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왕과 자서는 얽혀있는 은원이 많아 서로 죽이지도 못하는 관계인 걸까요. 물론 그 자리에서 자서가 진왕을 바로 죽이면, 자신도 천창 손에 죽으니 후일을 도모할 수 없고, 그럼 객행과 성령을 다시 만날 수 없으니 그런 결정을 했겠죠. 근데 그 결정적인 순간, 넌 어차피 날 못 죽여, 이런 느낌으로 자서가 진왕의 목숨은 붙여둔 느낌이라, 뭔가 복합적인 심리가 작동한 것 같아요. 진왕이 공격당한 후에도 자서를 죽이지 말라고 하는 건, 기본 베이스가 무서운 집착에다, 감히 니가 날 죽이려 해, 이런 마음으로 자기 옆에 두고 계속 괴롭히겠다는 심산이겠죠. 저는 자서 다시 잡아와서 수령 옷으로 갈아입힌 것도 뭔가 소름끼쳤거든요.
객행이는 조경 충격으로 멘탈 붕괴 걱정됐는데, 자서구출을 비롯하여 수습할 일이 많아 정신을 빨리 챙긴 것 같아요. 그런데 조경이라는 뿌리 깊은 원한의 실체를 알게 됐으니 앞으로 어찌할지 걱정되더라구요. 객행이는 우선 자서가 살아서 안전한 게 중요한 사람이지, 자신이 자서와 함께하는 건 꿈처럼 바람처럼 여기는 것 같거든요. 견연의 행복한 일상이 꿈이었다는 아픈 깨달음을 겪은 후로는, 자신에게 허락된 행복은 꿈이라 여기는 것 같아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죠.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서의 안전을 우선에 두지, 자신의 바람을 우선에 두지 않는 것 같아요.
여튼 내력 회복하고, 성령이 안전한데 맡기고, 한영이 맡긴 후배들 챙기고, 갈왕이랑 밀담 나누고, 악귀들 컴백시키고, 후배 및 악귀들 데리고 작전 짜고, 자서 잡혀 있는 동안 객행이 세상 바빴어요. 귀곡주 정체 밝혀졌다고 아예 악귀들 다 끌고 자서 구하러 왔습니다. 한영이 맡긴 후배들도 사계산장 제자로 편입시키고, 본인도 사계산장 제자라고 인정합니다. 그리고 저때 처음으로 자서를 사형이라고 불러요. 아, 자서가 사형으로 객행이 머리에 손 얹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대무가 자서 구할 수 있다는 얘기 듣고는 객행이가 직접 자서 머리 손질도 해줘요. 본인이 꽂고 있던 비녀를 뽑아 자서 머리에 꽂아주죠. 이후에 못다 한 수습하러 귀곡으로 떠나야 했으니, 떠나기 전에 정표처럼 준 거 같아요. 니가 구하러 올 줄 알았다며, 객행이가 만져준 머리에, 객행이가 꽂아준 비녀하고, 자서가 거울보고 웃는데, 너무 예뻐서 당황스러웠네요.
막회양과 조경의 결탁에 뭐가 어찌 돌아가는지 알길 없는 위녕은 아상과 사랑의 도피 감행합니다. 의리가 우선이던 위녕이 많이 변했어요. 여튼 그 와중에 개심귀한테 잡혀 갈왕한테 가고, 아상을 통해 갈왕이랑 객행이 만난 거죠. 심숙부한테 의탁해 있는 성령은 정혼자 소령누님과 다시 만나고, 과하게 무공 수련 정진합니다. 온숙이 귀곡주란 거 알고 저러고 있으니 불안해요.
