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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Nov 14. 2021

최근 완주한 작품 - 아적파비륜연인, 실종인구

중드 리뷰

※ 최근 완주한 두 작품 완결 리뷰입니다. 스포를 담고 있어요.


<아적파비륜연인>

한글자막으로 8회까지 보고 도저히 다음이 궁금해서 유쿠에서 영자막으로 완결까지 달렸습니다. 사실 그렇게까지 잘 만들었다 할 수 없고, 후반부에는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듯한 이 드라마가 왜 그리 궁금하고 계속 보고 싶었을까 생각해보면 한드 시트콤 같은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웃긴데 슬프고, 현실의 씁쓸함과 애잔함도 치고 가고, 그러다가 희한한 방식으로 위안을 주는 그 느낌요.


4회까지는 진짜 뻘하게 터지고, 어이없게 웃기는 드라마였습니다. 물론 초반에도 어릴 적 트라우마와 현실의 씁쓸함 한 스푼은 담고 있었어요. 근데 5회가 지나면서부터 슬슬 애잔함이 올라옵니다. 소녀시절이 아름답지만은 않고, 현재의 초라함으로 자존감이 바닥 쳐 본 적이 있다면 공감할 만한 대사들이 술술 나와요. 십대시절 공상으로 만들어낸 이상적인 연인이 실제로 눈앞에 나타난다면 반갑기만 할까. 그리고 그 기억에 어린 시절 트라우마도 포함되어 있다면 이 존재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사랑이 현실의 초라함을 감춰주는 것만은 아니란 걸 알아버렸음에도 다시 사랑을 믿어야 할까. 여러 잔잔한 질문들을 던져줘요. 그리고 드라마에서 그리는 이야기가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요.(물론 설정은 말이 안되지만ㅋ)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에 정점을 찍은 건 천메이루와 구천용녀의 대화였던 것 같아요. 12살의 천메이루가 일기장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에서 무롱지에룬 왕자는 천메이루를 사랑하고 보호해요.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공주 구천용녀를 쳐다보지도 않죠. 천메이루의 24살 생일날 이 설정값을 그대로 가지고 왕자 무롱지에룬, 왕자의 호위무사 오우양웬샨, 이웃나라 공주 구천용녀까지 한꺼번에 현실에 나타나요.(정말 말도 안되는 설정이쥬?ㅋ) 동네 경찰서 멧돼지 우리에 같이 갇힌 천메이루와 구천용녀,(어쩌다가 저기 같이 갇혔는지도 웃긴데ㅋ) 천메이루는 구천용녀에게 사과해요. 나의 어린 식견으로 너를 이렇게 만들어내서 미안하다고. 어리고 좁은 식견으로 만들어낸 어른 여캐이자 사랑의 라이벌의 모습을 실제로 맞닥트렸을 때 여주의 반응입니다.


이런 드라마의 태도는 여조들을 대할 때도 나타나는데 특히 둘째숙모를 그리는 모습에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학교 선생님이었던 둘째숙모는 천메이루에게 학생들 앞에서 일기장을 읽도록 했고, 그 기억은 천메이루에게 트라우마가 되었어요. 여주에게 트라우마를 준 장본인임에도 여주의 가족이고 둘은 유사모녀 관계입니다. 천메이루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정도로 일기장을 비난하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던 숙모임에도 자신의 제자들에게 내가 가르친 학생 중 가장 뛰어난 에세이스트라고 천메이루를 소개해요. 그녀가 얼마나 묘사를 잘하는지 아냐면서. 그리고 도시에서 회사생활을 하는 천메이루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대단한 일을 할 거라 여기고 자랑스러워해요.


불쑥 집으로 찾아온 첸메이루를 위해 잠시도 앉아 있지 않고 거한 상을 차리고, 천메이루가 경찰서에 잡혀 있다는 소식에 제자들 끌고 데리러 옵니다. 이 시골바닥은 모두 숙모의 제자들이거든요.(하물며 경찰들도요ㅋ) 불쑥 나타난 남자가 자신을 무롱지에룬이라고 소개하는데, 애칭이라는 천메이루의 말에 그러려니 넘어가고, 그 무롱지에룬이 이미 천메이루와 같이 살고 있다는 말에 바로 가족으로 인정해줍니다. 산에서 삽질하고 있는 구천용녀를 수습해서 내려오기도 하고, 동굴에서 둘째삼촌이랑 헛짓거리 중인 무롱지에룬을 집으로 데려오기도 해요. 정말 불쑥 뜬금없이 나타나 상황을 전환시키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둘째숙모를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어요.


