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우지우 Nov 26. 2021

[진정령] 여성 캐릭터에 대하여 - 번외편

중드 리뷰

이전 과거편(1),(2), 현재편, 결말편을 통해 진정령 전체를 정리하고 돌아보며 글을 썼었는데요. 저한테 위무선은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라(무선이가 울면 따라 울고, 무선이가 괴로우면 같이 괴로울 지경;;), 사실 글로 풀어낼 건 적은 느낌이에요. 오히려 무선이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글로 풀어내다 보니, 결국 제일 궁금하고 알고 싶었던 망기의 감정 위주로 글을 쓰게 됐던 거 같아요. 강징이나 온녕은 글 속에서 스치듯이 언급이라도 하고 지나갔건만, 여성 캐릭터들은 너무 나 몰라라한 것 같아 번외편처럼 돌아왔습니다. 캐릭터별로 스케치하듯 간단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무선이에게 굉장히 중요한 캐릭터죠, 염리사저입니다. 강염리는 무선에게 단순히 누이이자 부모이자 가족을 넘어서 연화오, 어찌보면 운몽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 부모를 여읜 무선에게 운몽은 고향과도 같겠죠. 첫회 헌사로 돌아온 무선이 강물에 비친 강징과 염리사저를 그리워하는 모습은 단순히 가족을 잃은 모습이라기보다 고향을 잃은 것 느낌이 듭니다.


이후 34회 청하에서 강징에게 정체를 들킨 무선은, 자신도 연화오가 그립다고 꿈에서라도 돌아가고 싶다고 혼잣말을 합니다. 그렇지만 염리가 없는 연화오는 무선에게 더 이상 고향이 아닐 것 같아요. 강징과는 너무 많은 애증이 뒤엉켜있으니까요. 그럼에도 강징은 무선에게 돌아왔으면 연화오부터 왔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말로는 죽이겠다, 한을 풀겠다고 하면서 무선을 데려가고 싶어 하는 것 같죠. (그렇지만 너네 둘은 풀어야 할 게 너무 많다;;)


무선의 어릴 적 회상 장면을 보면, 염리는 무선을 거의 처음 봤을 때부터 아낌없는 애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염리의 성정이 착한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염리는 강징과 달리 무선과 경쟁관계에 놓이지 않는 인물입니다. 어릴 때부터 강징은 부모로부터 끊임없이 무선과 비교를 당해왔을 테지만, 염리는 달랐겠죠. 그래서 무선에게 무한에 가까운 사랑을 보여줄 수 있었을 꺼라 생각해요. 강징이 무선을 걱정하고 염려하고 아끼면서도 츤데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는 반대겠죠.


또한 무선과 염리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임에도 이성적인 호감은 애초에 배제된 관계입니다. (말로는 사저, 사형하면서 알고 보면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관계를 우리는 드라마 속에서 너무나 많이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봉신연의는 양정과 달기라던지, 기타 등등) 이는 진정령이 광총의 눈을 피해 브로맨스로 포장되어 있지만, BL의 세계관 안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염리는 무선에게 거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그려지고, 극의 초반부터 이미 마음에 품은 남자가 있는 설정으로 나옵니다. 금자헌이요.


이렇듯 거의 무한에 가까운 사랑과 신뢰를 보여주는 엄마이자 고향과도 같은 존재인 염리가, 그것도 자신을 구하려다 죽었으니, 무선이 세상을 등지려 했던 게 이해가 돼요. (물론 다들 무선의 죽음을 종용하며, 무선에게 막다른 상황이긴 했지만요.)



