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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14. 2021

SKAM 프랑스(시즌1,2)

시리즈의 처음으로 되돌아가다

저의 SKAM 프랑스 시리즈 시청 순서를 쭉 나열하자면, 시즌3→시즌4→시즌6→시즌5→시즌2→시즌1 이런 식으로 봤습니다. 시간 순서대로 본 게 아니라 그냥 땡기는 순서대로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효과를 느꼈냐하면, 마치 정주행을 마치고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뒤의 이야기를 알고 있으니, 그리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재밌었냐 하면 재밌었습니다.


그러나 시리즈 전체를 놓고 보자면 시즌1,2가 제일 약하고 재미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뒤의 이야기를 알고 있으니 퍼즐맞추기식으로 보는 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굳이 둘 중에 비교를 하자면 시즌2보다는 시즌1이 더 재밌었어요. 아무래도 시리즈의 시작이고, 등장인물들이 얽히면서 관계를 형성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시즌1의 주인공 엠마도 매력적인 캐릭터죠. 약간 시즌5의 아르튀르를 떠올리게 했어요. 두 사람의 결말도 결이 비슷해요.


사실 시즌2를 시즌1보다 먼저 본 이유는 어느 리뷰에선가 시즌1은 노잼이고, 시즌2가 재밌다고 해서 시즌2부터 본 건데, 저는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시즌2의 재미가 제일 덜했습니다. 시즌1로 시리즈의 포문을 그리 열어놓고, 시즌2로 들어서며 그저그런 하이틴로맨스로 전락해버려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시즌2의 주인공 마농과 샤를이 제게는 크게 매력적이지 못했습니다. 물론 시즌2 후반이나 시즌1까지 보고나니 마농도 꽤 괜찮은 여자이긴 했으나, 시즌3나 시즌4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닥이었거든요.


일단 마농은 자기모순적인 캐릭터예요. 마농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모순적인데,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생각해보자면, 장르의 혼합 때문인 것 같아요. 일단 마농은 성장하는 청춘물의 주인공이자, 하이틴로맨스의 여주입니다. 그래서 전자를 따르자면 캐릭터가 입체적이어야하고, 후자를 따르자면 캐릭터가 평면적이어야 매력이 사는데, 이 두 개가 섞여 있으니 뭔가 매력적이지가 않아요.


그리고 이건 이후의 시즌들에서도 그래요. 시즌4에서 이만이 소피안을 좋아한다는 걸 짐작하면서도 소피안과 데이트를 하길래, 흠, 싶었는데, 시즌2에서 다프네와도 비슷한 상황이었더라구요. 근데 그냥 저런 애야, 이렇게 여기기엔 우린 마농의 다른 부분까지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즌3에서 뤼카에게 은근히 커밍아웃을 종용하는 모습을 보여서, 흠, 싶었는데, 시즌1에서는 뤼카의 대화 상대가 되길 청하기도 하고, 시즌2에서는 뤼카에게 방을 내주기도 하죠. 근데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기보다 매력적이지 않게 만드는 것 같아요.


샤를도 마찬가지예요. 시즌1에서는 거의 망나니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시즌2에서는 순정남입니다. 물론 로맨스의 공식을 따르자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서 변한 걸 수도 있겠죠. 근데 이게 장르의 혼합으로 인해 체감적으로 와 닿지 않습니다. 그리고 로맨스 남주답게 막장스러운 가족사와 불행한 어린시절의 기억이 있습니다. 첫만남에서 마농이 그걸 건드려서, 마농에게 꽂힌 것 같아요. 정말 로맨스스럽죠. 그리고 망나니였긴 하지만, 알고보면 상처가 있고 좋은 녀석이었다는 것도 지극히 상투적입니다. 근데 이런 캐릭터가 성장하는 청춘물의 주인공이니 역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시즌에서 샤를은 거의 무매력이예요.


물론 정반대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하고, 막장스러운 고난을 거쳐, 둘 모두 성장하는 스토리는 맞는데, 왜인지 와닿지는 않더라구요. 그리고 마농이 겪는 고난이 여자로서 정말 괴로운 고난이어서 불편하기도 했어요. 그에 대한 애인인 샤를의 반응이 그래서 했어? 안 했어? 라거나, 니 사진 가진 사람 짜증나게 하지 말라는 니콜라의 협박 때문에 더 불편했던 것 같아요.


근데 이건 시즌1의 엠마도 비슷하죠. 바람을 피운 건 남녀 모두인데 유달리 여자만 비난받습니다. 심지어 애인인 얀에게도요. 그래서 아무리 유럽이라도 여자로 사는 건 힘든 일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캐가 주인공인 시즌들은 더 우울하고 힘들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시즌2에는 보건선생님이 등장하지 않아요. 아마도 시즌1에서 두 번 등장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하이틴로맨스 성향이 짙은 시즌2에서는 보건선생님이 개입할 여지가 적었겠죠. 여튼 시즌2가 흡족하지 않아 후반부 시즌들의 아름다운 기억만 간직한 채로, 여기서 멈출까 생각도 했으나 도장깨기가 코앞이라 시즌1도 보았습니다.