여주의 친구 장후이젠도 그래요. 여주의 충실한 친구 같았던 장후이젠이 스치듯이 말해요. 너는 늘 너의 상황이 중요하지, 근데 오늘 내 공연날인 거 아니? 너의 세상에서는 네가 주인공이고 나의 세상에서는 내가 주인공인데 가끔 조연이 되는 듯한 기분. 여자사람친구들 사이의 그 오묘한 감정. 그러나 끊을 수 없는 우정. 그럼에도 언제나 친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장후이젠은 12살의 천메이루 일기장에서 천메이루에 버금가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심지어 짝도 있었어요. 왕자의 호위무사인 오우양웬샨이 그였죠. 그리고 스타가 꿈인 장후이젠을 엄청난 재력으로 지원하는 부자 애인 설정이었어요. 이 설정값을 그대로 가지고 현실에 나타난 오우양웬샨은 거의 만수르급의 재력으로 장후이젠을 후원합니다. 그래서 이 커플도 빵빵 터져요. 진도도 스피디합니다.


스치듯이 지나가는 대사로 공감할 구석을 만들어내던 장후이젠과는 달리 또 다른 여조 구천용녀는 좀 긴 서사로 보여줍니다. 오로지 무롱지에룬만 사랑하도록 설정되어 있던 구천용녀가 점점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기 시작하죠.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하지만 저 기본세팅값은 변하지 않는 별개입니다. 구천용녀를 사랑하는 돤쑤이류는 이 때문에 좌절하기도 하는데 구천용녀도 점점 돤쑤이류를 사랑하게 되어요. 근데 이 시점이 본인의 실제 정체를 깨닫는 시점이랑 겹쳐지면서 비극으로 끝을 맺는 듯한데, 결국 해피엔딩은 이 커플입니다. 살짝 집고 넘어가자면 돤쑤이류는 천메이루, 장후이젠과 동창인 남자사람친구입니다. 12살 때 천메이루 일기장 이야기 속 구천용녀 공주와 사랑에 빠져 버린 세상 순정남이에요.


천메이루-무롱지에룬, 장후이젠-오우양웬샨 두 커플은 새드이자 열린결말이에요.(웃기고 재밌다가 후반부에는 슬퍼지고 마지막에는 새드로 끝내는 것도 한드 시트콤스럽쥬?ㅋ) 후반부가 되면 현실로 소환된 이들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이것도 진짜 말이 안되긴 하는데 설명을 해보자면 이래요. 이들은 진짜 레알 바빌론의 왕자, 옆나라 왕자, 옆나라 공주였어요. 그리고 바빌론의 역사를 기록하는 소녀가 있었지요. 이들의 불행한 운명을 안타까워한, 그리고 남몰래 왕자를 사랑했던 소녀는 역사를 기록하는 판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썼어요.


그리고 레드문이 비치는 날 소녀의 희생으로 왕자를 구하고 그때 판 위로 흘린 소녀의 피가 수세기 뒤의 천메이루의 일기장과 감응하게 된 거예요.(신박하쥬?ㅋ) 하필 12살의 천메이루도 축구공에 맞아서 일기장에 코피를 흘렸거든요;; 죽어가던 바빌론의 소녀는 자신 대신 왕자를 사랑해줄 사람을 원했고, 어린 천메이루는 24살에 진정한 사랑을 하길 원했어요. 그래서 이들은 천메이루의 일기장 속 설정값을 가지고 24살의 천메이루의 현실로 소환된 거예요.(알수록 신묘하고 복잡한데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안됩니다ㅋ)


그래서 이들이 원래 자신들이 속했던 세계로 돌아가려면 천메이루의 희생, 천메이루의 피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쪽 세계에서도 그쪽 세계에서도 이들은 소멸하거든요. 그런데 이미 천메이루와 무롱지에룬은 서로를 사랑하게 됐는데 어째요. 서로 희생하려고 하겠죠. 이게 어찌저찌 반응을 일으켜서 두 사람 다 살아남는데 각자의 시공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못해요. 각자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거죠.


현재의 기억을 가진 채 과거로 돌아간 무롱지에룬과 오우양웬샨은 천메이루와 장후이젠만 알아볼 수 있는 사랑의 징표를 남깁니다. 수세기가 지난 현재시점에서 두 여주는 그 징표를 알아봅니다. 이게 진짜 말이 안되는데 슬퍼요. 이렇게 새드로 닫아놓고 1년 뒤 시점에 무롱지에룬과 똑닮은 파일럿이 나타나요. 그 사람이 무롱지에룬의 환생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습니다.(천메이루에게 세상 차갑고 비웃기까지 하는 그;;) 그냥 시청자가 상상하게끔 활짝 열린 채로 끝나요.(중드스럽쥬?ㅋ)


현실에서 바빌론 왕의 지팡이에 심장이 뚫려 죽은 돤쑤이류는 이것도 어찌저찌 반응을 일으켜 구천용녀가 있는 과거시점으로 가게 됩니다. 두 사람은 과거시점에서 재회하게 되죠. 두 사람이 알콩달콩하면서 석양 너머로 사라지는데, 정말 말이 안되는데 흐뭇해요.


