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드 리뷰
사실 유리, 삼생 두 작품 재방, 본방 달리는 것도 힘든데, 그래도 아직도 목마르다의 심정으로 추천이 많던 경여년을 시작했습니다ㅋ 이미 두 개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미칠듯한 정주행은 못하고 찬찬히 보는 중입니다. 8회까지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후의 글에는 8회까지 스포를 담고 있어요.)
일단 설정이 재밌더라구요. 현대의 사람이 그 기억을 가진 채로 과거로 가서 갓난아기 때부터 성장하는 거였더라구요. 보통 타임슬립 혹은 영혼체인지물은 현대의 사람이 과거의 성인인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경여년은 이런 부분에서 색다르더라구요. 어릴 때부터 범부에서 자랐으니, 가문이나 가족에 대한 애착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도 이해가 되고, 비개 스승이나 오죽 숙부와도 자연스럽게 서사가 쌓아지는 것 같구요.
그리고 첫회에서 현대의 청년이 제가 쓴 소설 이야기가 이러해요, 이럼서 시작을 하니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야기가 이야기 속의 이야기인건가 싶기도 하죠. 그리고 과거에서 범한이 ‘홍루’라는 소설을 쓰고 있으니, 그게 첫회에 나왔던 현대의 청년 이야기인건가 싶기도 하죠. 액자식 구성인데 돌고 도는 희한한 설정이 가능하죠. 근데 그것도 아니다, 현대든 과거든 이 모든 건 근무력증을 가진 청년이 다 만들어낸 이야기다 이렇게 끝낼 수도 있어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흥미가 생기더라구요.
일단 과거의 이야기가 우리가 주 관심을 둬야할 진짜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고, 8회까지 보고 든 생각은, 폐하는 태자를 진정한 왕으로 단련시키려고 범한을 미끼로 쓰고, 2황자를 태자의 견제대상으로 삼는건가 싶더라구요. 결국 모든 판을 짜는 건 폐하;; 장공주가 태자한테, 폐하는 태자를 더 아끼는 것 같아요, 이런 비슷한 대사를 치던데 제 맘이 그 맘이었습니다.
그리고 2황자의 등장은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굉장히 뜸을 들여서 보여줘요. 뒷모습, 옆모습, 머리카락, 입모양 이런 것부터 보여주더라구요. 이와 비슷하게 등장하는 게 사리리예요. 사리리가 탄 배, 육지로 내려온 뒷모습, 머리장식 이런 것부터 보여주더라구요. 그래서 이 두사람 다 뭔가 꿍꿍이가 있거나 혹은 같은 편이지 않을까 짐작해봤어요. 폐하, 태자, 임완아, 장공주, 하물며 초반 범한에게 적대적이지 않을까 했던 류여옥마저 그냥 등장하는 것과는 반대되죠. 그래서 저렇게 뜸들이며 보여준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리고 2황자가 결국 범한과 같은 편이 될 수는 없겠구나 싶었던 게, 시장에서 사람들을 물리라고 해놓고, 자기는 백성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만 사람은 싫다는 이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이 범한과 한 배를 타기는 힘들겠구나 싶더라구요.
임완아와 범한이 서로의 신분을 숨긴 채 숨바꼭질 러브모드인 것은, 뭔가 삼생의 백천과 야화가 떠오르기도 하면서ㅋ(여러 드라마를 한꺼번에 보는데서 오는 부작용;;) 시즌1의 결말이 밥 먹다가 밥그릇 뺏긴 기분이라던데, 저도 조만간 느끼지 싶습니다ㅋㅋ
경여년을 완주했습니다. 상견니 정주행을 막 마치고 방황하던 차에 다수의 권유와 만류가 있던 작품이 경여년이었어요. 일단 상견니를 보면서 나름 머리와 마음을 썼기 때문에, 좀 슬렁슬렁 넘어가는 걸 보고 싶었는데, 딱히 땡기는 게 없어서, 저리 권유와 만류를 하는데는 이유가 있것지 하면서 결국 망태기에 담아뒀던 경여년을 꺼내보았어요ㅋ (이후의 글에는 결말까지의 스포가 담길 예정입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저는 초반이 더 재밌었던 거 같아요.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기 전 이리저리 추리해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정말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첫회에서 유여경을 빗대면서 이 모든 게 덕을 쌓은 엄마 덕분이고, 외삼촌은 본받지 말라고하니 빌런을 찾으려면 범한의 외삼촌을 찾아야 하나, 아무리봐도 범건이 친아빠는 아닌 것 같고, 범한을 대하는 황제의 태도가 범상치 않으니 아들이려나? 그럼 장공주가 황제의 친누이는 아니라고 해도 범한이랑 임완아는 사촌뻘 아녀? 근데 정혼을 시킨다고? 저 시대 황실에서는 그게 가능했나? 그리고 왠지 태자가 사모하는 여인도 임완아일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얽히고설킨 황실사촌로맨스여 뭐여;; 기타등등)
그리고 범한과 임완아의 로맨스도 닭다리 낭자일 때까지만 흥미가 있었습니다. 물론 경여년이 로맨스 외에도 너무 거대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긴 하지만, 메인 로맨스가 이리도 밍숭맹숭하다니 이럼서 봤었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범약약, 류여옥, 사리리, 장공주, 해당타타, 북제황제(여황제 맞죠? 근데 주변에서 여자인지 모르는 설정 아닌가요? 남자인데 여자배우가 연기한건가요?) 거의 모든 여자캐릭터들이 입체적이고 매력적인데, 유독 임완아 캐릭터만 평면적으로 그려지다보니 그닥 매력적이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범한이 사리리랑 그냥 눈빛만 주고받아도 케미가 터지고, 해당타타랑 치고 박기만 해도 케미가 돋는데, 왜 임완아랑은 그리 케미가 안 사는지;; 사실 로맨스가 주인 드라마는 아닌지라 크게 아쉬울 건 없다만, 그래도 범한과 임완아의 정혼이 사건촉발의 계기인데 아쉽긴 하죠.