시즌1의 주인공은 엠마입니다. 이후의 시즌에서 뭔가 심드렁하고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그럼에도 가끔 선문답같은 말을 던지던 친구였는데, 주인공인 엠마는 시리즈의 정체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시즌에서 얀과 사귀었다는 언급만 되다가, 막상 시즌1에서 얀과 사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낯설더라구요. 그리고 왜 엠마가 얀에게 미련을 가지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엠마는 절친인 잉그리드의 애인 얀과 사랑에 빠져, 친구들을 잃었어요. 아무리 애인이 사랑을 준다한들 친구들로 채워지는 것과는 다르고, 그래서 공허함을 느껴요. 시즌1에서는 공허한 엠마의 옆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얀과의 시작이 불안했다보니 끊임없이 얀을 의심합니다. 그즈음 전학생 마농과 가까워지고, 다프네와 파티를 준비하며, 알렉시아, 이만과도 점점 친해져요.


파티를 주최하며 약간 무리한 계획들도 세우는데, 오랜만에 얻은 친구들을 잃을 수 없는 엠마는 그런 계획에 응합니다. 얀을 얻은 대신 자신의 친구들을 잃고, 이후 얀의 친구들과 함께하며 엠마는 그간 외로웠을 것 같아요. 그래서 얀과 친구들 사이에서 위태로워 보여요. 파티를 성황리에 개최하기 위해 킹카들을 초대해야 했고, 하필 학교의 킹카무리 중 한명인 알렉스가 엠마에게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었죠. 친구들은 알렉스가 학교의 킹카 샤를을 데리고 파티에 올 정도만 관심을 보이라고 해요. 그래요, 그놈의 샤를이 언제나 문제입니다.


사실 엠마는 알렉스에게 관심이 1도 없는데, 오히려 얀을 의심하다가 알렉스와 키스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즌1에서만 해도 샤를과 같이 알렉스도 망나니였기 때문에 아무하고나 키스를 하고 다니는 놈이었죠. 그러나 시즌이 거듭될수록 엠마와 알렉스의 관계도 변합니다. 사실 알렉스가 변한다고 봐야겠죠. 이후의 시즌을 보면 알렉스가 정말 엠마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나 그 한번의 키스가 계기가 되어 엠마는 얀을 잃습니다. 얀에게 솔직하게 말하려 했으나, 뤼카의 조언으로 말하기를 포기하죠. 그리고 이후에는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요. 물론 이후의 시즌에서는 알렉스의 전여친 카미유와도 교류하는 엠마지만, 시즌1에서만 해도 카미유에게 공격받고, 얀에게도 비난받죠. 그리고 이때 뤼카는 얀을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엠마와 얀 두 사람을 방해한 거죠. 근데 엠마는 뤼카의 그 비밀을 끝까지 지켜줍니다.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지만, 이런 면 때문에 엠마가 매력적인 것 같아요.


엠마에게 모진 말을 쏟아낸 얀이지만, 엠마가 다시 돌아오길 바랐던 것 같아요. 근데 엠마는 일련의 사건들 이후 진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혼자이기를 택합니다. 물론 쿨하지는 못해요. 이후의 시즌에서 얀에게 굉장히 미련을 갖거든요. 근데 그런 찌질한 모습조차도 저는 좋더라구요.


그리고 뒤의 시즌부터 보고 시즌1을 보면 뭔가 마음이 짠해집니다. 시즌6까지 얀과 엠마는 다시 닿지 못하거든요. 얀이 엠마 이후로 안나, 끌로에를 만나고 헤어지는 동안, 엠마는 알렉스와 알쏭달쏭한 관계만 유지하다가 그마저도 끝납니다. 그리고 시즌6까지도 아직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시리즈의 첫 주인공이자 아픈손가락 같은 엠마예요.


그리고 시즌1까지 보고나니 든 생각은 엠마가 진정 원했던 것은 얀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렇다면 좀 슬퍼집니다. 시즌5의 아르튀르와 알렉시아가 헤어졌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면, 시즌1의 얀과 엠마는 이제는 그 호감마저도 많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럼 우리 엠마는 어디 가서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야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그렇기에 시리즈의 정체성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갖지 못했기에 찾아야 하고, 후회하기에 성장하는 게 청춘이니까요.


그리고 시즌1에서 친구들 사이의 주요 갈등인물은 다프네입니다. 시즌6까지 보면 다프네도 굉장히 깊이 있고 입체적인 캐릭터인데, 시즌 초반만 해도 아직 미성숙하고 불안정합니다. 그래서 샤를같은 놈한테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마농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더 꼬이죠. 여튼 다프네로 인해 보건선생님이 시즌1에서 두 번 등장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캐릭터의 매력이 크게 살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아마도 자기 경험에 빗댄 이야기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치만 여캐들과 보건선생님이 대면하고 있는 장면은 좋더라구요. 그리고 캐릭터 특유의 무덤덤하게 안도감을 주는 것도 여전합니다.


긴 호흡의 중드와는 달리, 시즌제의 장점을 살려 땡기는 시즌부터 뒤죽박죽 본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보며, 시간순서별로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이만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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