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우지우 Sep 20. 2021

[투라대륙] 순한맛 판타지 무협 학원물

중드 리뷰

퐌타지 소년만화 느낌 포스터


※ 완결 리뷰이기에 스포 있습니다. 일촌상사, 장야 이야기도 들어갈 예정입니다. 두 드라마에 대한 스포는 최대한 피하면서 설정만 따와 보도록 할게요.


한국 방영 당시 본방 달리다가 잠시 접어두고, 최근에 완주한 작품이에요. 그렇기에 당삼이 엄마가 혼수라는 사실, 시즌2를 예고하며 끝난다는 스포를 알고 봤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끝은 아니겠지 이런 느긋한 맘으로 본 것 같아요. 그런 영향인지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순한 맛처럼 느껴지더라구요. 투라대륙의 전체 이야기로 보면 도입부의 이야기라서 그럴 수도 있고, 그냥 등장인물들 성격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비슷한 판타지 학원물 장르(시즌2 예고하면서 끝나는 것까지 비슷;;)라고 해서 '투파창궁'도 초반부를 봤어요. 근데 투파창궁의 등장인물들이 약은 느낌이라면, 투라대륙의 등장인물들은 순한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이런 느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건 주인공 당삼 캐릭터인 것 같아요. 기본 성향이 바른 사나이, 외로워도 슬퍼도 (물론 울긴 울지만) 나는 안 울어, 캔디형 남주입니다.


아빠 두고 가려니 발이 안 떨어지는 당삼, 그래도 달린다


아빠를 만나려면 강해져야 하고, 소무도 지켜야 하고, 대사님과 의리도 지켜야 하고.. 근데 사실 아빠는 냉담형 캐릭터, 소무는 학원에서 처음 만났어요. 대사님도 자꾸 거래라고 합니다. 그러나 당삼이는 아빠한테도 애틋하고, 소무는 거의 보자마자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여동생 삼습니다. 대사님이 거래라고 하든말든 그의 이론을 믿고 따라요. 이게 당삼이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주변인물들을 이렇게 대하는 건지, 아니면 당삼이가 이렇게 대하다보니 주변인물들이 특별해지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여튼 결과적으로 소무도 당삼이한테 각별하고 바로 오라버니 모드입니다. 대사님도 위기의 순간마다 당삼이를 구해주고, 당삼이 아빠의 부탁 이후로는 세상 각별한 제자로 삼죠. 근데 이 세계관 속 등장인물들 자체가 순하다보니 보다보면 그러려니 싶어요. 오스카가 오지랖 풍년이어도 그런가보다, 대목백이 독선적으로 행동해도 그런가보다, 주죽청이랑 정혼자라고 해도 그런가보다, 호열녀가 꿍꿍이가 있어도 그런가보다, 이리 되더라구요.


마음속 정신적 지주 아빠, 곁에 있는 정신적 지주 대사님


그리고 스토리 진행 자체도 밀도 있다거나 쫀쫀하다거나 흡입력 있다거나 이렇지 않아요. 느슨하게 진행되는데 스토리가 굴러가고 어느새 등장인물들이랑 친해진 느낌, 중드를 보다보면 간혹 느끼는 그 느낌입니다. 엄청나게 궁금해, 궁금해, 이런 건 아닌데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겨서 자꾸 다음 회를 보게 되는 딱 그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 초반부에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드라마가 '일촌상사 : 나의소녀'였는데, 투라대륙 초반부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일촌상사에서 적염사 에피 지나고 나니깐, 내가 등장인물들이랑 적염사 갔다 온 마냥 이미 친해져있더라구요. 다만 일촌상사는 적염사 에피를 통해 좌경사에게 소운락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그 이유를 설명해줘요. 근데 투라대륙은 당삼에게 소무가 어찌 소중한 존재가 됐는지 그런 설명은 없어요. 그냥 우리가 보는대로죠.