여튼 설정은 초현실적이지만 은근히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구석이 많아 정주행의 의지를 불태우게 만든, 모든 여캐들에게 공감 갈 구석을 하나쯤은 만들어둔, 아마도 작가가 여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듯한, 웃기고 슬픈 드라마였어요.



<실종인구>

미스터리를 이리저리 뒤지다가 보게 된 작품입니다. 작년 유쿠의 현의극장 시리즈 중 하나인데, 평점이 그리 높지는 않더라구요. 근데 범죄수사물도 아니고, 중국판 로스트라는 말에 흥미가 돋아서 보기 시작했어요. 일단 중경행 고속버스가 추락사고가 나서 승객과 기사 거의 다 사망하고, 6명의 생존자만 살아남습니다. 1회는 이렇게 시작해요. 나름 긴장감도 있어요. 생존자 6명도 다 꿍꿍이가 있는 듯합니다. 계곡에서 발생하는 급류도 원인을 알 수 없어요.


그리고 2회가 되면서 드라마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고가 발생한 2015년 8월 26일에서 정확히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지 자막으로 명시해줘요. 그리고 이 시점이 뒤죽박죽입니다. 몇 년, 몇 십년, 몇 백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거든요. 사실 이 드라마는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과거가 중요한 서사라 이렇게 보여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쭉쭉 치고 나가는 속도감 있는 미스터리물을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이 시점쯤에 탈주를 할 것 같아요. 특히 2~3회의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편집은 좀 아쉽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의 이런 호흡에 어느 정도 적응하다보면 5회부터 슬슬 재밌어져요. 인물들의 과거도 궁금해지기 시작하죠. 그리고 현재의 추락사고만큼 이들의 과거도 드라마가 실제로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구나 싶어요.


여주인 이교의 서사는 거의 극 내내 끌고 가는 서사이고, 또 다른 여주인 노민의 서사도 중반 이후부터 후반까지 중요한 서사입니다. 여주1이 드라마를 열고 여주2가 드라마를 닫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중간중간 다른 남캐들의 서사가 나와요. 그리고 이들이 추락한 계곡에 이미 먼저 와 있던 진건의 서사도 한 축입니다. 사실상 이 드라마가 그리는 이야기는 트라우마가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하느냐를 보여주는 서사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들의 서사가 뒤얽히면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후반부가 되어서야 나오죠. 물론 여기까지 따라오는 과정이 매끄럽고 스무스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편집의 문제인지 저예산의 문제인지 다른 장면임에도 같은 장면처럼 보이는 장면도 있고, 반복적으로 같은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거든요. 이 얽힘과 연결을 효율적으로 보여줬는가 하면 의문입니다. 그러나 각각 인물의 서사는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시점이나 장소가 뒤죽박죽 나오는데 어느 시점이 지나면 특정한 시간과 공간이 중요해집니다. 그 순간 인물들이 자기도 모르게 연결되어 있었거든요.


그리고 거의 막판이 되어서야 이들 사이에는 다른 연결고리가 있다는 게 밝혀지죠. 이들은 특이혈액형을 가지고 있었고, 이 계곡에는 이들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만 특별하게 작용하거나 감염되는 무언가가 있었던 거죠. 극 내내 등장하는 암물질 연구 로켓 발사 뉴스, 826국 과학조사대, 동굴 넘어 존재하는 초원, 노민의 30년전 연인, 결국 큰 그림을 그린 건 노민의 연인인 것 같은데, 그 연인도 배후에 어떤 세력(아마도 국가조직)의 희생자인 것 같아요.


근데 드라마가... 드라마가... 시즌1로 열린 결말로 끝납니다. 세상에나. 중드의 새드엔딩 열린결말 지긋지긋해서 24편짜리 로코보고, 12편짜리 미스터리 본 건데, ‘아적파비륜연인’도 그렇고 ‘실종인구’도 그렇고 저에게 이러기 있나요ㅋㅋ 심지어 ‘실종인구’는 친절하게도 시즌1 끝 이렇게 자막이 뜨고, 시즌2 기대해주세요 이러면서 끝나요. 그러나 중드의 세계에 시즌2가 기약이 있나요?ㅋ 특히나 이 드라마는 시즌1도 저예산으로 제작된 것 같고, 평이 좋거나 히트친 작품도 아니어서 시즌2 제작은 요원해 보입니다. 판을 이리 벌여놓고 떡밥을 이리 무수히 던져놓고 뒷이야기는 영원히 못 보는 슬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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