중반 정도까지 흥미롭게 보다가 결국 모든 사건의 배후가 장공주로 귀결되면서 좀 흥미가 떨어지려 했어요. 결국 나쁜 짓은 장공주가 다 꾸민 거라고? 사건의 저변에 뭔가 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할 즈음, 진평평의 음험한 속내가 슬슬 나오고, 2황자도 본모습을 슬슬 드러내더라고요. 이런 완급조절 칭찬합니다.
거기다 범한이 임완아와의 정혼을 유지하려고 북제행을 감행하죠. (이봐요. 둘의 로맨스에 흥미는 안 생긴다만, 중요한 순간마다 사건의 계기가 된다고요;;) 그리고 무협물 성향이 짙어지면서 다른 재미를 주더라구요. 그리고 북제의 심중은 뭔가 현대극의 사이코패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스릴을 얹었습니다.
41회는 거의 한회가 통으로 소은의 입을 통해 진상이 밝혀지는 회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엄청 몰입되더라구요. 그리고 그전에 엽경미가 범한에게 남긴 서신을 통해, 그들 모자의 존재에 대한 실체가 밝혀지는데 그 설정에 감탄했습니다. 타입슬립도 아니었고, 영혼체인지도 아니었어요. 중화권에서는 워낙 삼생에 걸친 인연이나 환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보니, 아예 인류 전체를 통으로 환생시켰더군요. 그 설정에서 이미 이마를 쳤기 때문에, 소은이 밝히는 신묘의 비밀은 오히려 이전 인류 문명에 대해 너무 신비하게 그린 거 아녀? 나중에 저 떡밥 다 회수 가능하겠지? 이런 염려가 살짝 들긴 했습니다.
유리미인살에서 마살성이 유리잔에 담긴 심혼이라는 것만 밝히고, 극 내내 언급만 되다가 막판에 등장한 것처럼, 경여년에서는 언빙운이 그렇더라구요. 초반 마차 안에 있는 목소리만 들려주고, 극 내내 언급만 돼서 언제쯤 등장하려나 기다리게 됐어요.
해당타타의 설정(황제의 사람이면서 태후의 수하인 것처럼 위장)을 보면서, 아, 경국에서는 장공주가 저런 역할이었겠구나 싶으면서, 북제에서 흘러들어간 돈이 2황자에게 갔을 거라는 예상이 가능했고, 진평평도 황제를 속이는 한이 있더라도 범한을 살려둘 마음은 없는 것 같았기에, 저들의 진상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해서 크게 충격이 없었는데, 언빙운의 마지막 선택은 정말 예상을 못해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하필 이 엔딩씬에서 샤오잔의 눈을 자꾸 클로즈업하는 바람에, 어느새 샤오잔의 눈썹에 꽂혀서 정신 팔려 있다보니, 갑자기 칼 휘둘러서 식겁했네요.)
그런데 드라마가 끝나고 생각을 해보니, 진평평은 저것까지 예상을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소은이 비밀을 말하면서 엽경미에 대해 언급을 할 것이고, 그럼 범한은 자신이 경제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황자가 한명 더 늘어나는 건 경국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니 진평평에게 범한은 제거의 대상이지 않았을까 싶더라구요. 그리고 자신의 입으로 소은의 손자를 경국의 전사로 키워냈다고 했으니, 언빙운이 경국을 위해 저런 선택을 할 것임을 진평평은 예상했던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그리고 좀 낭만적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언빙운이 심중의 누이에게 ‘걱정 마요, 당신은 안 죽어요. 내가 반드시 당신을 살려낼게요’라고 말을 했었고, 심중의 누이 소식을 전하는 범한에게 관심없는 듯 말하고는, 후에 마차 안에서 둘의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보면, 심중의 누이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범한은 언빙운에게 지속적으로 자신의 편에 서주길 요청했고, 돌아가는 판세가 범한의 편에 서면 죽음을 자초하는 길로 보이고, 자신이 죽으면 심중의 누이도 지킬 수 없으니, 결국 범한을 죽이려하지 않았을까 이런 낭만 한스푼 얹은 해석을 해보았네요.
그리고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오며, 여자가 ‘죽었어?’ 물었을 때는 대답이 없다가, ‘이렇게 끝이야?’ 물었을 때는 ‘당연히 아니죠’라고 답하는 청년을 보면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니라는 건데, 어떻게 다시 이야기를 진행시킬지 너무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또 혼자 망상을 해보았습니다. 알고 보면 안 죽었다, 혹은 살려냈다, 이건 너무 평범하고, 언빙운이 2황자를 속이려고 급소를 피해서 찔렀다, 이것조차 범한과 언빙운이 짜고 친 판이었다, 이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고, 그것도 아니면 범한이 기억을 데이터화한 케이스이니 이전 인류 문명에 대한 기억과 범한의 기억을 모조리 데이터화해서 다른 사람한테 이식을 하려나;; 뭐 이런 망상까지 해봤어요ㅋ) 여튼 시즌2 손꼽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