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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Dec 13. 2021

태드 도장깨기는 계속된다(5) -
싱토크리스

태드 리뷰 / SOTUS, Sotus S

SOTUS


lovesick과는 다른 느낌으로 초기작 중에 쌍끌이 작품이라고 하여 보았는데, 약간 예전 감성이라 촌스럽기도 하고, 태국 대학의 sotus 체제(3개월간의 신입생 집합기간) 자체가 오글거리는 면이 있긴 하지만 자꾸 다음 회를 보게 만듦. lovesick이 청춘물에 bl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라면, SOTUS(일명 쏘타스, 쏘땃)는 bl의 형식을 빌린 로코같은 느낌. 아마도 지금의 로코 느낌이 나는 bl드라마의 시초가 된 작품이 아닐까 짐작해봄. 



초반에는 대학교 선후배들끼리 얼차레 주고 꼰대질 하는 게 보기 싫고, 아팃의 이대팔 가르마도 어케 해주고 싶었는데, 꽁폽의 온화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 가끔 그림처럼 반듯한 얼굴에 정주행함. 그리고 갈구면서 츤츤거리는 아팃과 개기면서 대쉬하는 꽁폽의 희한한 상황 때문에 흥미를 유발함. 강압적인 조직 문화를 미화하는 건 극혐하지만, 이걸 bl장르에서 사랑이 싹트는 장치로 쓰다니 싶었음. 



이것도 딱 절반으로 나눠서 전반부는 sotus 체제 안에서 두 사람의 관계쌓기, 후반부는 sotus 체제가 끝나며 본격적인 두 사람의 썸타기로 이루어져있음. 강당에서 호감이 싹트고, 베란다에서 호감을 키우고, 딸기우유로 호감에 물 주는 느낌. 항상 같은 식당에 가고 같은 메뉴를 시키는 한결같은 사람들. 마지막은 너무 달달하거나 한쪽이 사랑꾼이 아니라 현실커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함. 


Sotus S


Sotus 시리즈의 시즌2입니다. our skyy(꽁폽&아팃)편을 보고나니 왠지 보고 싶어서 꺼내봤어요. 시즌1에서도 뭔가 현실적이고 잔잔한 커플이었던 꽁폽과 아팃은 여기서도 그러합니다. 다만 2년의 세월이 흘러서, 꽁폽은 3학년이 되고, 아팃은 직장인이 되었어요. 시즌1은 초반 Sotus 체제로 인해 커플의 잔잔함과는 별개로 드라마 자체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편인데, 시즌2는 드라마 자체도 잔잔한 일상물 같은 느낌입니다. 


시즌1에서는 Sotus 체제가 그리도 보기 싫더니, 막상 시즌2에서 아팃의 직장생활을 보여주다가, 꽁폽이 학생회장으로 활동하는 Sotus 체제를 보여주면 그리 평화로울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학교생활이 빡시다고 해도 사회생활에 비할 수 없고, 우리의 주인공 아팃에게도 사회생활은 녹록치 않은 법이죠. 


시즌1에서 꽁폽이 리즈를 찍었다면, 시즌2에서는 아팃이 리즈를 찍은 느낌이에요. 수줍고 귀엽게 꽁폽 애타게 하는 연상남인데, 시즌1 초반을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죠. 거기다 직장에서는 신입사원이니 귀여움이 배가됩니다. 


My dear loser에서 Ainam이었던 푸이멕은 여기서도 사랑할 수 없는 남자를 사랑하는 역할입니다. 이쯤되니 우리 푸이멕한테 제대로 된 짝 좀 지어줘라 싶어요. 여기서는 꽁폽을 좋아하는 여자 신입생, Kaofang 역할이에요. Kaofang이 자신의 기어를 꽁폽에게 내밀 때, 꽁폽이 ‘난 이미 다른 사람의 기어를 가지고 있어’ 이러는데 맴찢입니다. 꽁폽과 아팃의 단단한 관계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대사인데, Kaofang을 생각하면 이리 철벽일 수 없어요. 


이성커플인 M과 May는 시즌1에서 미미하게 썸타더니 2년 넘도록 그러고 있었나봐요. 신입생들 데리고 온 OT에 와서야 서로의 마음 확인하고 연애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후로 분량이 실종되서 막상 둘이 연애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어요. 


시즌2에 새로이 추가된 서브커플로 챙겨주고 싶은 선배 Tew와 챙김받기 싫은 후배 Day가 있어요. Day는 THE GIFTED에서 Korn역할의 배우인데, 여기서도 뭔가 사연이 있음직한 음울한 분위기의 반항적인 청년입니다. 



아팃의 직장생활을 살펴보자면 일단 희망부서에 배치받지 못합니다. 첫인상은 차가웠으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Earth 선배, 사람 좋은 척 다가왔으나 골치아픈 일은 다 떠넘기는 Jhon선배, 일적으로 연결될 일이 없으니 세상 해맑은 비서 Som-O, 팀 전체 실적이 좋다면 팀원 누가 어떤 일을 했든지 상관없다는 구매팀장, 첫 등장부터 주머니에 양손 꼽고 나타나는 낙하산 신입사원 Tod, 자기는 까다로운 사람 아니라면서 세상 깐깐한 회계팀장, 비서들끼리의 핫라인 등 직장생활 한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 갈 만한 캐릭터들의 향연이에요. 


꽁폽이 아팃이 일하는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오며 본격 미생의 길이 펼쳐지죠. 그리고 이때 약간의 갈등이 생기는데, 아팃 곁에서 가까이 지내고 싶은 꽁폽이나 모든 게 조심스러운 사회초년생 아팃이나 둘 다의 입장이 이해가 됩니다. 