귀곡의 1대 곡주가 마장 용장청임이 밝혀지더라구요. 엽백의의 지기이자 용현의 아빠일 것 같아요. 과거에 독살 기타등등 그 푸닥거리 후에 용현이 왜 귀곡으로 간 건가 했는데, 아빠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라 그랬나 봐요. 용장청은 악귀들을 갱생시키려 했고, 엽백의는 용배에 대고 귀곡을 멸하겠다 맹세했으니 여기도 뭔가 스토리가 있는 것 같아요. 엽백의, 용장청, 용현으로 스핀오프 나와야 할 각입니다. 더불어 칠야, 대무로도;;
세 사람 사계산장에 있다가 강호로 나오니 초반의 혼돈한 느낌이 살짝 나는데, 후반부니깐 빠르게 스토리 풀어주겠죠. 그리고 객행이 이제 귀곡주 신분으로 있을 때도 견연처럼 보여요. 귀곡으로 돌아가지 말라며 아상이 걱정하는데, 아서 잘 보살펴라, 아서 회복이 우선이다, 온통 아서 걱정뿐입니다. 갈왕과의 밀담을 아서한테 비밀로 하는 게 심히 걱정되죠. 자서가 단독행동하지 말랬는데, 자서 모르게 무슨 일을 벌인 건지 세상 불안해요.
짐작을 해보자면 애초에 객행에게는 열쇠만 있었지 유리갑은 없었고, 적사귀 제거하고 얻은 전혼사갑을 장설귀한테 흘러가게 두고, 적사귀가 유리갑 훔쳤다는 핑계로 악귀들 세상으로 내보내고, 육태충이 오래자한테 맡긴 유리갑을 장설귀가 뺏었는데, 장설귀를 제거하면서 얻은 전혼사갑에 그 유리갑이 들어있어 우연히 유리갑 한 조각을 손에 넣은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유리갑을 복제해서 가짜를 강호에 뿌린거죠. 애초에 유리갑이 있었다면, 전혼사갑 안의 유리갑을 발견한 후에야 유리갑을 복제할 이유가 없어요. 그리 차근차근 준비해왔는데, 미리 했겠죠.
그럼 이제 열쇠의 행방이 문제인데, 만약 객행이가 귀곡으로 돌아오며 자서에게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을 염두에 뒀다면, 열쇠를 자서한테 맡겼을 것 같아요. 그럼 그 (사랑의) 정표라 생각했던 비녀가 유력해요. 산하령은 그리 달달하던 장면들도 다시 생각하면 아픔 투성입니다. 그리 곱게 비녀 뽑아서 자서한테 꽂아주더니, 자서는 암것도 모르고 세상 그리 예쁘게 웃었는데, 나 못 돌아올 수도 있어, 이런 마음으로 건넨 거죠. 하. 극적으로 재회한데다 대무한테 치료 가능하다는 통보까지 받았으니 자서도 객행 본인도 마음 누그러질 대로 누그러진 상태였을 거예요. 근데 그 틈을 타서 세상 설레게 비녀 꽂아주다보니 자서도 눈치 챌 겨를이 없었을 것 같아요.
산하령은 인물의 손 클로즈업으로 굉장히 많은 서사를 담는데, 비녀 뽑아서 비녀 꽂던 그 손도 정표를 건네면서 죽을 각오도 같이 건넨 장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계산장에서 마지막으로 행복한 시간인 새해 밥상 장면에서 객행이가 빈 잔의 가장자리를 손으로 빙 돌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객행이 대사가 지난 자신의 삶에 대한 허망함을 말하던 거였어요. 지난 삶은 빈 술잔과 같았다는 거죠. 그리고 이후의 대사가 지금은 같이 술 마실 이가 있고 근심을 나눌 이가 있다며 자서를 바라보며 이야기해요. 이제는 그 빈 술잔이 채워졌다는 거죠. 이런 식의 장면이 굉장히 많고 저 비녀 장면도 상징적인 장면인데, 너무 달달한 장면이라 처음 볼 때는 저 안에 담긴 의미를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온객행이 손으로 무언가를 돌린다는 건 공허함을 채우는 행동인 것 같아요. 초반을 생각해보면 손 안에서 호두를 돌리거나, 들고 있는 부채를 요리 돌리고 조리 돌리곤 하죠. 자서를 처음 만났을 때도 부채로 얼굴을 살짝 가리고 있어요. 근데 자서를 만나면서 손에 들고 있던 걸 점점 놓게 되는 것 같아요. 온객행에겐 부채가 무기이니 자서와 단 둘이 있을 때는 부채를 들고 있을 필요가 없기도 했겠지만, 굳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공허함을 채울 필요가 없었겠죠. 그래서 사계산장에서 자서와 성령이 곁에서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은 객행이가 편안해 보이더라구요. 물론 부엌데기다보니 식칼도 들어야하고, 밤잠 못 이루는 본인과 자서를 위해 피리를 불긴 하지만요.
