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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14. 2021

SKAM 프랑스(시즌 4,5,6)

시즌이 거듭될수록 빠져드는 이야기

SKAM 프랑스 후반부 시즌들을 보았습니다. 순서상으로는 시즌4→시즌6→시즌5 이런 식으로 봤어요. 그리고 시청이 괴로웠던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시즌6→시즌5→시즌4였어요. 근데 희한하게 좋았던 순서도 괴로웠던 순서와 같았습니다. 뤼카와 엘리오트의 이야기인 시즌3는 이전에 먼저 보고 글을 썼었고, 시즌3가 다음시즌의 주인공인 이만을 비춰주면서 끝났기 때문에 시즌4부터 보았습니다.


시즌4는 사실 굉장히 답답한 이야기예요. 주인공인 이만은 흑인여성이자 무슬림으로 제약과 억압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제약들은 외부적인 요인이기도 하지만, 종교인으로써 이만 스스로 만든 내부적인 억압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시즌4를 이끌어가는 주요 갈등들도 이만 내부의 결정들로 이루어져요.


이만의 내부적인 갈등의 시발점이 되는 건 소피안이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든 생각은 소피안은 그저 계기일 뿐이고, 이만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KAM 시리즈의 특징인 것 같아요.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깨닫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요.


그리고 이만을 규정하는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는 여성이라는 것과 인종과 종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만은 자신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이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자신을 경계인이라고 느끼는 건 시즌5, 시즌6으로 거듭될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이만은 소피안을 사랑하지만, 소피안은 아랍계의 무신론자입니다. 이슬람의 율법 중에 무슬림 여자는 무슬림 남자와만 결혼해야하는 규정이 있나 봐요. 그렇지만 무슬림 남자는 그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 같아요. 같은 종교인이라도 여성이기에 더 많은 제약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만은 소피안에게 선을 긋고, 자신 안으로 숨어버립니다.


근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사랑이 자신이 뜻대로 제어가 된다면 사랑이 아니겠죠. 이만은 소피안을 포기했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고, 그게 밖으로 표출되다보니, 결국 가족들과 친구들과도 사이가 틀어져요. 계속 틀어지고 어긋나는 이만을 보며 불안했지만, SKAM 시리즈는 친구들이라는 안전망이 있습니다. SKAM의 친구들은 시리즈 내에서 갈등하고 틀어지기도 하지만 쉽게 깨지지 않아요. 그리고 그래서 청춘물답고 희망이 있다고 느껴져요.


그리고 매시즌마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보건선생님이 있어요. 진단도 처방도 어설프지만,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학생들에게 필요한 말을 흘리듯이 해요. 그럼 학생들은 저 선생님이 저 얘기를 왜 하나 이런 표정으로 듣고 있어요.


시즌3에서는 내가 얘기 하나 해줄게 이럼서 자신은 남편(혹은 연인) 제롬에게 뭐든 말할 수 있다고 하죠. 그리고 뤼카에게도 너만의 제롬을 찾으라고 해요. 시즌4의 이만에게는 내가 제롬 얘기했던가, 그럼 유세프 얘기도 안 했겠네? 이럼서 터키남자 유세프와 도망쳤던 이야기를 해주죠. 그러면서 서로 사랑한다면 어떤 것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사실 저 경험들이 실제 일어났던 일인지, 제롬이나 유세프가 실존인물인지도 모르겠지만, 보건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묘하게 안도감이 들어요.


그리고 이만 역시 보건선생님의 말을 이해하고,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소피안과 함께하기로 결정하죠. 그리고 마지막 이만의 집 파티에서 다프네의 불안한 얼굴을 비춰주는데, 그래서 시즌5 건너뛰고 시즌6부터 봤습니다.


시즌6은 다프네의 동생 롤라의 이야기예요. 그리고 굉장히 아프고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롤라는 고전 희곡의 주인공처럼 아름답고도 비극적이고 장엄한 여주인공이에요. 그리고 롤라의 문제는 근원적이고 반복적이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습니다. 일단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우울증과 중독문제예요. 롤라는 여러 중독에 시달리는데, 알콜, 마약, 자해 등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했고, 집으로 돌아온 현재는 자신도 달라지려 노력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라는 근원적인 괴로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롤라의 표면적인 중독문제는 여기서부터 파생된 것 같아요. 언니인 다프네와 아빠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은 가족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신을 친딸처럼 키워준 티에리와도 불화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자신을 가족들과 이어주던 유일한 연결고리인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더 심해져요.


그리고 이 시기쯤 마야라는 매력적인 여자를 만납니다. 마야는 롤라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지만, 내면이 건강한 것 같아요. 둘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롤라로 인해 자꾸 엇나갑니다. 물론 롤라도 그걸 원한 건 아니에요. 자꾸 유혹에 빠지게 되고, 쉽게 무너져버리는 자신을 롤라 스스로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또 잘못을 저지르는 악순환인거죠. 그리고 여기서부터 롤라와 엘리오트와 엮입니다.


시즌제 드라마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전 시즌의 주인공이자 조울증 문제가 있었던 엘리오트가 우울증과 중독문제를 가진 롤라에게 공감하고 도움을 주려 합니다. 근데 둘이 만나 도움이 되기도 하고 문제가 불거지기도 해요. 그러나 자신이 주변 모두에게 상처만 준다고 생각한 롤라를 엘리오트가 찾아내기도 하죠.


