향이겠죠. 그리고 엄마에게 버림받고 상처받은 두 남주와 달리, 엄마와 사별한 젠젠은 스스로 내면을 단단하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초반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옥상에서 유성을 기다리며 링샤오와 쯔추가 엄마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때 뒤늦게 유성이 떨어지는 걸 본 젠젠이 하늘에 있는 엄마에게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잖아요. 그때 두 남주도 할 말을 잃고, 시청자들도 할 말을 잃죠. 엄마에 대한 각자의 상처를 드러내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면서 대화를 하던 링샤오와 쯔추 이후에, 그런 시간조차 가져보지 못한 젠젠이 그러나 건강하고 밝게 엄마에게 인사를 합니다. 왜 저 두 오빠들이 젠젠을 아끼고 사랑하는지 단번에 납득시키는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단순히 두 남주에게 사랑받는 여주가 아닌, 시각을 돌려 두 남주를 회복시키는 여주라고 생각하면 젠젠은 특별한 주인공이었어요. 그래서 이 드라마가 힐링드라마라는 평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그리고 등장인물들 중 어느 누구라도 나와 닮은 구석이 있죠. 저는 주인공인 젠젠보다 오히려 젠젠의 친구들, 치밍웨와 탕찬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치밍웨가 엄마랑 통화 후 혼자 맥주 깔 때는 같이 까고 싶고, 탕찬이 여기저기서 상처받고 혼자 울 때는 같이 울고 싶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허메이의 사연도 많이 나오죠. 젊은 시절에는 혼자 애 키우는 여자라는 프레임에 갇혀 고단하고 질시 받으며 살았고, 나이가 들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시절의 선택들을 받아들이며 그저 현실을 살아가는 중년의 여인이죠. 외부적으로는 강한 척하며 모든 것이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하지만, 혼자서는 아프고 체념합니다. 젊을 때는 좋은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마저 뭔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죠.
탕찬이 오디션을 앞두고 들떴다가 대역을 제안 받고, 이전에 있었던 여러 안 좋은 일들까지 차근차근 떠올리는 것 또한 우리 모습이랑 닮았어요. 돌파구를 찾을 것처럼 하다가 고꾸라지고, 결국 안 좋았던 이전 상황들까지 겹쳐서 안 좋은 생각에 빠지게 되고, 이런 묘사들이 현실적이라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탕찬이 좋은 배역도 떡하니 따내고 이러면 너무 드라마 같잖아요. 삶은 드라마가 아니라는 것을 드라마 안에서 그리고 있어 오히려 공감과 위로가 되죠.
위와는 반대로 드라마가 현실과 다르기에 위안이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쯔추나 허메이가 과거는 잊고 앞으로 나갈 거라 말하지만, 칼로 자르듯이 과거를 떼어낼 수가 없죠. 과거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도 현실과 닮았어요. 그리고 이 부분은 드라마답게 화해하는 걸로 마무리 되요.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을테지만요. 그래서 드라마 상에서라도 화해를 이루니 오히려 위안이 되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이 화해가 허메이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고, 이후에 허메이가 재혼하지 않고 다른 자식도 낳지 않고 혼자 살아온 보상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치밍웨가 엄마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폭탄을 투척하듯 쏟아내는 과정이 필요했고, 결국 회피하던 가족의 문제까지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보이던 진짜 치밍웨의 모습으로 부모 앞에 서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후반부에 달님의 대사나 달님 모녀 때문에 자주 마음이 찡했습니다. 자신의 여러 문제를 직면한 후 좡베이에게 사과하며, 선배가 싫은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싫은 거 였다는 고백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보통 주요등장인물들 간에 짝을 지어주기 마련인데, 치밍웨가 쯔추나 좡베이 등의 인물과 맺어지지 않고, 꿈을 찾아 떠나는 걸로 마무리 되는 것도 좋았어요. 마지막에 치밍웨가 금붕어를 방생하는데, 달님과 엄마의 관계 변화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엄마라는 어항 속에 갇혀 있다가 세상이라는 바다로 나가는 치밍웨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제 마음 속 주인공은 치밍웨였던 것 같아요.
좡베이를 격의없이 대하는 탕찬이나 그제야 탕찬을 보기 시작하는 좡베이, 이 커플도 소소하게 귀여웠어요. 그리고 인생의 돌파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고, 좡베이를 통해 탕찬이 배우의 꿈을 이어가는 것도 좋았습니다. 샤오청쯔는 그런 환경에서 저리 자란 것만으로도 대견하더라구요. 그래서 잠깐의 귀국이 샤오청쯔에게는 엄마나 오빠가 아닌 새로운 어른들을 경험하게 한 좋은 계기가 됐을 것 같아요.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게 확실한 리아빠와 이제는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하는 허메이, 두 사람의 중년의 사랑도 알콩달콩했어요. 그리고 20년이란 세월을 돌아왔으니, 초스피드로 결혼하는 것도 깜찍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링샤오를 괴롭혔던 근원적인 질문들이 나오죠. 자신을 용서해줄 상대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용서받을 수 없었고, 엄마에게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며 그 모든 걸 견뎠을 링샤오가 참 안쓰러웠어요. 폭우가 쏟아지고, 이후 창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앉아 있는 링샤오가 그간의 마음의 짐을 이제는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천팅의 경우 약간 병리적인 문제 같은데, 죽다 살아난 걸 계기로 갑자기 개과천선하며 퇴장하는 걸로 마무리되었죠. 이 부분은 정말 드라마적인 해피엔딩으로 느껴졌어요.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리아빠, 링아빠 두 아빠에게 많은 부분 기댄 느낌이에요. 리아빠가 낡은 티셔츠 입고 음식 만드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무뚝뚝한 링가네 부자가 서로 무심히 챙겨주는 거 보면 마음이 간질간질해집니다. 한드에서는 주로 아빠가 빌런 역할이고, 엄마가 한없이 따스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가인지명은 다르더라구요. 두 아빠는 세상에 이런 아빠 없습니다, 이런 느낌인데, 두 엄마는 자식들을 버리고 가죠. 그리고 이후에도 자식들과 풀어야할 숙제가 많습니다.
그리고 진짜 가족이 되며 마무리되는 결말은 스토리적으로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결말이지만, 한발 물러서서 보면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서 법적인 가족, 즉 가부장제적인 가족이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런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 문제 혹은 숙제가 많은 엄마의 모습, 제도권 내의 가족을 지향하는 것 등이 광총의 영향인가 하는 생각도 살짝 해보았습니다.
드라마 속 ost들이 다 너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곡은 관부견적광(보이지 않는 빛)이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가사가 잠깐씩 스쳐가는데, 등장인물들의 현재 심정을 가사로 표현해주는 느낌이었어요. 힐링드라마라고 하지만 마음 아픈 측면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그래서 위안과 위로가 되기도 한 드라마였어요. 이만 마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