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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23. 2021

[유리미인살] 선협물의 무협화

중드 리뷰

※ 저의 유리미인살 시청기는 후반부에 어설프게 본방 진입했다가 나중에 재방을 챙겨본 케이스예요본 글은 재방을 달리며 남긴 리뷰입니다.  


<쓰봉이의 피땀눈물 여정의 시작>

※ 24회까지 스포를 포함할 예정입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풋풋한 쉔지와 쓰봉이를 보는 그저 흐뭇한 시청이었는데요. 이번주로 넘어오면서 쓰봉의 고난을 보려니 괴롭더라구요;;


아무래도 요인이 뭘까 생각해보니, 여튼 쓰봉이가 (쉔지로 인해) 가면이 벗겨지고, (쉔지를 좋아한다고 인정해서) 십삼계 형벌 받고, (쉔지가 종민언 좋아한다고 오해해서) 정인주 가면 쓰고 나오고, 이 모든 고난들이 쉔지로 인한 거라 비교적 평탄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근데 부옥도에서 쓰봉의 고난은 온갖 주변인물들에 의한 시련이다보니 시청이 괴로웠어요. 쉔지가 키워낸 심등을 바꿔치기 하는 호진, 소은화가 장문 제자 죽였다고 빡빡 우기는 종민언(개인적으로 제일 환장할 인물이었습니다;;), 부인이 요괴랑 도망간 화풀이를 쓰봉한테 하는 동방장문, 염라정과 요괴채찍 온갖 템빨로 괴롭히는 점정곡 장문, 중요한 매순간마다 입 꾹 다물고 방관하는 소양파 장문까지 하;; 유일한 사이다는 조목조목 따지며 쓰봉 구해주는 이택궁 궁주 밖에 없었어요.


반면 쉔지는 초지일관 쓰봉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더라구요. 우리 쉔지가 육각이 부족해서 단순하고 맹한 구석이 있지만, 다른 거 다 떠나서 쓰봉이 위험해질 때마다 전신으로 변신하는 거에서 게임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쉔지 눈동자 파란색으로 변하면서 락 스타일 ost 나올 때마다 심장이 콩닥콩닥하면서 너무 멋있더라구요. 꺄악~!!


절대 빌런 백린에 대해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호진이 하는 방해공작은 그러려니 하고 보게 되더라구요. 너도 자각을 못해서 그렇지 쉔지를 좋아해서 저러려니 이런 마음이 들더라구요. 결국 쉔지한테 정혼까지 넣는 걸 보면서 유정결수행 핑계대지 말고, 그만 인정하렴, 싶더라구요.



<9번의 전생>

※ 36회까지 스포그리고 결말부 이야기의 일부분 스포를 포함할 예정입니다


지난 주 재방을 요약하자면, 만겁팔황경을 통해 본 9번의 전생, 쉔지 대신 칼 맞고 죽다 살아난 쓰봉, 천허당에 잠입한 종민언과 약옥, 돌아온 영롱 그리고 소양파를 함께 떠난 영롱과 민언, 쉔지의 등사 길들이기, 잠화대회에서 금적조의 정체가 탄로 난 쓰봉이었어요.


아무래도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9번의 전생이었어요. 짧은 조각 영상들인데도 엄청 몰입되면서 가슴 아프더라구요. 전생의 인물이나 직위를 모르니 편의대로 일단 정리를 해봤어요. 앞이 쉔지고 뒤가 쓰봉이예요. 1생(무희, 악사), 2생(여황제, 신왕), 3생(무녀의 딸, 도사), 4생(검객1,2), 5생(요녀, 요괴잡이), 6생(고문관, 화공), 7생(사매, 사형), 8생(관원, 장군), 9생(자객, 수행자)였습니다. 7생쯤 오니 쉔지가 쓰봉을 죽이고 그래도 신경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9생쯤 되니 쉔지도 쓰봉이 죽고 난 후 눈꼽만큼은 마음 아파하는 것 같더라구요. 애초에 전신의 심장이 유리잔의 조각으로 만들어졌다보니 모든 생에서 쉔지는 마음이 없었을 꺼고, 그래도 생을 거듭하면서 쓰봉이 쉔지의 마음에 피와 살을 붙였구나 싶더라구요. (이쯤에서 궁금한 건 쉔지는 마음없이 생을 거듭했다치면, 쓰봉은 금적조의 신분으로 생을 거듭했을까요?)