다음은 똑 부러지는 여자, 온정입니다. 과거편을 보다보면, 막상 망기보다 오랜 시간을 무선과 함께 하는 건 온정, 온녕 남매예요. 강씨멸문 시기에도 그러했고, 난장강 개척시기에도 그러했죠. (진정령에서 무선과 온정을 약간 썸 타는 관계로 그리려 했는데, 원작 팬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고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확실한 정보는 아닙니다. 여튼 그렇다고 하면 아마도 온정과 썸 타는 설정이 강징에게로 옮겨왔고, 그러다보니 결국 둘의 썸이 캐릭터 설정과 안 맞다보니 흐지부지된 게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마찬가지로, BL 세계관 안이다 보니 무선과 온정의 관계도 마치 동업자 내지는 동지처럼 그려집니다. 둘은 힘든 시기에 서로를 돕고 걱정하지만, 서로를 강하게 키우는 투닥거리는 관계예요. 무선의 애틋함은 망기를 향하고, 온정의 애틋함은 온녕을 향하죠.


그럼에도 제가 온정 캐릭터에 마음이 갔던 이유는, 난장강에서 무선이 운몽의 연근을 그리워하고(결국 염리와 강징을 그리워한 거겠죠), 고소의 천자소를 그리워하고(결국 망기를 그리워한 거겠죠), 염리의 결혼식조차 참석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할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모습 때문이었어요. 힘들어하는 무선에게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신과 일족의 생존을 위해서는 무선을 보낼 수 없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져서요.


결국 무선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난릉금씨에게 자발적으로 찾아간 이후로 온정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아마도 쓸모 있을 꺼라 여겨 살려뒀을 온녕과 달리, 온정은 당시 죽였을 것 같아요. 무선이 온씨일가들의 목이 메달려 있는 모습을 볼 때도 온정의 모습은 없습니다. 이는 아마도 무선의 죽음에 대한 온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기 위해, 온정의 최후를 숨긴 것 같아요. 염리의 죽음만으로도 무선의 죽음에 대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고, BL 세계관 안에서 무선과 온정의 관계를 특별하게 남겨두고 싶지 않은 결정이지 않았을까 해요.



마지막으로, 면면이예요. 현무동굴에서 거의 망선에게 사랑의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면면 대신 무선이 인두 상처를 입고, 호수에서 나갈 때는 면면이 피를 흘리는 바람에 결국 무선이와 망기가 탈출하지 못하고 동굴에 남게 되죠. 그리고 이후 ‘너 면면 좋아해?’ ‘아, 좋아하는구나.’ 이 대사들 앞뒤로 둘 사이에 눈빛만으로 엄청 스파크가 튀죠. 초반 두 사람이 서사를 쌓는데 일등공신입니다. 초반 이렇게 기능적인 역할만 하고 사라질 줄 알았던 면면은 이후, 무선이 난장강으로 떠나고 나서 무선의 편을 들며 결국 가문도 뛰쳐나가는 기개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고도 사라질 줄 알았던 면면은 다시 등장합니다. 그런데 면면이 다시 등장하는 시점이 의미심장하죠. 정실에서 무선과 망기,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 한 후 야렵을 떠나는 시점에서 면면을 만나요. 그것도 낭군과 딸과 함께인 모습으로요. 그리고 면면을 만나기 전, 무선이 눈치를 챕니다. 망기가 자신을 어떻게 알아봤는지요. 곡의 이름이 뭐냐고 묻는 과정에서, 말을 돌리려 들어간 집이 면면 집이었던 거죠. 현무동굴에서 사랑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면면을,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한 후 다시 만난 거죠. 과거, ‘너 면면 좋아해?’ ‘아, 좋아하는구나’ 이럼서 스파크 튀던 것과는 달리 비교적 느긋하고 안정적인 둘의 모습으로, 아내이자 엄마가 된 면면을 만납니다. 그리고 작은 면면에게 세뱃돈도 줍니다.(엄마가 쌓은 덕을 딸이 받는구나;;)


아무래도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적을 수 밖에 없음에도, 극 중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하며 빛났던 그녀들을 만나봤습니다. 그럼 이만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진정령] 정리하고 싶어 쓰는 리뷰 - 결말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