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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17. 2021

[소년시절의 너] 다시 보아도 아프다

영화리뷰

‘소년시절의 너’는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었는데, cinef에서 방영을 해주길래 다시 보았습니다. 올해 다시 재개봉도 한 것 같더라구요.


처음 봤을 때는 지금처럼 중드를 볼 때가 아니어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감독과 주동우 배우가 다시 만난 작품이라는 정도만 알고 봤었어요. 그리고 관람 후에 남주가 인상적이어서 찾아봤더니 아이돌 출신이었구나 이럼서 놀란 정도였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그 이양천새가 ‘장안12시진’ 남주인 것도 알고, 중견급 배우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도 알지만요.


그리고 이번에 다시 보면서 찾은 건, 장요 배우가 첸니엔의 친구인 조연으로 나왔더라구요.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어서 스치듯이 봤던 역할인데, ‘일촌상사 : 나의 소녀’를 본 이후에 영화에서 만나니, 반 전체를 스윽 훑어주는데도 바로 알아보겠더라구요. 중드 중독이 이리 무섭습니다.


여튼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소년시절의 너’는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진한 멜로가 섞여 있는 강렬한 작품입니다. 처음 봤을 때도 가슴이 통으로 뻐근할 정도로 아팠는데, 다시 보아도 아팠습니다. 이게 아무리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해도 독감을 피해가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면역력이 없을 때는 심하게 앓지만, 면역력이 생겼다고 해도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니까요.


주인공 첸니엔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첸니엔 반 학생 중 한명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학교 난간에서 떨어집니다. 그런데 전교생이 빙 둘러싼 채 자살한 학생을 촬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중국 특유의 학교 구조, ‘ㄷ’자 형태라고 해야 할까요, 여튼 그런 구조에서 내려다보는 시선들 때문에 뭔가 더 적나라하고 위압적으로 느껴져요.


첸니엔은 그 학생에게 자신의 옷을 벗어서 덮어줍니다. 그날은 첸니엔과 그 학생이 같이 우유 당번을 한 날이었고, 그 학생은 첸니엔에게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느냐며 물음을 던진 날이었죠. 그게 첸니엔의 행동에 계기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이후의 첸니엔의 행동들을 보면, 첸니엔은 그저 행동할 뿐인데 상황은 자꾸 악화되거든요.


저리 옷을 덮어준 행동 때문에 첸니엔은 경찰의 조사를 받고, 괴롭히는 무리들의 표적이 됩니다. 그리고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하죠. 이후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황들입니다. 경찰은 큰 도움이 못 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며, 말단 교사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선에서 마무리 되죠. 그저 이렇게 흘러가는 영화라면 이 영화가 특별하지 않겠죠. 여기에 멜로가 섞여 듭니다.


그 시기쯤 첸니엔은 길거리에서 패거리들에게 폭행당하는 소년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패거리들한테 잡혀요. 돈도 뺏기고, 휴대폰 액정도 깨지고, 패거리들의 강요에 의해 그 소년과 뽀뽀까지 하죠. 이때도 첸니엔은 그저 행동했을 뿐입니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으니 경찰에 도움을 청하려 했던 건데 상황이 또 꼬인거죠.


근데 이게 마냥 안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게, 이것이 첸니엔과 베이가 처음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거든요. 그리고 아마도 이 첫만남에서 베이는 첸니엔에게 반한 것 같아요. 돈도 돌려주고, 휴대폰도 고쳐주고, 보호해주겠다는 제안도 하죠. 그러나 첸니엔은 베이와 자신은 다른 세계 사람이라 생각하고 무시합니다.


첸니엔이 베이의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공식적인 루트, 즉 학교나 경찰, 혹은 어른들의 보호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죠. 두 사람은 어른들이 보호해주지 않는 세계에서 서로 지켜주며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자연스러워요. 서로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유일한 상대거든요.


베이는 늘 첸니엔의 몇 발짝 뒤에서 걸으며 첸니엔을 보호하려 합니다. 이 정도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첸니엔을 괴롭혔던 우두머리를 위협하여 상황이 악화되죠. 이 영화에서는 앞에서 있었던 작은 행동이 복선이 되어 뒤의 상황들이 굴러갑니다. 주로 안 좋은 쪽으로요. 그래서 그냥 스쳐지나가는 행동들도 쉬이 봐지지 않아요. 베이의 그 작은 위협이 결국 첸니엔에게 큰 위협이 되어 돌아오는 식이예요.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는 베이가 용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느라 자리를 비운 그 하룻밤 사이에 결국 첸니엔이 크게 다쳐요.


그리고 중반을 넘어서며 영화는 범죄추리물로 색을 바꿉니다. 그러나 둘의 멜로는 더 강렬해지죠. 이후는 스포일러가 되기에 이만 줄이겠습니다.


재관람시에도 같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는데, 그냥 평범한 대사예요. 평소처럼 몇 발짝 뒤에서 걷고 있는 베이에게 첸니엔이 묻죠. ‘그럼 넌 뒤에서 뭐해?’ 베이가 대답해요. ‘아무것도 안 해’ 왜 늘 이 장면, 이 대사에서 눈물이 나는지 모를 일이예요.


증국상 감독은 원래 배우였다고 알고 있는데,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도 그렇고, ‘소년시절의 너’도 그렇고, 정말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죠. 그리고 자신이 배우출신이라서 연기 디렉팅을 잘하는 건지, 아니면 배우 캐스팅을 잘하는 건지,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도 뛰어납니다. 주동우 배우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 영화에서 이양천새 배우의 눈빛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그냥 평범한 대사도 베이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면 특별해져요. 베이의 몇몇 주옥같은 대사들이 있는데, 못 보신 분들은 영화에서 직접 만나시길 바라며, 이만 줄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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