더불어 생각난 김에 자서가 피를 싫어하는 건, 손에 피를 묻히고 살아온 자신에 대한 혐오인 것 같아요. 사계산장의 명맥을 유지하고, 하늘의 창을 열려는 좋은 의도에서 천창을 세웠지만, 진왕을 위한 권력의 노예로 전락하고, 선악을 가리지 않은 채 수많은 사람의 피를 손에 묻히며 살아왔죠. 그런 스스로가 끔찍했겠지만, 진왕 곁에서 끝까지 남은 형제는 자서였어요. 윤행은 변방으로 가고, 청란은 자결하고, 북연을 독살당할 뻔하고, 구소는 전사하고, 그 과정을 묵묵히 지켜봤겠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견뎠기에 스스로가 더 끔찍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스스로가 세운 천창의 규칙을 깰 수도 없고, 그로 인해 사계산장 형제들을 잃었으니 혼자만 떠날 수도 없었겠죠. 결국 사계산장 형제들을 다 잃고 떠날 생각을 하잖아요.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기에 세상 모두가 온객행을 비난하더라도 그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같아요.
여튼 온객행이 인간 세상으로 갈 길을 알았는데, 돌아가길 바라는 건 당연하다고 하는 걸 보면 자서에게 돌아갈 생각인 것 같아요. 원한으로 과거의 자신에게 잠식되지 말라던 자서의 말을 따르기로 했나 봐요. 희상귀에게도 원한을 내려놓으면 인간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하잖아요. 근데 겁나냐고 스스로에게 묻는 걸 보면, 벌인 일이 위험부담이 있긴 한가 봐요. 그럼 귀곡주라는 신분을 정리하려고, 갈왕이랑 짜고 죽음을 위장한 건가 싶더라구요. 지전 태우고 있는 염귀는 객행이 사람이니 뭔가 얘기된 게 있을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아직 회차가 이리 남았는데 객행이가 죽었을 거라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객행이가 한 모든 이야기가 처음부터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는 말은 결국 조경을 겨냥하겠다는 의미 같았거든요.
자서는 객행에게 이르겠다는 아상의 말을 듣곤 그 좋아하는 술 마시는 것도 포기해요. 북연이 자서한테 남강에 미인 알아보라더니...하며 말을 줄이는데, 넌 이미 미인을 꿰찼구나 이런 의미겠죠. 여튼 성령이 일 터지자마자 객행이부터 찾아갈 생각을 하는데, 가는 도중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들어버려요. 절벽으로 달려온 자서는 객행이가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도 선 그으려는 거 보고 폴짝 날아올라 그만하면 됐다고 세상 온화하게 웃어주죠. 객행이 가는 곳은 지옥이라도 따라갈 심산인지 절벽으로 몸도 던져요. 자서가 객행의 죽음을 너무 철썩같이 믿어서 맴찢이었는데, 객행이의 시신이 훼손될까봐 자기 손으로 불까지 지르죠. 아상, 위녕, 문하의 제자들까지 칠야한테 맡기고, 자신은 더 살 마음도 없는 것 같아요. 객행이 시신을 봤을 때 이미 저런 마음이었겠죠.