Sotus 시리즈의 특징은 니네 연애를 하긴 하니, 우리 몰래 어디서 하니, 싶지만 그래서 그냥 자연스러워요. 그리고 그것이 꽁폽과 아팃 커플의 매력이죠.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매회차 본편 뒤에 스페셜씬이 있습니다. 


그래도 얘네들이 연애를 하긴 하는구나 싶은 회차는 4회와 9회예요. 태드에서 모든 썸띵은 일단 바닷가를 가야 합니다. lovesick에서 푼과 노는 즉흥적으로 바닷가로 밀회(?)를 떠났고, theory of love에서 카이는 바닷가에 앉아 써드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죠. 이처럼 예시로 들 수 있는 상황은 수도 없이 많아요. Sotus 시즌1에서도 바닷가에서 꽁폽이 자신의 기어를 아팃에게 맡겼었고, 시즌2에서도 달달한 장면은 바닷가에서 쏟아져 나와요. 



회사에서도 서브커플이 생기는데 우직한 생산팀장 Yong과 너드미 낭낭한 인턴 Nay, 능력있는 여자 Earth와 의외로 순한 맛 낙하산 Tod가 있어요. 이와 같이 서브커플도 많고, 학교생활과 직장생활까지 서사가 많기 때문에 꽁폽과 아팃이 연애하는 거 빼고는 한편한편 알찬 느낌이에요.


여캐 Earth의 캐릭터라이징이 훌륭한 편인데, 일단 회사에서 능력있는 직원이고, 후배를 챙길 줄도 알며, 선배에게 바른 소리도 하지만 물러설 때는 물러서며, 꽁폽과 아팃의 관계를 진즉에 눈치 챘으나 모르는 척 해주며, Som-O가 아팃에게 꽁폽의 애인여부를 물을 때 곤란해 하는 아팃 대신 말을 끊어주기도 하는 등 이상적인 직장 선배이자 누나 느낌 뿜뿜합니다. 후반에는 두 사람 관계에 중요한 조언을 하기도 하죠. 


후반부에 고난이 세게 오는데, 역시나 꽁폽과 아팃 둘 모두의 입장이 이해가 됩니다. 이 시리즈의 큰 특징 중 하나죠. 뭔가 현실적이면서 두 캐릭터 모두 설득력 있게 그려요. 그저 아팃을 돕고 싶었던 꽁폽과 연타 충격으로 도망치고 싶은 아팃인데, 강당씬에서 짠내 폭발합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빌런들은 태드다운 어설픈 빌런이 아니라, 확실하게 빌런 역할을 해서 주인공들에게 고난을 줘요. 물론 고난을 극복하고, 13회 마지막 스페셜씬에서 our skyy(꽁폽&아팃)편이랑 연결되는 듯한 대사가 나오면서 마무리 됩니다. 


기어 팬던트, 딸기우유 등 시즌1과 시즌2를 관통하는 소품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뭔가 소소하고 잔잔한데 그럼에도 서사는 꽉 차 있는 느낌이에요. 이런 소소한 느낌 때문에 서브커플들도 너네 언제부터 좋아했니, 싶지만 그래서 서브커플이 많음에도 과하지 않고 극에 스무스하게 녹아듭니다. 메인커플인 꽁폽과 아팃 외에도 이성커플 2커플, 동성커플 2커플이 서브커플로 나오는 셈이죠. 


개인적으로 시즌1보다 시즌2가 취향에 더 맞았어요. 그리고 오피스물을 못 보는 병이 있음에도 정주행을 했다는 건 이 시리즈만의 끌림포인트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아팃아, 혼자 속으로 끙끙대지 말고 대화를 좀 해라, 싶지만 그 모든 걸 덮고 가는 꽁폽의 사랑으로 굴러가는 커플이에요. 근데 저리 혼자 끙끙대는 아팃의 마음도 너무도 알 것 같고, 아팃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는 과감하다는 게 함정이죠. 그래서 번번이 시간을 순삭시키는 마력의 커플입니다.


꽁폽역의 싱토는 태드 bl계에서도 연기파로 손꼽히고, 저는 아팃역의 크리스 연기도 좋더라구요. 뭔가 진라면 순한 맛 같은 커플이에요. 밥은 먹기 싫은데, 신라면은 자극적이고, 사리곰탕은 밍밍하고, 딱 적당한 인스턴트의 맛을 느끼고 싶다할 때 꺼내들 수 있는 그런 느낌. 그래서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our skyy(꽁폽&아팃)


our skyy(피트&까오)편 뒤에 예고편이 대망의 Sotus 커플이었음. 그래서 시즌2인 Sotus S는 건너뛰고 스핀오프부터 봄. Sotus에서 꽁폽이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었는데, 결국 경제학을 공부하러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설정. 


Sotus 초반을 생각하면 군기잡는 이대팔 가르마 선배였던 아팃이었건만, Sotus 중반을 넘어서며 수줍음과 귀여움을 갖추더니, 이번 단편에서는 내내 눈물바람. 막상 떠나는 꽁폽은 의연한데, 보내는 아팃이 마음을 못 잡음. 아마도 꽁폽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별을 생각지 않고, 아팃은 이별이 두려웠던 것 같음. 그러나 거리와 시간을 건너 여전히 사랑하는 모습으로 마무리. 


사실 Sotus의 서사는 취향이 아니었건만, 이상하게도 보기 시작하면 시간을 순삭하는 마력의 커플임. 결국 예고편에 감겨서 our skyy를 순서대로 다 봤음. 단편의 힘인지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은데도 전반적으로 모든 편의 연출, 서사, 연기가 좋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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