근데 일촌상사의 경우, 주인공들의 저 중요한 관계성으로 인해 앞으로의 스토리가 얽히고 설키고 풀어가야 할 서사가 구만리입니다. 그러나 투라대륙은 앞으로 풀어갈 스토리도 등장인물들의 협동, 단합, 우리가 모여야 강해진다, 이런 스토리기 때문에 굳이 저런 과거사나 설명을 넣을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언제 어디서든 소무 챙기기


저는 웹소를 읽지는 않는데, 웹소 시장도 남성향과 여성향으로 양분되어 있다고 하더라구요. 투라대륙은 전형적인 남성향 소설일 것 같아요. 혼사가 혼수를 죽여 혼력을 흡수해서 승급하고 이런 세계관 자체가 레벨업을 추구하는 남성향 느낌이죠. 극중 진행되는 사건들도 등장인물들의 승급 혹은 대결을 위해 맞춰진 느낌이에요.


그리고 감정선이 섬세하다거나 그렇지도 않죠. 그냥 보이는 대로 입니다. 인물들 밑에 깔린 서사, 그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선이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아요. 그냥 그들이 어떻게 함께하며, 이를 통해 협공하고, 한발한발 앞으로 나가는지가 중요해요. 빌런이 당삼이 아빠인냥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도 사실상 주인공인 당삼의 내적고민을 위해서죠. 실제 빌런은 왠지 무혼전일 것 같잖아요.


어느새 친해져버린 사란객칠괴, 우리는 하나


그냥 당삼이한테 소무가 소중한가보다, 소무한테 당삼이가 심장과 같은가보다, 이러고 봐도 시청에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굳이 생각을 해보자면 초반부터 소무가 혼수였을 거라는 떡밥을 자꾸 주니깐, 혼수의 아들인 당삼과 혼수였던 소무가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끌렸을 거라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낙정학원 입학 당시 토끼를 풀어주는 당삼을 보며, 당삼의 가치관이나 됨됨이를 소무가 알아본 것 같아요. 소무는 약간 본능적으로 느끼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리고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직접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전달해요. 보통 작가들이 이야기 속에 메시지를 녹여내고, 우리 같은 시청자가 극을 보면서 혹은 다 보고 문장으로 메시지를 정리하기 나름인데, 투라대륙은 극 안에서 직접적으로 말로 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남성향 소설의 특징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했어요. 대사님, 오스카, 주축청, 대목백까지 ‘내 운명의 내가 선택한다’와 같은 결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죠. 대사님이 말한 마홍준 아빠의 ‘사랑의 보호막’ 같은 단어는 너무 나이브해서 낯선 느낌이었어요. 근데 이게 순한 등장인물들과 같이하니 뭔가 소년만화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소년만화 타임


그리고 이런 느슨한 이야기 진행, 떡밥을 흩뿌리듯 던지는 방식은 '일촌상사'를 떠올리게 했는데요. 왜인지 투라대륙과 전혀 장르가 다른 정통 무협 로맨스인 일촌상사가 자꾸 연상이 되더라구요. 일단 초반 에피를 지나면서 등장인물들과 친해진 느낌, 주요 등장인물이 7명이라는 점, 그리고 3커플 나머지 한명이라는 구성도 비슷하죠. 두 작품 다 경여년이나 어사소오작처럼 떡밥을 착착 뿌리고 착착 회수하는 느낌은 아닌데, 투라대륙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고, 일촌상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느낌이에요.


일단 투라대륙은 주인공 당삼이 승급하고 대결하며 집안의 비밀을 밝히고 투라대륙 최강혼사가 되는 게 중요합니다. 일촌상사는 오히려 이야기 속 흩어져 있는 단서, 그로인한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이야기 얼개의 빈틈이 중요해요. 거기서 생기는 등장인물 간의 애증의 감정선이 극을 끌고 가는 힘이지요.


왜인지 갈색느낌 당삼이가 좋아서..


