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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23. 2021

[삼생삼세 십리도화] 선협물의 정석

중드 리뷰

※ 저의 삼생삼세 십리도화 시청기는 어설프게 야화 등장시점부터 보기 시작해서초반부를 따로 챙겨본 케이스예요


<백천 컴백>

※ 36회까지 스포를 포함할 예정입니다


소소의 고난의 시간이 끝나고, 백천으로 돌아오며 한시름 덜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이전보다 재미가 떨어집니다. 백천이 소소임을 알고 직진하는 야화도 좋고, 보자마자 어머니라며 앵기는 아리도 좋고, 본능적으로 야화나 아리를 밀어내지 못하고 받아주는 백천도 좋고, 다 좋은데,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아마도 동화제군-백봉구가 분한 폐하-정귀인 분량이 늘어나면서 집중도가 떨어져서 그렇지 싶어요.


일단 인간계 겁을 겪으러 가면서 폐하라니;; 신분이 너무 존귀한 거 아닙니까ㅋㅋ 저래서야 인간사 모진풍파 겪겠냐구요ㅋㅋ 봉구는 결국 후궁으로 들어갔으면서 자꾸 보은, 보은 타령을 하니 이 언발란스함 뭐죠?ㅋ


거기다 백천이 원정의 겁을 도와주며 인간계 이야기가 늘어나면서 흥미도가 떨어진 것 같아요. 여튼 이제 원정 도와주는 것도 끝났고, 현녀도 혼내줬고, 다시 위기의 기운이 솔솔 풍겨오는 것이 흥미도가 올라갈 것 같긴 해요.


<야화와 묵연의 바톤터치>

※ 50회까지 스포를 포함할 예정입니다


인간계에서 겁을 겪는 백봉구-동화제군의 이야기와 백천의 원정 겁 도와주기 분량이 늘어나며 차차 흥미를 잃어가다, 천계로 주요 배경이 넘어오며 흥미를 찾겠지 했는데, 예전만큼의 흥미는 생기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제껏 봐온 의리가 있는데, 끝까지 완주하리라는 마음으로 하루에 두편씩 꼬박꼬박 챙겨봤습니다. 꾸준히 챙겨본 주요인은 백천과 야화가 이미 소소와 야화로 결혼한 부부이고, 둘 사이에 아리라는 자식까지 있어서 그런지 선협물에서 만나기 힘든 으른의 사랑같은 느낌이 있더라구요. 이게 배우 본체들이 결혼 혹은 출산의 경험이 있다보니 연륜이 느껴져서 그런건지 어쩐건지 모르것지만, 백천-야화 커플에게서만 느껴지는 분위기를 좋아라해서 계속 보게 되었어요.


백천이 신지초를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 것임을 알기에, 이를 막고자 야화가 신지초를 구하러 가고, 한쪽 팔까지 잃고, 평생의 내공까지 다 쏟아 부으며 단약을 만들어요. 거기다 나를 즈려 밟고 가시오 이런 심정으로 백천의 행복을 위해 묵연을 깨우고, 묵연의 혼으로 봉인한 동황종을 자신의 혼으로 봉인할 작정인 것 같죠. 그리고 묵연 외에도 야화에게는 백천한테 말 못할 고뇌가 있습니다. 자신이 소소의 눈을 앗아갔으니, 이를 백천과 풀어내지도 못하죠. 이즈음은 야화 눈빛만 봐도 슬프더라구요.


그치만 우리의 청구 여제 백천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야화에게 고백하고,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시키더라구요.(이런 핵사이다, 센캐 여주 애정합니다.) 근데 이들의 결혼이 순탄할리 없죠. 야화는 인간계로 겁을 겪으러 가야하거든요. 이때까지만 해도 음, 야화 두달간 천계 공석이구나, 이러고 있었는데, 역시 삼생은 삼생이었습니다. 이 시점에 묵연이 딱 깨어나더라구요. 오호. 제가 처음 삼생에 빠진 계기가 빠른 스토리 전개였거든요.


7만년 만에 깨어났는데, 사음과 쌍둥이 동생의 정혼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하고, 묵연 마음 알아주는 건 절안 밖에 없어요. 이즈음은 또 묵연 눈빛만 봐도 슬프더군요.(조우정 배우의 눈빛은 보물입니다.)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남은 8회 동안 남은 이야기들을 어찌 마무리 지을지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복사꽃 그려진 무덤>


드디어 삼생삼세 십리도화를 완주했습니다. 남은 회차가 얼마 되지 않고, 몰입도를 위해 남은 8회를 쭈욱 이어보고 완주를 마쳤습니다. 


