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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Jan 25. 2024

결국 해를 넘긴 부국제(BIFF) 리뷰(3)

영화리뷰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7일(토) 21:00

스페셜 토크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 하마구치 류스케, 남다은 10일(화) 19:20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지난 영화제에서 그리도 예매하기 힘들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를 드디어 보았다. 물론 예매를 해서 본 건 아니고, 웨이팅을 해서 봤다. 웨이팅으로 들어가다보니 상영 시작 후 20분은 날리고 들어갔는데, 언젠가 볼 기회가 있것지.


이제는 거의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하는 초인기 감독이 되어, 영화제에서 표를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하마구치 류스케. 그의 신작인 이 영화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논해야할지도 막막한데, 그러한 기분으로 며칠 뒤에 있던 스페셜 토크도 웨이팅을 해서 봤다.


아마도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간이지 않았을까. 본작의 러닝타임 106분보다 길었던 거의 2시간에 육박하는 Q&A 시간, 관객들의 감독에 대한 애정과 영화에 대한 수준 높은 질문, 그에 대한 감독의 성실한 답변, 무엇보다 남다은 평론가의 분석과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 인상깊었다. 그래, 저런 사람이 평론가 하는 거지, 바로 수긍하게 되는 기분.


평론가의 해석&질문이나 감독의 답변이나 뭔가 천재의 작업 방식을 살짝 엿본 기분? <드라이브 마이 카> 속 연극 준비과정이 곧 그의 영화 작업 방식이었고, 본작에서 주인공은 비전문배우를 썼다고. 그의 작업방식이라면 전문배우, 비전문배우 크게 가리지 않을듯. 배우에게 그냥 책을 읽듯이 대사를 무한반복하게 하고, 실제 촬영시 배우의 몸에 새겨진 어떠한 반응? 자연스레 나오는 무의식적인 행동?을 화면에 담고자 한다고.(역시 천재는 어딘가 고집스럽고 다소 변태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한 건데, 누구나 하기 힘든 그것. 영화 안에서 자신의 근거를 찾고, 거기에 자신만의 해석 혹은 분석을 덧붙여, 결국 자기가 묻고 싶었던 걸 묻는, 이 탁월한 빌드업. 남다은 평론가가 보여준 것이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 하면, 너무나 개인적인 자신의 이야기, 감상평이라 하기도 애매한 사설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가는 다르구나 싶었던.


잡설이 길었는데,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한국 개봉하면 다시 봐야겠다 싶은 느낌.(일단 오프닝을 놓쳤잖아;;) 시놉을 요약하자면 딱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닌데, 이걸 감독의 손을 거친 영상으로 보자면 흥미롭다고 할까. 청정지역이라 할 수 있는 산골마을에 연예기획사가 투자목적으로 글램핑장으로 짓고자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감독의 장기라 할만한 등장인물간의 대화장면은 홀린 듯이 보게 되고, 특히 초반 주민설명회 장면과 연예기획사 직원 두명이 차안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마치 그냥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하는 대화를 카메라 대고 찍은 느낌이다. 그리고 두 장면 모두 호흡이 긴 편인데도, 인물의 발화가 만들어내는 리듬감? 다음에 무슨 리액션이 나올지 몰라 기대되는 마음?으로 인해 빨려들어갈듯 보게 된다. 그리고 카메라도 그런 위치에 세워둔다. 마치 관객을 차 뒷자리에 태우고 두 남녀의 뒷모습을 비스듬히 보는 듯한, 상대를 대화에서 배제시키면서도 관음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위치 선정.


그리고 어딘가 기이한 카메라의 위치가 불현듯 나타나고, 소위 시네필들이 환장할 만한 영화적인 순간들이 곳곳에 출몰한다. 주인공이 딸을 찾아 설산을 거슬러 가는 트레킹 샷이라던가, 주인공 뒷자리에서 후면 유리창을 향해 있는 카메라의 위치라던가(이거 누구의 시선이란 말인가), 어스름한 어둠 나무 그늘 아래 숲속을 해매는 듯한 시점샷(이 시점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어딘가 신비롭고 서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런 와중에 뻘하게 웃음이 터지는 순간들도 있다.


뭐 거창하게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가능한가,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까지가 자연인가, 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충격적으로 엔딩을 맞이하기 때문에, 두고두고 회자될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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