그리고 주인공 커플(당삼-소무, 좌경사-소운락), 진중한 커플(대목백-주죽청, 문사연-심만청), 풋풋한 커플(오스카-녕영영, 은장가-사강아), 아픈 손가락(마봉준, 주염)이 있어요. 투라대륙은 마봉준의 사연을 극 초반에 보여주고 이들 멤버에 합류를 시키는데, 일촌상사는 주염의 사연을 극 중반에 풀고 이야기를 전환시키죠.


그리고 커플이 아닌 이 아픈 손가락들을 어케 나머지 인물들과 연결시키냐하면, 일촌상사의 주염은 여주 소운락을 짝사랑하면서 은장가와 의형제예요. 투라대륙의 마홍준은 남주 당삼에게 은혜를 입었다 생각하고 오스카와 콤비 느낌이죠. 저는 은근히 오스카-마봉준 둘이 뻘한 대화 나누는 부분이 재밌고, 둘의 투샷을 기다리게 되더라구요. 여튼 여주 혹은 남주와 특별한 감정으로 맺어주고, 또 다른 등장인물과도 친밀하게 맺어주죠.


커플별 관계성이 잘 보이는..그리고 홍준


그리고 후반으로 다가올수록 '장야'도 좀 생각이 났습니다. 구축해놓은 세계관을 비틀고 깨부순다는 면에서요. 일단 투라대륙은 혼사가 혼수를 죽여야만 굴러가는 세계예요. 근데 혼사와 혼수가 공존하는 세계를 추구해요. 근데 그러면서도 당삼은 최강혼사가 되기 위해 계속 강해져야 합니다. 이게 앞으로 시즌이 거듭될수록 어케 진행될지는 모르겠는데, 결국 지금의 투라대륙 질서를 당삼이 바꾸겠죠. 근데 투라대륙은 이걸 비교적 직관적이고 명징하게 보여줘요.


장야도 비슷해요. 호천의 세계라는 견고한 세계를 뒤집고, 호천과 명왕을 공존시키고, 급기야 인간과 하늘을 반전시키죠. 그리고 시즌2의 말미에 오면 인간이 그 호천을 갈아치울 생각까지 해요. 근데 장야는 이걸 굉장히 철학적이고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시즌1에서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건 달이 중요한 키워드구나, 정도예요. 중요한 세계관의 비틀기, 전복은 시즌2에서 다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닐 것 같아요. 그러나 앞으로의 이야기 안에서도 녕결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건 알 수 있죠.


왜인지 흰옷입은 당삼이가 좋아서..


투라대륙과 장야(시즌1)의 엔딩 느낌도 비슷해요. 후반부에 마지막 결전을 위해 빌드업을 착착 해나갑니다. 그리고 거의 극의 말미에 와서야 비밀이 밝혀지는데, 사실 눈치 빠른 분이라면 극 진행 중에도 알 수 있어요. 주인공 중 한명이 깨어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고, 이게 끝이야? 하면서 엔딩이 옵니다.


장야는 시즌2를 염두해뒀다지만, 투라대륙도 시즌2가 있겠죠? 우리는 당삼이가 깨어나는 것도 못 봤고, 소무는 혼수라는 정체도 밝혀졌건만 당삼이 떠나서 험한 세상 어찌 헤쳐나갈지 심히 걱정되는데요. 그리고 이렇게 끝을 맺으니 다시 1회를 돌려보게 되더라구요. (샤오잔은 '진정령'에서도 엔딩 보고 1회를 돌려보게 만들더니, 투라대륙도 그러했습니다.)


