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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Dec 14. 2021

태드 도장깨기는 계속된다(6) -
옴싱토

태드 리뷰 / He’s coming to me

* 제목은 He’s coming to me인데, 전반적으로 그간 태드를 보며 느꼈던 소회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He’s coming to me(내 곁에 온 아이)


sotus 꽁폽역의 싱토, make it right 프레임역의 옴이 만난 작품이에요. 옴이 GMM으로 이적하고 처음 찍은 작품이라고 해요. 옴은 make it right 시즌1보다 시즌2에서 너무 커서 놀라게 하더니, 여기서는 더 자랐어요. 지금은 그냥 남좌하지만, 그래도 풋풋하던 시절의 옴을 만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멧은 1997년 생일에 심장마비로 죽었어요. 그런데 선척적인 심장병으로 수명이 다해서 죽은 게 아니라 무덤에 메여있는 귀신이 되죠. 이승의 사람이 천도재를 지내줘야 하늘로 떠나 환생할 수 있는데, 멧은 매년 청명절에 무덤을 찾아오는 친척도 없는 신세예요. 그런 멧의 무덤에 향도 피워주고, 사탕, 초콜렛, 삼겹살도 가져다주는 소년이 있었으니, 암만봐도 귀신인 멧을 볼 수도 있고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것 같은데 본척만척합니다. 


소년의 아버지가 죽고 소년이 아버지를 찾아달라며 멧에게 도움을 청하며, 둘은 처음으로 대화다운 대화를 해요. 소년의 이름은 탄으로, 귀신 보는 걸 아빠한테 들키면 병원에 끌려갈까봐 일부러 멧을 모른 척 했던 거예요. 이렇듯 초반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귀신과 인간의 이야기라 작품 전반적인 분위기가 잔잔한 편이예요. 최근작으로 치자면 1000stars와 비슷한 느낌인 거 같아요. 궁예질을 좀 해보자면, sotus로 형성된 싱토-크리스 조합의 탄탄한 팬덤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연기력 좋은 싱토를 활용하며, 옴을 GMM에 무사히 안착시키기 위한 방안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러나 옴의 경우 올해 방영중인 ‘Bad buddy’에 와서야 제대로 된 조합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cp를 구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그렇게 인기를 얻은 cp를 깨는 것도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태국의 경우 드라마뿐만 아니라 광고, 행사, 공연 등 여러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포기를 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드버디에서 옴의 상대역인 나논은 ‘My dear loser’나 ‘THE GIFTED’와 같이 학원물에서 주로 주연을 맡았던 배우인데, 처음으로 bl드라마에 출연하는 거라고 해요. 일반 학원물의 주연을 끌어와 옴과의 조합을 완성시켰다는 건 그만큼 bl드라마의 인기를 예상할 수 있는 측면이죠. 근데 배드버디도 막상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거고, 옴나논의 특별한 교류를 다룬 청춘물일 수도 있어요. 드라마만 재밌다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을 듯해요. (그러나 아니었음. 마음 아프게 짝사랑하고, 제대로 썸타고 연애하는 이야기였음.) 


그런 면에서 차기작으로 2gether의 브라잇과 윈을 'F4 THAILAND'에 동반 출연시켰다는 건 이례적인 일인 것 같아요. 물론 2gether 영화버전을 제작하는 등 브라이트윈(일명 브윈, 브라잇윈) 조합도 유지를 하려고 하지만, F4 프로모션과 동시 진행되고 있죠. 



여튼 He’s coming to me로 돌아오자면, sotus에서는 그저 반듯한 청년같던 싱토가 여기서는 세상 귀엽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탄이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려줘야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탄이 향을 피워준 행동반경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인 따라다는 강아지 같아요.


그리고 심장마비로 죽은 줄 알았던 멧의 죽음에 다른 진실이 있음이 밝혀지며, 극적 긴장감을 더합니다. 죽음에 대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게 1000stars랑 비슷하죠. 극중 설정 상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아야 이승을 떠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멧이 탄의 기숙사로 오고, 대학교를 둘러보며 점점 기억을 찾아가게 됩니다. 



애초부터 헤어짐이 예정된 관계다보니 중반을 넘어서며 슬픔의 정서가 흐릅니다. 옴은 여기서도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고난을 겪는 순정남 역할인데, 뭔가 순박하고 흐뭇한 미소 때문에 이런 역할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탄은 태드에서 만나보기 힘든 성적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주인공입니다.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탄을 친구들은 게이냐며 의심하기도 하고, 탄 스스로도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고민을 멧, 친구들, 엄마에게 차근차근 털어놓습니다. 그 과정이 마음 아프면서도 가슴 따뜻하게 그려져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섞여듭니다. 이때의 옴과 싱토의 연기가 좋더라구요. 왜 이런 이야기에 이 둘을 캐스팅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요. 