마지막회에서는 다프네, 롤라 두 자매 때문에 결국 울컥했어요. 그리고 담배를 물고 롤라 앞에 나타난 보건선

생님은 자기도 금연을 14번이나 시도했었다고 말해주죠. 그리고 재발은 당연하다며, 끊을 의지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요. 시즌3에서는 뤼카의 이름을 몰라서 한참 헤매고, 시즌4 이만에게는 폐경이나 콘돔 등 변죽을 울리다가 본론으로 들어간 것과는 달리, 롤라의 이름은 바로 기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선생님은 맞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퇴학당했다는 롤라에게 나도 짤렸다가 복직한 거라며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면서, 설마 롤라를 기다린건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근데 그런 캐릭터는 아니긴 하죠.


롤라가 주연을 맡고, 엘리오트가 감독한 영화를 상영하는 걸로 끝맺는데, 시리즈 중 시즌6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리고 연출이 굉장히 감각적이에요. 감독은 같은 것 같은데, 시즌5와 시즌6이 유달리 연출이 감각적이고 좋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시즌6까지 보고나니, 건너뛴 시즌5도 봐야겠더라구요. 시즌5는 뤼카의 친구인 아르튀르의 이야기예요. 앞시즌을 볼 때만 해도 그냥 괴짜친구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시즌5를 보고나니 아르튀르가 시리즈 전체의 진짜 남자주인공처럼 느껴졌습니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경계인의 정체성을 가장 강렬하게 가진 게 아르튀르거든요. 그리고 아르튀르의 결말은 다른 시즌의 주인공들과도 좀 다르죠.


아르튀르는 얼마 전 사고로 돌발성 난청이 와 오른쪽 귀가 안 들립니다. 근데 이미 왼쪽 귀의 청력은 상실된 상태고, 2년반 전부터 그 사실을 숨겼다는 게 밝혀지죠. 그리고 이미 이때부터 아빠한테 맞았겠구나 짐작이 됐어요. 아르튀르가 왼쪽 귀가 오래전부터 안 들린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극구 알리지 않길 원했거든요.


시즌4 마지막 이만의 집 파티에서 아르튀르와 알렉시아가 키스를 하더니, 시즌5에서는 어느새 사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르튀르의 오른쪽 청력마저 회복되지 않고, 아르튀르는 보청기를 껴야 하는 상황이 와요. 그리고 장애인이 된 자신을 애인과 친구들이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겉돕니다. 그러면서 수영장에서 농아인 노에를 우연히 만나게 되요. 두 사람이 수영장 물속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이 엄청 감각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아르튀르는 노에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삶에 한발씩 들여놓게 되고, 노에에게도 점점 호감을 느끼게 되요.


아르튀르의 사정을 알게 된 알렉시아와 친구들은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려 애쓰지만, 이미 아르튀르의 삶은 완전히 변해버렸습니다. 아르튀르도, 알렉시아도, 친구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애쓰지만 자꾸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죠. 그리고 청력의 70%가 상실된 자신의 상황을 아르튀르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 아르튀르를 노에는 경계인이라고 표현해요. 청인도 농아인도 아니라는 의미로요.


아르튀르와 노에 두 사람의 첫만남처럼, 이후 수영장 물속에서 키스를 할듯 말듯 하는 장면도 인상적인데, 방해꾼들이 물속으로 뛰어들며 탁하고 음악이 바뀌죠. 이처럼 시즌5에서는 음향적인 효과도 잘 살리고 있습니다. 아르튀르가 보청기를 뺐을 때는 시청자들도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먹먹한 소리로 극중 소리들을 듣게 돼요. 그리고 아르튀르가 보청기를 끼면서 본래 음질로 바뀌죠. 단순히 극중 대화나 말소리뿐만 아니라 도시의 소음이나 보청기를 끼는 소음까지 표현됩니다.


그리고 아르튀르는 사랑에 있어서도 경계인이에요. 알렉시아를 사랑하면서 노에 또한 사랑하죠. 극 초반에 아르튀르가 알렉시아에게 말해요. 너처럼 힙한 애가 왜 나처럼 시시한 애랑 사귀냐고. 아마도 아르튀르에게 알렉시아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준 친구같은 애인이었던 것 같아요.


반면 노에는 청각장애인의 삶을 먼저 경험한, 그래서 현재의 자신을 공감하는 유일한 상대입니다. 그래서 노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아빠로 인해 청력이 손상된 기억까지 털어놔요. 그리고 빛나는 고요의 세계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죠. 극중 아르튀르가 둘 모두를 사랑한다고 표현하는데, 정말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자신부터 현재의 자신까지 사랑해주는 알렉시아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고, 노에에게 끌리는 마음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은 아르튀르는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아요. 두 사람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아르튀르를 보며, 결국 울컥했습니다. 그리고 아르튀르는 혼자 있기를 택합니다.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요. 다른 시즌의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이와 이루어지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것과는 다른 결말이죠.


그리고 공원 벤치에서 보건선생님도 만나요. 그리고 보건선생님은 자신이 엄마한테 맞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갈라서야 한다며 그 사람의 그늘에서 벗어나라고 이야기기하죠. 아르튀르의 이비인후과 담당의와 키스를 하며 등장했으니, 두 사람이 연인사이인 것 같은데, 의사선생님이 이전에 언급했던 제롬인지는 모르겠어요.


순서를 이렇게 봐서 그런건지, 시즌5 마지막에 등장인물들이 그림자 그림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엔딩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나 올해 초에 프랑스에서 시즌7도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시즌이 거듭될수록 이야기나 연출이 좋아지니, 시즌7도 궁금해지네요. 이만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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