감정선에 비해 내외하는 느낌의 당삼과 소무


엔딩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당삼이와 소무의 눈물 위로 당삼이 엄마 목소리가 들립니다. ‘당삼, 깨달은 것이냐?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자아더냐? 당삼, 깨어나라.’ 근데 1회 오프닝이 어떠하냐면, 잠든 당삼의 꿈속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요. ‘깨어나라. 깨어나서 본연의 자아와 꺼지지 않는 희망으로 네 마음속 깊은 곳의 비밀을 찾아라. 깨어나라. 그래야 진짜 너를 볼 수 있고 숨겨진 진상을 밝힐 수 있다. 진실 같은 거짓을 넘어 더 깊고 먼 곳으로 가라. 그리하면 새롭게 태어나거나 (한참 뜸을 들인 후) 가장 깊은 어둠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고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며 당삼이 깹니다. 엔딩과 오프닝이 연결되죠. 막상 극을 보면서는 단선적이고 정직한 세계관이라고 생각했는데, 극이 끝나고 나서야 순환적이고 철학적인 세계관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오프닝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 당삼의 흑화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요.


흑화 당삼 느낌 살짝


물론 극을 보면서는 순한 등장인물과 정직한 대사들, 스리슬쩍 넘어가는 사건과 갈등의 해소, 동식물을 베이스로 무한확장되는 무혼의 종류, 파워레인저를 연상시키는 색색별 사란객칠괴의 전투복 등 가끔씩 현타가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드라마가 끝나니깐 더 보고 싶다, 아쉽다, 시즌2는 언제 오나, 이런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혼사학원대회쯤 오니까 투라대륙의 호흡에 맞춰졌는지 세상 재밌더라구요. 대결-대결-대결 빌드업, 창휘학원 배후 및 수종 암살자 찾기(물론 시연 아웃, 엽지추 퇴장, 찐배신자 귀투라, 다 알고 있는 비비동 등 스리슬쩍 진행되기는 하지만;;)가 동시에 진행되죠. 그리고 거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건이 진행되는 중드 특유의 엔딩까지, 오랜만에 내가 중드다운 중드를 봤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파..파워레인저 아니고 사란객칠괴
그러나 어느새 7명짤을 저장하고, 실루엣 보고 누가 누군지 맞출 지경


그리고 당삼이는 과연 소무가 혼수인 것을 몰랐을까 싶죠. 극 중 눈치챌만한 상황들이 많았고, 당삼이가 눈치를 챈 듯한 순간도 있었거든요. 근데 소무의 진실이 밝혀진 뒤 당삼이의 대사를 보면, 당삼이한테는 소무가 혼수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항상 함께하는 지켜야 할 동생이자 사랑하는 사람이었겠죠.


사실 거의 처음부터 저리 생각했겠지만, 아예 작정을 한 건 34회 늦은 밤 대문 앞에서 당삼을 기다리던 소무와 대화를 나눴던 때 같아요. 넌 다른 사람과 다르다, 난 항상 너만 본다, 나한테는 니가 제일 중요하다고 소무가 말해요. 그리고 저때 처음으로 둘이 손을 잡아요. 이전에는 그냥 소무 손목은 당삼이 껀가보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며 당삼이가 먼저 손을 내밀더라구요.


당삼과 소무 캐릭터 성격이 잘 보이는..그리고 뒷모습


그래서 당삼이가 깨어나서 소무가 떠났다는 걸 알고 절규 혹은 절망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응?) 역시나 보고 싶은 건 늘 안 보여주고 잘라버리는 중드 엔딩이었어요. 폐무혼이었던 남은초에 독도 섞고, 마비도 시키고, 거미줄처럼 결박도 하고, 방화기능까지 더해서 레벨업했으니, 시즌2에서는 호천추 휘두르는 당삼이도 봐야지 않겠냐구요. 그리고 우리는 못 봤지만 틈틈이 현천공도 연마했겠죠. 그러니 현청공력 오른 모습도 봐야지 않겠냐구요. 그리고 이 세계관이 혼기+현천보록 마스터해서 결국 무혼이 없는 세상 만드는 거 아니냐구요. 결론은 시즌2 내놔라. 이만 마칠게요.


이 모습 봐야하지 않겠어요?


* 사진 출처는 CCVT电视剧 및 투라대륙 웨이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생여고] 완결 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