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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13. 2021

[산하령] 지기애의 나라(8) - 엽백의를 파봅시다

중드 리뷰

※ 엔딩과 쿠키에 대한 내용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엽백의, 엽선배, 엽상선, 엽할배, 영감님, 늙은 요괴, 제가 드라마 초반부터 아꼈던 캐릭터인데, 엽백의 서사는 거의 파편처럼 흩어져있어서 주워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엽백의의 제자 용현은 극의 초반부터 죽은 걸로 나오고, 엽백의의 지기 용장청은 극의 말미에 죽은 게 밝혀지기 때문에 거의 엽백의 대사들로 엽백의 서사를 추측해야 했어요. 제대로 수습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한번 해볼게요.


일단 엽백의는 장명산에서 용장청, 용현이랑 같이 살았던 것 같아요. 용현이 용장청의 아들이기 때문에 용장청의 부인도 같이 은거했거나 아니면 용현을 낳고 떠났을 것 같아요. 드라마 상에서 용장청 부인에 대한 서사는 아예 나오지 않기 때문에 추측이 안 됩니다. 근데 엽백의 대사 속에 용장청의 부인이 등장하지 않는 걸 보면, 후자일 것 같아요. 그러니 세 남자가 장명산에서 은거하며 살았겠죠. 아마도 자서랑 객행이가 성령이를 키웠던 것처럼, 엽백의와 용장청이 용현을 키웠을 것 같아요. 엽백의가 장명산 시절을 회상하며 하는 대사 중에, 용현 그 꼬맹이를 나랑 걔네 아비가 너무 아껴서 그래, 이러거든요.


그리고 고독한 장명산 생활에 재미를 주기 위해 엽백의가 용현한테 온갖 무공 다 가르쳐준 것 같아요. 다만 육합심법만 가르쳐주지 않았죠. 육합심법의 비밀은 저도 아직 풀지 못했는데, 일단 위험부담이 굉장히 크고, 육합심법을 연마하며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죽을지, 두 사람 모두 살 수 있을지 일단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무공인 것 같아요. 엔딩에서 객행이가 죽은 줄 알았는데, 쿠키에서 살아난 걸 보면요. 그리고 엽백의가 용장청과 육합심법을 연마한 건 정말 어쩔 수 없어서 인 것 같아요.


그럼 이제 타임라인을 정리해봐야 해요. 용장청의 부인이 용현을 낳고 떠납니다. 그리고 엽백의와 용장청은 용현을 데리고 장명산에 은거해요. 근데 거의 자서급의 지장보살인 용장청이 악귀들을 갱생하기 위해 떠납니다. 그래서 귀곡을 만들고 맹파탕을 만들어서 악귀들에게 살길을 만들어주려 했어요.


그리고 이때 장명산에는 엽백의와 용현만 남았겠죠. 그리고 육합심법의 위험성을 알았던 엽백의는 용현에게 육합심법을 알려주지 않았고, 그걸 들고 용현은 튄 것 같아요. 그리고 강호를 떠돌며 오호맹 형제들이랑 무고 만들고, 무림비급 훔치고, 조경 음모에 독 당하고, 악봉아가 음양책 써서 살려냈는데, 미쳐버린 거죠. 그래서 오만 사람 죽이고 부인까지 죽이고 완전 멘탈 나가서 귀곡이 있는 청애산 근처까지 간 것 같아요. 근데 엽백의 대사에서 용현이 청애산 밖에서 죽었다고 하는 거 보면, 귀곡까지 가지는 못하고 그 앞에서 죽은 것 같아요. 아마도 아빠를 한척 앞에 두고 죽은 것 같은데, 이 사실을 엽백의는 용장청한테 끝까지 숨긴거죠.


여튼 그동안 귀곡에 있던 용장청은 악귀들을 갱생시키려면 그들을 제압해야 했기에, 엽백의의 표현에 따르면 육합마공을 익혔다고 하던데, 아마도 육합심법이랑 비스무리한 것 같아요. 근데 그 육합마공을 익히면서 용장청한테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이름이 마공이니 뭔가 주화입마에 빠졌다거나 이랬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엽백의는 용장청을 살리려고 육합심법을 꺼내든 것 같아요. 그래서 두 사람이 육합심법을 연마했는데, 용장청은 죽고, 엽백의만 살아남은 거죠. 그래서 엽백의는 원치 않게 불로의 삶을 살게 됐는데, 고통스럽고 고독했겠죠. 제자도 죽고, 지기에게 아들의 죽음을 비밀로 했는데, 그 지기마저 죽은 거죠. 극중에서 엽백의를 산송장이라고 표현하는데, 얼음과 눈만 먹으면서 그렇게 산송장처럼 살았을 것 같아요. 자서랑 객행이는 같이 있다지만, 엽백의는 홀로 그렇게 긴긴 세월을 살아왔겠죠.


그리고 고숭이 장명산으로 보낸 오호맹의 산하령을 보고, 강호로 내려온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이때 불로의 삶을 끝낼 마음을 먹은 것 같아요. 강호로 오자마자 겁나 먹잖아요. 속세의 음식을 먹으면 노쇠해져 죽는 선인인데, 다 먹고 죽겠다 이런 심정으로 대식합니다. 그리고 엽백의가 귀곡을 멸하겠다고 하는 건, 악귀들을 갱생시켜 결국 귀곡이 필요치 않은 세상을 원했던 용장청의 유지를 받든 것 같아요.