27회 9생에서 쉔지와 쓰봉의 대사를 따와 봅니다. ‘왜 이랬어요?’ ‘난 다만 내가 죽은 후에도 네가 나를 잊지 않으면 좋겠어.’ ‘헛된 꿈은 버려요. 내가 왜 당신을 기억해야 하죠?’ ‘잊어도 상관없어. 널 기다릴게. 반드시 널 찾을 거야. 그때는 모든 원한을 깨끗이 씻어버리자.’ 여기서 쓰봉의 나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결국 너를 믿고 사랑하고, 니가 원한을 씻고 평안해지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말라는 뜻이겠죠.


그리고 또 인상적인 대사는 30회 백린 대사였습니다. 사명이 쉔지와 쓰봉이 연분을 맺었으니, 인생사 얼마나 된다고 이번 생이 무탈하게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자고 하자 백린이 말하죠. ‘그녀의 주인은 나였고, 지금도 앞으로도 오직 나와 천계에 속할 것이다.’ 저 말을 할 때 백린의 전신에 대한 소유욕과 집착은 섬뜩할 정도였습니다. 근데 사실 어떻게 보면 백린의 집착과 쓰봉의 ‘널 기다릴게. 반드시 널 찾을 거야.’ 이 대사에 담긴 마음이 한 끗 차이인데, 이다지도 표현되는 방식에서 하늘과 땅과 같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애초에 두 사람 마음의 출발점이 달라서이지 않을까 싶어요.


백린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전신을 만들어내고 소유했어요. 그리고 원한을 풀지 못하는 모든 책임을 전신에게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무사히 전신을 천계로 데려가기 위해서, 10생인 쉔지의 인생에 개입하며 컨트롤하려고 합니다. 반면, 희현은 역겁을 겪을 전신의 10생을 함께 하기로 결정하죠. 천계에서 전신의 유일한 낙이 연못에서 금적조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거였다는 것 말고,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희현과 전신의 전사는 많지 않아요. 희현이 어째서 자신의 신분과 모든 것을 희생하고 포기하며 전신과 함께 하길 택했는지 알 수 없지요.


여튼 희현은 상대를 나에게 맞추기보다 내가 상대에게 맞추기를 택했다는 거예요. 이것이 백린과 희현의 전신에 대한 마음에서 가장 반대되는 점이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10생인 쓰봉에게도 지금의 생이 마지막 기회인 거죠. 두 사람 다 마지막 승부를 띄워야 하는 시점입니다. 다만 방법에 있어서는 아주 다른 길을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반부를 먼저 보고, 처음부터 재방을 달리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워낙 고구마밭에 대한 각오를 해서 그런지, 의외로 쉔지랑 쓰봉이 일찍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꽁냥꽁냥하고 혼약까지 하는구나, 싶었거든요. 근데 다음주에는 이택궁 궁주가 아임유얼파더 고백을 하고, 본격 쓰봉의 가시밭길이 예고되어 단단히 가슴을 부여잡고 봐야할 것 같아요.



<오해+오해+오해+>

※ 48회까지 스포를 포함할 예정입니다


지난주 재방 회차에 들어서며, 본방 당시 오며가며 봤던 장면들이 나오더라구요. 오며가며 채널 틀때마다 영롱-민언이 괴로워하는 장면들을 만나서, 전 얘네들이 메인인줄 알았습니다;;(본방 진입이 늦춰진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요.)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회차는 47회 즈음부터였어요. 저 사형이라는 사람은 왜 저리 악착같이 거짓말을 하면서 죽지? 여자는 공중에 매달려 있고, 한놈은 죽는대도 뭘 달라고 하고, 한놈은 니가 죽는다고 말리고 이 무슨 상황이야, 이럼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사봉의 옆구리에 균천책해 들어가서 다 죽어가고, 쉔지는 과오를 뉘우치고 쓰봉을 찾아 헤매고 이 시점부터 본 거예요. 아마 여기부터 먼저 안 봤으면 이전에 펼쳐지는 오해의 산더미, 고구마밭을 무사히 견뎌냈을까 싶습니다.


지난주 재방 회차는 말 그대로 오해+오해+오해+…, 오해의 무한생산 회차였어요. 저 산더미 같은 오해를 쓰봉이 다 풀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지요. 이후는 쓰봉 시점입니다. 쉔지는 자신이 금적조라는 걸 알아버렸고, 사부는 아빠였고, 그 와중에 둘은 서로 죽이겠다 하고, 양쪽을 다 살려야 하는데, 자신을 공격하는 쉔지에 충격 받아 정인주 발동하고, 어찌어찌 수습해서 이택궁으로 날아왔는데, 아빠의 애달픈 로맨스는 망상이라는데다 아빠는 실성해서 죽어버리죠.


