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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14. 2021

SKAM 프랑스(시즌3)

너무 어둡지도 너무 밝지도 않은 유럽산 청춘물

이 시리즈도 꽤나 유명한 시리즈인 것 같아요. 노르웨이가 원작이고,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버전이 따로 있을 정도로, 유럽을 휩쓴 청춘물이라고 해요. 저는 프랑스판을 보았어요. 등장인물이 여러 명이고, 시즌별로 메인 주인공이 있는 형식이에요. 시즌3는 뤼카와 엘리오트의 이야기인데, bl이라기보단 퀴어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아시아권인 대만, 태국, 필리핀 등의 bl과는 다른 시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차차 SKAM 시리즈도 시즌별로 챙겨볼 예정인데, 일단 시즌3를 본 느낌으로는 건전하지는 않은데 희망찬 느낌이에요. 일단 음주, 대마초, 파티가 일상이니 건전할 수는 없고, 주시청자가 10~20대일테니 세상에 대한 희망의 여지는 남겨뒀구나 이런 느낌이 들어요. 만약 이게 어른 버전의 이야기였다면 더 우중충하고 암울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선 주인공 뤼카는 자신의 성적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다 우연히 치명적으로 매력적인 남자 엘리오트를 만나게 되죠. 그러나 자신이 게이인 걸 부정하고 싶고, 종잡을 수 없는 엘리오트의 마음은 더더욱 알 수 없기에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되요. 아마도 후자의 이유가 뤼카의 심경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그래서 일부러 센척도 하고 썸녀인 클로에를 이용하기도 해요. 그리고 의도치 않게 게이인 룸메이트 미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죠.


예로부터 너무 매력적인 남자는 위험한 법이랬거늘 엘리오트가 딱 그런 유형의 남자예요. 일단 거의 보호자에 가까운 여친이 있고, 그러면서 뤼카와도 교류를 나누며, 여친과 헤어질 것처럼 하면서 다시 돌아가고, 그래놓고 뤼카에게 그림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여러모로 뤼카에게 혼돈을 제공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자신이 이용당했다고 생각한 클로에가 뤼카가 게이임을 아웃팅하고, 뤼카는 엘리오트와의 관계도 답보 상태인 가운데 커밍아웃을 해야하는 상황이 와요. 근데 이 과정이 유럽답게 매우 성숙하고 건강합니다. 뤼카가 심정적으로 괴로워하는 건 엘리오트가 주요인이지, 커밍아웃의 과정은 비교적 순조로운 편입니다.


일단 남사친, 여사친 할 것 없이 뤼카가 벽장을 깨고 나온 것을 축하하고 인정해요. 베프인 얀과는 덜컥거리지만 뤼카가 게이임을 받아들이지 못해서가 아니라, 베프인 자신에게 뤼카가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던 것에 섭섭했던 거예요. 심지어 아웃팅했던 클로에와도 서로 사과하며 아름답게 마무리해요. 가장 큰 난관인 가족에게도 망설이다 고백했는데, 여전히 널 사랑한다는 회신을 받죠.


그럼 이제 남는 것은 엘리오트와의 관계인데, 이 부분이 난관입니다. 큰 스포를 하자면 엘리오트가 저리 불안정했던 것은 조울증 환자였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보호자에 가까웠던 여친과의 관계도 끊을 수 없었던 거고, 뤼카가 엄마 얘기를 하면서 내 인생에 미친 사람은 필요 없다는 말에 스스로 물러섰던 거죠. 그렇지만 뤼카를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던 거예요.


큰 소동 후에 엘리오트가 조울증 환자임이 밝혀지고, 결국 엘리오트가 뤼카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여친이 뤼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여기는 엘리오트를 사이에 둔 전여친과 현남친의 관계마저 성숙하고 건강합니다. 물론 여친이 엘리오트와 뤼카 사이를 지나가는 열병이라며 무시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엘리오트를 사랑했기에 엘리오트의 마음을 가장 잘 알 수 있었던 거죠.


약간 간병인이 환자를 인계하는 듯한 팁을 주는 것 같지만, 수많은 주의사항을 알려준 후 가장 중요한 거라며 행복한 순간을 즐기라고 해요. 그런 순간이 올 거야. 아주 많이, 라며 연인이었던 사람이 현재의 연인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당부의 말을 남겨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한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둘의 관계가 앞으로도 쉽지는 않겠지만, 사랑한다면 상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극단적인 예를 들어 표현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은 다음 시즌의 주인공인 이만을 비춰주는 것으로 끝나요. 이만은 시즌3에서 뤼카와 종교적인 문제로 설전을 벌였던 친구죠.


처음에는 엘리오트가 너무 잘 생겨서 헉했는데, 보다보면 뤼카가 참 잘 생겼어요. 그리고 시즌3에서는 조연이었지만 다른 시즌에서는 주인공일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궁금해서 시리즈를 다 볼 것 같아요. 아마 시즌별로 여러 주제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일단 유럽 작품들은 때깔부터 다른데, 예전에는 필름으로 찍었으니 필름이나 기후에 영향을 받았겠지만, 요즘은 다 디지털로 찍을텐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여튼 화면 때깔이 시크하고, 연출도 세련된 편입니다. 특히 엘리오트가 뤼카를 데리고 처음으로 터널에 갔을 때의 연출이 인상적이었어요. 앞으로 펼쳐질 뤼카와 엘리오트 관계에 대한 서막같은 느낌이었달까요. 불안정하지만 아름답고, 위험하지만 놓을 수 없는?


서사적으로는 중간중간 엘리오트가 왜 저러는지, 얀이 왜 저러는지 짐작은 가능해요. 그러나 하이틴물답게 깔끔하게 풀어나가는 편입니다. 10대 청소년의 성적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그걸 깨고 나오는 과정, 사랑과 관계에 대한 고민과 그걸 지켜내는 과정이 녹아들어 있어요. 로맨스에 치중한 아시아권 bl과는 달리 보다 현실적인 면을 두루두루 담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럼 이만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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