근데 이 과정에서 자서와 객행이를 만난 거죠. 객행이가 20년전 사건의 진실을 알고자 유리갑 기타등등 일 벌이고 있다는 걸 눈치 챈 엽백의는 얘네들 따라다니면 제자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겠군, 이럼서 같이 용연각까지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용현의 죽음에 얽힌 사연과 무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견여옥이 희생한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객행이가 그 견여옥의 아들이란 것도 알게 되죠. 그래서 제자의 빚 갚는 심정으로 원하는 거 말해봐라 이랬더만 자서만 살려달래요.


그래서 대무 찾으러 갔다가 객행이가 귀곡주인 거 알게 됩니다. 그래서 가타부타 따질 것 없이 때려죽이려고 했는데, (이 이분법적인 할배;; 귀곡 멸하겠다 → 귀곡주 죽이겠다로 연결된 것 같아요.) 자서의 조목조목 반박에 할 말 없어져, 그럼 사계산장에서 회개하면서 살아라, 이러고 떠납니다. 강호에서 보이지 마라, 보이면 너 죽일거다, 이렇게 협박까지 했는데, 객행이가 제 발로 찾아와 도와달라 한 거죠. 제자 때문에 친구가 희생했는데, 그 친구의 아들이 귀곡주가 된 기구한 상황에서 하늘의 뜻인갑다, 하고 객행이 도와주기로 합니다.


객행이랑 이미 얘기 다 됐는데, 갑자기 자서가 나타나서 같이 죽겠다하니 식겁해서 자서 구해요. 그리고 평안객잔에다 자서 갖다 놓은 것 같아요. 일단 이쪽 편인 척해야 하니 무림인들이랑 술자리도 갖습니다. 근데 그 와중에 자서 못 빼고 오만 사단이 다 일어나요. 그리고 영웅대회 말미에 짠하고 나타나서 약속대로 상황수습 해주고, 용현이랑 용장청 합장해주러 떠납니다. 근데 천인합일의 경지에 이르면 천리밖까지 내다볼 수 있는지, 자서 목숨 얼마 안 남은 거, 객행이 부상당해 위험한 거 어찌 알고 쫓아옵니다.


그리고 객행이 부상치료해주고, 나 죽기 전에 아무도 죽지 마라고 으름장 놓습니다. 그리곤 자서 살릴 방법 있다, 대신 니 목숨 걸어야 한다고 하니, 객행이가 넙죽 바라던 바라고 해요. 그래서 육합심법을 전수한 것 같아요. 아주 두 놈 다 서로를 위해 죽겠다 난리입니다. 한놈은 뛰어내리고, 한놈은 자기 목숨 갖다 바치겠답니다. 근데 그 육합심법이라는 게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다면 두 사람 다 살 수 있는 비기가 숨어 있나 봐요. 근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객행이한테 알려주지 않은 것 같아요. 일단 가서 니네가 해봐라, 이러고 보낸 것 같아요.


반쪽 정보만 안고 자서 따라온 객행이는 정말 자신은 죽고 자서를 살릴 작정으로 온 거죠. 자서 머리에서 비녀 뽑아 짠하고 무고를 여는데, 객행이가 무고의 열쇠인 비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20년 넘게 무고의 비밀을 숨긴 건, 무고의 위치를 모르기도 했고(근데 귀곡주였으니 알아내려면 알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끝까지 무고의 비밀을 지키고자 한 부모의 유지를 받든 것 같아요. 결국 자서 살리려고 그 무고를 엽니다. 근데 또 모른 척하고 무고 어슬렁거리다가 엇! 여기 육합심법이 있네? 우리 해보자, 이러고 육합심법 연마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온객행 가면을 쓴 객행이랑 견연 본체가 구분되서 보일 지경인데, 능글맞은 말 하면서 무고 어슬렁거릴 때까지만 해도 온객행 가면 쓰고 있다가, 일단 자서 꼬드겨서 자리잡고 앉아서는 견연 본체로 돌아온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후각, 미각, 촉각을 잃은 자서의 경우 연마도중 청각, 시각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으니, 아서, 아서, 불러서 못 듣는 거 확인하고 그때서야 고백하죠. 이제라도 말하면 속인 거 아니지? 남겨지는 게 가장 고통스럽지만 네가 사형이니깐 양보해줘, 이러고 스르르 자서의 손에서 빠져나가요. 그리고 자서는 뒤늦게 백발이 된 객행이 보고 손에서 빠져나가는 거 자각하고 부랴부랴 손을 붙든 것 같아요. 근데 그냥 내 목숨 따윈 없는 객행이와 자서는 그 비기 때문에 둘 다 육합심법을 연마하고 살아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런 쿠키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해피엔딩을 이리 조각조각 주워담아서 꾸려야 하는 중드 애청자의 비애ㅜㅜ


저는 이제와 생각해보니 자서와 객행이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자면, 열번루에 올라 안길사현 바라볼 때인 것 같아요. 그때 고산유수 시도 짓고, 각자 마음속으로 지기로 함께하고 싶다 생각하며 처음으로 마음이 통했던 때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 객행이는 자서가 시한부인줄 몰랐고, 자서는 앞으로 2~3년이라도 이렇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냥 서로의 목숨에 대해 걱정없던 시절이 가장 행복해 보일 지경. 그래서 뭔가 음악도 평화롭고, 풍경도 평화롭고, 두 사람의 뒷모습도 평화롭고 그랬던 것 같네요. 아름다웠던 때를 회상하며...


파편들을 끌어모아 처음부터 끝까지 추측으로 거의 창작한 느낌이긴 한데, 그냥 재미로 봐주세요. 이만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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