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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17. 2021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세월이 주는 잔상

영화리뷰

요즘 왓챠에서 왕가위 감독 리마스터링 작품들을 몇개 보았는데요. 어린 시절 혹은 젊은 시절 본 작품들인데도 내가 이 영화를 봤었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럽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흐르다보니 기억에서 많이 지워졌고, 이전에 봤던 감상과 지금의 감상이 같을 수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해피 투게더를 보면서 든 첫 느낌은, 양조위는 청년의 느낌이고, 장국영은 약간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어요. 아마도 양조위는 늙어가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고, 장국영은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이 윤색되서 그런 것 같아요. 물론 그의 늙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요.


영화는 아휘와 보영의 사랑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왕가위 감독 작품의 스토리를 요약하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것보단 영화를 보며 느껴지는 심상이 중요한 것 같아요.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는 순간, 무심히 흐르는 탱고의 선율, 인물의 감정을 더 보고 싶은 시점에 끊기며 나오는 아르헨티나의 풍경들, 마지막 스탠드의 불빛까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죠.


그래도 두 캐릭터를 통해 밀어내면 잡고 싶고, 잡히면 멀어지고 싶은 사랑의 속성을 그린 듯해요. 아마도 어릴 때는 아휘 캐릭터를 안타까워하며 봤을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어느 한 캐릭터를 안타까워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굳이 따진다면 보영 캐릭터가 안쓰러웠습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장첸 배우도 나오더라구요. 어찌보면 아휘가 보영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 인물인데, 결국 세 사람 모두 행복해지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그나마 그 열쇠를 쥔 건 아휘로 느껴졌고, 보영은 불행에 버려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해피 투게더 음악이 흐르니, 이 또한 어찌 표현하기 힘들었어요. 이만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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