그리곤 술독에 빠져 죽을 작정인지 내리 술 푸다가 객행이의 마음을 깨닫습니다. 객행이는 자서를 통해 원한보다 중요한 게 있음을 깨닫고, 자서는 객행이로 인해 원한에 사로잡히는 마음을 알게 됩니다. 노온 네가 바라던 피바다 내가 만들어보겠다, 이런 작정인 것 같아요. 지기를 잃었으니 더 살 마음도 없고 죽을 작정으로 칠규삼추정도 뽑습니다. 그럼 자서 목숨 5일 남은 거 실화인가요. 믿고 싶지 않은 일들만 연거푸 일어나는데, 그니깐 객행아, 왜 자서 모르게 단독행동하냐고ㅜㅜ 자서 걱정할까봐 미리 말 안 한 심정은 알겠는데, 이거 파장이 너무 큰 것 같아요. 자신이 자서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는 것처럼, 자서도 그러하다는 걸 왜 모르냐고요.
여튼 온객행은 귀곡주로 죽음을 위장하고, 견연으로 조경에게 복수하려 한다는 짐작이 가능한데, 그럼 갈왕은 무얼 얻는건가 싶더라구요. 온객행이 가짜 열쇠를 꺼내들었다는 건 갈왕에게 열쇠의 존재를 오픈했다는 거고, 그럼에도 진짜 열쇠를 숨겼다는 건 무고를 안 열겠다는 건데, 그럼 갈왕도 의부의 뜻이 이뤄지길 원치 않는 건가 싶었죠. 근데 그간 있었던 갈왕과 조경 사이의 애증의 서사를 생각하면, 의부의 뜻을 꺾으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성령이 보면서 그간 사부랑 온숙이랑 보낸 세월이 있는데, 어찌 온숙한테 침을 날리냐며 내적외침 작렬했는데, 그것조차 온객행이 짜둔 판이더라구요. 그럼 성령아, 너라도 사부한테 귀띔 좀 해주지 그랬냐ㅜㅜ 아주 자서 죽는 게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람 전가봐요. 근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서가 죽으면 객행이도 죽을 것 같고...더 이상 말하지 않으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객행이가 뿅하고 나타났는데, 그때 자서 표정이ㅜㅜ 놀라고, 다행스럽고, 허망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더라구요. 그 와중에 한켠에 서서 객행이가 부모 원한 풀고 복수하는 거 지켜보면서 뿌듯해 하는 거 보니 마음이 더 짠하고, 마지막에는 이걸 죽여 살려 이런 심정으로 성령이까지 챙겨서 가는 거 보며, 자서는 정말 보살이 되었나 보다 했어요. 객행이가 알아서 다 할 건데, 자서의 마음이 너무 지극하여 목숨만 앞당긴 상황ㅜㅜ 아, 저 상황을 나중에 알게 될 객행이도 걱정되고, 하. 조경한테 복수했는데 하나도 행복하지가 않아ㅜㅜ 그 와중에 막회양은 빌런 기운 스멀스멀 올라오고, 그래도 엽선배 나타나서 정리를 해주시네요.
사실 성령이 침 날릴 때까지만 해도 눈치를 못 챘는데, 객행이 죽은 이후 술자리부터 심신 표정이 내내 어두워서 뭔가 있겠거니 했는데, 생각해보니 사계산장 가는 도중 심신을 만났을 때 자서가 귀띔을 했었죠. 지금 오호맹주가 누구냐며 배후의 빌런이 조경일거라고 언급을 했었더라구요. 그럼 심신, 장성령, 고소령이 같이 있었으니 판짜기도 좋았겠죠. 근데 이 모든 걸 자서만 몰랐다니ㅜㅜ 하나뿐인 사제랑 제자가 본인 모르게 이 큰 일을 꾸몄는데, 그저 둘 다 무사한 게 다행인건지 양쪽에 하나씩 끼고 발걸음 재촉하죠. 그 와중에 엽선배가 객행이 또 어찌할까봐 칼 빼들고 가로막습니다. 어차피 목숨도 얼마 안 남은 상황 끝까지 지키련다 이런 심정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