명하동굴에 쉔지가 갇힐까봐 걱정되어 소양으로 날아왔다가, 쉔지의 결별맹세를 듣고, 자신이 명하동굴에 갇혀요. 탈출시키려는 쉔지와 비경을 나가다가 영홍고모, 사부, 소양 제자들을 죽였다는 오해만 잔뜩 사게 되죠. 쉔지 대신 칼 맞았다가 쉔지의 피 한방울이 유리잔에 감응하는 걸 보고, 쉔지가 마살성임을 짐작합니다. 다급해진 쓰봉은 자신이 마살성 행세를 해요.


원랑을 속이기 위해 이택궁으로 돌아와서도 마살성 행세를 하고, 쉔지가 대장인 정파들과 일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겨우겨우 원랑한테 열쇠 받아서 분여성으로 왔는데 쉔지가 막아서요. 서로 칼을 겨눈 채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쉔지한테 조금이나마 해명을 해요. 근데 주작병에 갇혀서 죽다 살아나고, 원랑이 연혼정으로 쉔지를 공격하려는 걸 알고, 역으로 원랑을 공격하죠. 죽지도 않는 원랑이 유리잔을 열까봐 부랴부랴 비경으로 달려와서는 호진을 죽였다는 오해만 한트럭 삽니다. 무지기가 챙겨서 도망시켰더만 유리잔을 깨부수려는 쉔지 때문에 부랴부랴 다시 와서 균천책해 옆구리에 끼고 금적조 털까지 뽑아서 유리잔을 다시 봉인시켜요.


정말 미쳐버리겠더라구요. 도대체 쓰봉은 몇 번 죽다 살아나는 거니, 저 무한생산 오해는 다 풀 수나 있는거니, 이런 심정이었습니다. 이제 정파놈들이 비열하고 치졸한 수 쓰는 건 놀랍지도 않고, 눈앞에서 상황을 뻔히 보고도 되도 안한 소리하는 것도 그러려니 싶고, 호진이 정기병 건넬 때부터 저거저거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주작병이었고, 백린은 전신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유리잔을 파괴해서 쉔지-전신-마살성까지 한큐에 보내버리려고 하더라구요. 서브남주와 절대빌런이 혼합된 역대 최고로 냉정하고 무서운 캐릭터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재방 회차는 복습이기 때문에 비교적 맘 편히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지난주 재방보며 진을 다 뺀 느낌입니다. 다만 마살성 코스프레하는 쓰봉은 쉑쉬하더군요ㅋ



<마지막회 아쉬웠던 점>


56회 나후계도의 피를 떨어뜨려 다시 유리잔에 봉인하려던 그 시점부터, (물론 쓰봉이 실행을 하지 않고, 후에 백린이 등사를 통해 쓴 계략임이 밝혀지긴 하지만요.) 나후계도 이렇게 사라지는거야? 다시 봉인되는거야? 이때껏 갇혀 있었는데? 백린한테 복수도 못했는데? 제가 이러고 있더라구요;; 이때부터 쓰봉을 생각하면 선기가 돌아와야 하건만, 왠지 나후계도가 사라지는게 아쉽고 안타깝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회에 선기한테서 나후계도가 뿅하고 튀어나왔을 때, 이제 분리되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건가 싶었는데,(이것을 저는 바라고 있었나 봅니다.) 쓰봉한테 심장 반쪽 나눠주고, 백린한테 술 한잔주고, 다시 사라지더군요ㅜㅜ


나후계도는 어디로 간 거죠? 사라지기 전 백린 대사를 보면 어디를 가서 뭔 수련을 하고, 만년 뒤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식으로 말하던데, 나후계도도 같이 수련하러 간 건가요?(근데 왜 하필 백린이랑?) 아님 그냥 사라진 건가요? 


나후계도가 전신이고, 전신이 선기고, 결국 나후계도가 선기다. 그래서 선기의 행복이 나후계도의 행복이다 이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그냥 이렇게 나후계도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니, 나후계도가 안쓰럽게 느껴지네요. 이게 두 명의 배우가 연기를 하다보니 각각의 인물로 보여서 이렇게 느껴지는 건지 어쩐건지, 그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그러나 목숨을 건 사랑의 방식은 전통적인 무협의 문법이고, 유리미인살의 선협 설정들은 무협의 세계관을 풍부하게 해주는 요인으로 느껴져 매우 즐겁게 시청했습니다. 그리고 두고두고 세계관을 파도파도 재밌는 드라마였어요. 원작의 세계관 자체가 정교했던 것 같고, 드라마에서도 적당히 가져올 부분과 덜어낼 부분이 믹스되어 오히려 덕심을 감기게 하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이만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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