인간계에 내려간 꼬꼬마 야화를 찾아가서 내가 너한테 시집갈 여자야, 다른 여자랑 혼인하면 안돼 이렇게 세뇌를 시키는 백천을 보며 그래, 진정한 센캐는 백천이다, 백천을 따라올 여주가 있으랴 싶었어요.


그리고 이즈음 인상적이었던 건 백천과 소금의 살벌한 기싸움이었어요. 인형 소소와 함께 있는 야화를 보며 소금이 백천의 약을 살살 올리죠. 백천도 지지 않고 니가 애 많이 썼구나, 야화를 보살펴줄 사람이 있다니 나도 안심이야 이러는데, 그때 둘 사이의 기싸움이 살 떨렸습니다. 살짝씩 미소 지으며, 말 속에는 칼을 품은 채, 은근히 서로를 부추기는 게 실제 여배우들 사이에서 기싸움도 저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달까요.


근데 막상 저리 기싸움 벌이고 와서는 자기 비하까지 하며 술 푸는 백천입니다. 그 바람에 결국 결백등까지 깨서 소소의 기억까지 돌아오죠. 기억이 돌아온 백천이 첫 번째로 한 일은 내 눈 찾기였어요.(역시 백천언니, 꺄아~!) 그게 구중천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키고, 그 시점에 상사병으로 일찍 복귀한 야화가 등장해 상황을 정리하고, 소금을 동황종 지키미로 좌천시킵니다.


백천은 내가 소소의 대체품인가로 괴로워하다, 알고보니 자기가 소소였는데, 소소였을 때 기억 중 아픈 기억들만 가슴을 후벼파서, 야화가 호리동 앞에서 망부석처럼 서 있어도 만나줄 생각이 없어요. 근데 아마도 야화는 소소의 기억이 돌아왔음을 알았을 때부터 백천과의 관계를 되돌리기는 힘들다고 여겼을 것 같아요. 저리 망부석처럼 서 있는 건 백천을 보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사죄의 의미가 더 크겠죠. 물론 사해팔황을 지켜야 하는 천족 태자라서 동황종에 몸을 던진 이유도 있겠지만, 백천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할 야화잖아요.


근데 저 시점에 제가 그간 백봉구-동화제군 커플에 얼마나 애정이 없었는지를 실감했는데요. 야화가 동황종에 몸 던질 때, 동화제군은 대체 뭐한겨,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겁도 맞았겠다, 곧 있으면 혼돈으로 돌아갈 몸뚱이, 제 한 몸 바쳐 사해팔황 지킬 생각은 왜 못하누, 봉구만 끌어안고 있으면 단겨, 제가 속으로 이러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백천의 야화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펼쳐져요. 야화의 시신도 뺏기고, (근데 호리동을 찾아온 낙서의 말 중에 틀린 게 하나도 없어서, 내 아들이 너 만나고 맘 편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 이러는데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어서 백천도 시신을 내어줄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야화를 기릴 무덤에 찾아가지도 못해서 옷가지를 수습해 십리도림에 무덤을 만들어요. 꿈에서라도 야화를 만나고 싶어 잠이 늘었지요.


백진이 기분전환 겸 데려간 여행에서 인간계로까지 좌천된 소금도 봐요. 3년만에 만난 아리랑 손잡고 무망해에 갔다가 야화의 기운을 느끼기도 하죠. 우연히 직월을 만나 야화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구중천으로 가는데 거기에 묵연이 기다리고 있죠. (아, 이때 묵연의 심정은 말로 표현을 못하겠습니다. 사실 야화의 복귀가 좀 뜬금포긴 한데, 묵연의 입을 통해 이러저러해서 돌아왔다고 설명을 해주니 받아들여지더라구요.)


야화가 복사꽃 그려진 자신의 무덤을 매만지고 있고, 뒤에서 백천이 나타날 때가 클라이막스였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후의 엔딩은 이미 스포를 당한 상태라 아, 이 대사가 이때 나오는구나 이런 느낌으로 봤어요.) 늘 칠흙같이 어두운 옷을 입던 야화가 꽃과 나뭇잎 무늬가 있는 옷을 입고 있더라구요. 늘 자신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 아플까봐 걱정했던 야화인데, 이제 그 마음을 한시름 내려놓은 느낌이었어요. 이후 그간 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야화의 입을 통해 이야기 해주는데, 그래, 야화야, 이제 너도 좀 맘 편히 사랑해라 싶었습니다.


대장정의 십리도화 완주를 마쳤네요. 뭔가 선협물의 정석을 만난 느낌이에요. 물론 저는 선협물이라도 무협 성향이 짙은 작품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삼생은 또 나름의 특별한 의미가 있네요. 이만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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