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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Sep 18. 2021

[주생여고] 완결 리뷰

중드 리뷰

이것이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 터치일 줄이야..

※ 완결 리뷰이기에 스포 있습니다.


우선 완결까지 봤다는 건 드라마에 애정이 있었다는 거고,(은근 프로탈주러;;) 리뷰를 남긴다는 건 드라마에 마음을 썼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처럼 눈물을 흘리면서 보지는 않았기에, 조금은 냉정한 리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미리 밝힙니다.


중드 카페의 많은 분들처럼 눈이 띵띵 붓도록 울면서 보지는 않은데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제가 3회까지 보고 초반에 리뷰를 남겨서, 그 글에 달린 댓글로 스포를 당한 영향이 좀 있었어요. 옛날옛적 예고편 보고 아, 나중에 방영하면 봐야지 찜콩해놨다가, 이제는 예고가 무슨 내용이었는지도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 시점에 본방을 봤어요.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보다보니 3회에서는 눈물도 찔끔 났었습니다. 그래서 이 감상을 남겨야해, 이럼서 첫 느낌 리뷰를 남겼는데, 한꺼번에 많은 정보량이 밀려들어왔고, 겸사겸사 스포도 당했어요.


이미 스포에 발 담근 거, 그냥 몸도 적시자, 이럼서 이후에 원작도 찾아 읽었습니다. 그리고 중드 카페의 초인기작이다보니 리뷰들을 훑으면서 자체적으로 스포를 찾아보기도 했어요. 그러다보니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이 들어왔고, 나중에는 어느 시점에 어느 캐릭터가 죽는지도 알겠더라구요. 예를 들어 드라마 보다가 이 시점에 굉장군 죽겠구나, 느낌이 오는;;


그리고 중드 카페의 분위기로 비극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해서 그런지, 저는 그렇게까지 슬프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초반부터 비극의 정조를 촤르륵 깔아놓기는 했는데, 의외로 거의 드라마의 끝에 가서야 아, 비극이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시의와 주생진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고, 몸이 떨어져 있어도 함께한다고 느껴졌고,(극중에서 주생진이 말하기도 하죠. 그냥 예전처럼 나는 전장에 나가고, 너는 어디서든 승전보를 기다리면 된다고.) 무엇보다 저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 이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거 약간 지기애 드라마 볼 때 드는 느낌이잖아요. 아무리 극에서 펑요라고 우겨도, 사제라고 우겨도, 저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 이런 느낌이 드는데, 시의랑 주생진 사이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우셨다는 21~24회 이 구간 오면 나도 좀 울것지, 했는데 주생진의 죽음까지 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지루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23회 초반에 주생진이 죽고 나서 집중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사실상 남주가 죽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인데 여기서부터 집중을 시키는;; 그리고 주생진의 죽음이 뼈를 발라냈다고 하는데 체형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래, 그걸 어케 현실감 있게 보여주것어, 주생진 얼굴에 피칠갑하고 있잖아, 이럼서 납득했습니다. 근데 시의의 죽음은 비교적 직접적으로 보여주더라구요. 빨간 옷자락 나부끼며 성벽에서 떨어지는 과정, 바닥에 머리부터 떨어지는 것까지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쿵!하는 효과음까지, 시의의 죽음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극의 엔딩이니 더 드라마틱하게 연출한 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주생진이 죽고 혼자 남은 시의가 정말 너무 안 됐더라구요. 주생여고 보면서 처음으로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아요. 저는 마음 아픈 거는 막 몰입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잘 보는데, 슬픈 거는 몰입이 덜 되고 잘 못 보는 것 같아요.(이게 뭔 차이냐,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좀 다르게 느낍니다.) 비슷한 예로 많은 분들이 이런 비극이 없다는 ‘미자무강’도 9~10회 정도까지 보고 엔딩만 봤었습니다. 이게 너무 초반부터 비극의 정조를 깔면서, 비극이 될 수밖에 없는 설정을 깔아두면 흥미를 잃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주생여고도 약간 비슷했는데, 초반부터 이거슨 비극이어라, 일케 시작하잖아요. 시의는 이미 태자비 낙점, 주생진은 처자식 안 두겠다는 것부터 비극을 알리는 설정이니까요.


주생진이 죽었다는 걸 알고 나서 시의가 광릉왕을 원망과 고통과 허무가 담긴 눈길로 보는데, 이때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주생진이 마지막으로 남긴 ‘나 주생진은 평생 천하에 떳떳했건만 오직 시의를 저버렸다’라는 말을 시의가 온몸으로 구현해내는 느낌이었어요. 어떤 느낌이었냐면, 바로 눈앞에 악역이자 나쁜 놈인 광릉왕이 있는데도, 주생진은 왜 딱 한번 세상을 저버리지 못해서 시의를 이리 절망에 빠뜨리는가, 이럼서 주생진이 원망스럽기까지 한 느낌이었어요. 객관적으로 이 비극적인 상황을 만든 건 광릉왕인데도, 결국 근원적으로 시의와 주생진 사이를 고찰하며 왜, 왜, 태후도 실각했겠다, 그때 눈 한번 딱 감고 이전의 맹세 어겼으면 지금 상황이 달라졌을까, 그래도 그림이랑 사랑에 빠진 광릉왕이 어떻게든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을까, 오만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물론 주생진은 자신이 뱉은 맹세를 어길 수 없는 캐릭터죠. 시의 정혼이 깨졌을 때 주생진이 자신의 맹세를 뒤집고 시의랑 맺어졌다고 해도, 광릉왕은 포기하지 않을 캐릭터긴 하죠. 그냥 부질없는 가정법이라도 세워보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 셋째 사형만 남는다고 해서, 저는 그 이전에 다른 사형, 사제들이 죽는 상황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줄 알았어요. 예를 들어 주생진의 복수를 하다가 차례로 죽는다던지, 광릉왕이 다 쓸어버린다던지, 근데 그렇진 않더라구요. 그래서 비교적 엔딩도 담담하게 봤던 것 같아요. 근데 이렇게 차분하게 여운 있게 맺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셋째 사형의 마지막 회상에서조차 세트로 있는 게 자연스러운 시의와 주생진. 이만 마칠게요.


마지막은 그래도 행복하던 시절 시의와 주생진으로..

* 사진출처는 주생여고 웨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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