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잊고 있었다..
한 번씩 꿈에 나타나는 그곳,
난 요즘도 가끔 콘크리트 숲
여기저기를 다니는 꿈을 꾼다.
인생의 절반 거의 20년 가까이 살았던,
나의 고향이기도 한 '둔촌주공아파트'
몇 년 전 이미 철거되어
이젠 모두 사라져 버렸지만..
오늘 문득 아파트 관련 영상을 보면서
어릴 적 옛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라
가슴 한편이 잠시 먹먹해졌다.
누군가가 감사하게도 단지 내 곳곳을 찍어
유튜브 영상으로 남겨놓았다.
둔촌주공아파트는
1980년에 입주를 시작해
4개 단지 총 143동, 5930세대로
이루어진 대단지였다.
유치원 시절을 보낸 1단지..
뽑기도 하고 방방을 탔었던 기억,
그리고
그해에 막내동생이 태어났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살았었던 2단지..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어서
5층까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다니느라
엄마가 당시 힘들었다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다.
학교 갈 때면 동네 근처 사는 아이들이
다 같이 모여 등교를 했었던 곳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제일 추억이 많은 3단지는
복도식 아파트였는데
이곳에서 10년 이상을 살았었다.
여름이면 다들 현관문을 열고 지냈고
같은 층에 또래 친구들이 4명이나 있어서
자주 어울리며 같이 놀곤 했었다.
놀이터를 가기도 하고 와리가리도 하면서,
기린놀이터
뛰어놀다가 무릎도 다친 적이 여러 번이었던
집 앞 놀이터,
아파트 곳곳에 놀이터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 남는 곳은
기린 놀이터이다..
집에서 생일파티 후 반 친구들이랑 놀기도 했었고
기린 미끄럼틀이 있어 자주 갔었던 곳이다.
그리고 단지마다 있었던 상가들..
항상 가던 문방구와 슈퍼, 학원, 소아과, 세탁소 냄새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 먹었던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로 은근히 라이벌 의식이 있었던 위례초와 둔촌초,
큰길 쪽 버스정류장 앞 종합상가와
가끔 주말에 자유수영을 하러 갔었던 사회체육센터,
매년 열렸던 둔촌 축제..
겨울에는 집 앞 언덕에서 눈썰매를 탔었고
지금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만
친구들이랑 아파트 옥상에서 놀기도 했었다.
중고등학교 때 걸어 다니던 등하교길과
하교길에 사 먹었던 붕어빵 트럭,
공부는 뒷전이고 친구들과 쪽지 쓰러 다녔던 독서실,
소풍 때마다 갔었던 올림픽공원까지..
다양한 형태의 집들 사이에서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는
어떤 이들에게는 어쩌면 매력이 없을 수도 있다.
게다가 요즘은 층간소음의 문제로
이웃 간에 서로 다툼, 갈등도 빚어진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 집이기보단,
특히 아파트는 자산으로 여겨
돈의 가치로 따지고 판단하기도 한다.
집이란
기본적으로 삶의 안식처이자
언제든지 쉴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둔촌주공아파트'
이곳에 살았던 이들의 마음속에는 분명
집, 공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인생이었고 삶 자체였다.
나의 둔촌주공,
앞으로는 보고 싶어도
가볼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그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