한 회차가 끝날 때마다 예고편 뒤에 말랑말랑한 ost가 흐르면서, 역시나 말랑말랑한 표정으로 해당 회차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멧을 만날 수 있어요. 멧은 죽었을 때 지니고 있던 워크맨을 귀신이 되어서도 항상 지니고 있는 편인데, 매회차 멧이 듣고 있는 음악도 달라집니다. 6회에서는 탄 혼자, 7회에서는 탄과 멧이 함께 음악을 들어요. 짧은 클립인데 인물의 감정선이나 관계의 변화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전반적으로 잔잔한 분위기라 한편한편 진도가 쉽게 나가지는 않았는데, 서사도 탄탄하고 연기도 좋은 편이예요. 그리고 후반으로 들어서며 반전들이 연이서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분위기상 그냥 새드엔딩으로 갔어도 좋았을 거 같은데, 여태껏 본 태드 중에 새드엔딩은 없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태국 불교나 윤회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다보니, 뭔가 태국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었어요. 


탄-키오켐-프린스-플라이파 친구들 케미는 아쉬웠어요. 개인적으로 초기작인 lovesick이나 make it right의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뭉쳐있는 친구들 케미를 좋아라 합니다. 배경이 대학교로 옮겨오면서 최근작들은 theory of love나 2gether처럼 친구들 숫자는 줄이고 캐릭터에 역할을 부여한 느낌이에요. He’s coming to me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여사친인 플라이파는 탄을 좋아하는 설정인데, 그닥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주요 여캐인데 연기가 좀 딱딱하다고 할까요. 오히려 생각할수록 비범한 탄의 엄마 연기가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여캐에 감정이입이 잘 되고, 그래서 여캐 때문에 마음이 아프기도 한데, 제게는 lovesick의 유리와 I told sunset about you의 딴이 그러했습니다.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 했겠죠. 유리가 조용히 슬퍼한다면, 딴은 화내면서 아파하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유리는 노를, 딴은 떼를 진심으로 아끼죠. 



그리고 보다가 문득 깨달았는데, make it right의 프레임과 lovesick의 퍼가 친구인 상황이더라구요. 이걸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애들이 컸다는 얘기겠죠. 초기작에서 각자 다른 작품의 서브커플이었던 애들이 커서 친구로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새삼 감회가 남달랐어요. 


태드의 경우 배우들의 워낙 어릴 때 모습부터 봐놓으니 정이 들어서 자꾸 필모깨기를 하면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여기서는 더 컸구나, 여기서는 그래도 풋풋하구나, 여기서는 많이 달라졌구나, 이런 심정으로 완성도를 딱히 기대할 수 없는 태드를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작으로 들어서면서 고퀄의 bl도 나오는 추세긴 하지만, 태드는 약간은 유치하고 그래도 재밌는 맛으로 보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배우들이 제작사에 소속되어 있다보니, 캐릭터의 성격이나 관계 설정이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배우에 대한 제작사의 캐릭터 해석이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짧은 시리즈로 이 캐릭터를 보내기 아쉽다 하면, 그 배우의 다른 작품을 보면 됩니다. 


한 시리즈 당 회차가 10회 안팎으로 짧다보니, 중간에 지루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것만 지나가면 도장깨기가 가능하다는 이상한 승부욕을 발동시키기도 해요. 그래서 중드도 필모깨기를 안 하는데, 태드를 필모깨기하는 요상한 경험 중입니다. 


그리고 태국 사람들이 순한건지, 제가 보는 드라마가 그런건지, 엄청 싸우다가도 시간이 지나거나 미안해 한마디에 갈등이 해소되거나 상황이 해결돼요. 그래서 저런 평화로운 세계에 살고 싶다 이런 생각도 가끔 해요. 현생은 이해관계나 갈등상황이 복잡하고 해결하기도 어렵잖아요. 여튼 그래서 악역들도 뭔가 어설픕니다. 



그리고 친구나 가족 사이에 서로 보살펴 준다는 개념도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다 큰 어른들끼리 왜 자꾸 데려다준다고 그러지? 싶었는데 이제는 그냥 문화려니 합니다. 물론 태드도 막장에 갈등요소 강하고 어두컴컴하고 이런 드라마들이 있겠지만, 제가 그런 드라마들을 안 보나봐요. 그래서 뭔가 숨막히는 갈등이나 계략들이 존재하지 않아서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시청이 가능합니다. 


물론 bl드라마를 주로 보다보니 짝사랑이나 여친의 존재, 가족의 반대 등 갈등요소가 있지만, 마음이 아릿아릿한 정도지 눈물이 철철 나는 정도는 아니라서 감정소모가 덜한 것 같아요. 여튼 드라마 보다가 프레임과 퍼를 떠올리니 뭔가 지난 소회들이 스쳐가서 줄줄 써보았습니다. 이만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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