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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별 Sep 16. 2021

아들 셋 엄마의 하루

엄마의 시간

우리 집 하루는 새벽 5시~6시 사이에 시작된다.

5시가 조금 넘으면 아빠와 함께 매일 잠드는 셋째 아이가

형아들과 엄마가 자고 있는 방으로 뛰어와 이른 아침을 깨운다. 막내는 하루도 늦잠을 자는 법이 없다. 왠지 일어나기가 싫어서 5분만 5분만 하다가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잠시 보내다 보면 7시가 조금 안된 시 남편이 출근을 한다.

첫째와 둘째의 등원 준비로 바쁜 아침, 얼마 전부터 한 시간 반 가량 앞당겨진 버스 차량 시간에 아침 먹이고 씻기고 옷 입혀서 보내려면 일찍 일찍 서둘러야 한다. 아이들이 등원하고 나면 엄마도 밥을 대충 챙겨 먹고 설거지와 빨래,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세탁기를 매일 두 번씩 돌리는데도 빨래는 왜 그렇게 끊임없이 나오는지.. 청소기도 최소 하루 세 번은 돌려야 한다. 정말 집안일은 끝이 없고 심지어 티도 나지 않는다. 

얼음 잔뜩 넣은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켜 마시다 보면 어느새 셋째 아이 낮잠 잘 시간이다. 낮잠시간은 보통 30분이 될 수도 있고 한 시간 반이 될 수도 있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그때부터 온전한 내 시간이 생긴다.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잠깐의 쉼은 엄마에게 하루 중 주어지는 작은 선물과도 같다.


특별한 일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에 있었던 일을 한 가지 얘기해보자면 첫째 둘째를 등원시키고 집에 셋째랑 단둘이 있었을 때 일이다. 1층에 주차되어있는 차에 아주 잠깐 다녀온 사이 셋째 아이가 현관문에 있는 이중 잠금 버튼을 눌러버렸다. 핸드폰과 비상키 모두 집안에 있는 상태였고 집 근처에는 사람들도 별로 다니지 않으며 인근에는 집들조차 없어서 앞이 깜깜. 잠시 후 아이는 현관문 안쪽에서 울어대기 시작고 난감한 상황에 어찌할 바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던 찰나 거리상 100미터? 되는 지점에 지나가는  사람이 보다. 고민할 겨를 없이 지만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큰소리로 불렀더니 그분이 처음에는 뒤돌아보시다가 그냥 다시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가시는 것이다. 점점 멀어진다는 생각에 또 한 번 크게 소리 내어 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무슨 일이라며 뒤돌아 셨고 이 너무 찬 나머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상황 설명을 드리고 핸드폰을 빌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에 모르는 번호를 잘 받지 않는 사람이기에 안 받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남편은 전화를 받았고 20분 만에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 수가 있었다. 이는 많이 놀란 듯 아빠품에 안겨 한동안 울댔고 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이들과 있다 보면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평화로웠던 순간이 한순간에 깨지기도 하고 계획에 없던 일이 순식간에 생기기도 한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사이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글을 읽기도 하고 아니면 을 쓰거나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가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땐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혹은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넷플릭스 시청하기도 한다. 이 시간만큼은 왜 그리 빨리 지나가는지..

솔직히 아쉬울 때 다. 

아이가 낮잠에서 깨면 심 먹을 시간, 들이 같이 있을 때는 형들을 쫓아다니느라 바쁘지만 엄마랑 둘이 있을 땐 엄마에게 놀아달라고 계속 매달.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 개어서 옷장에 정리를 하고 젖병을 씻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 하원 시간다. 버스 차량을 마중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와 깨끗하게 아이들 목욕을 시키고 간식을 챙겨주고 나면 이때부턴 자리에 앉을 잠깐의 여유조차 라진다. 치우고 돌아서면 어질러져 있는 거실 이곳저곳, 아이들의 장난 감방은 늘 엉망진창이 사고  녀석 하나 정리하고 나면 다른 녀석이 또 사고를 치고 있.

그중 제일 난감할 때는 응가 셋이 한꺼번에 같이 할 때인데 막내 기저귀를 갈고 형아 둘 뒤처리하는데만 시간이 꽤 걸린다. 이럴 때 보면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는 학습지와 두 번 하는 개인수업을 하는 날이면 더바빠진다.

오후 시간이 지나가고 해가 저물어 갈 때쯤 저녁 준비를 하면서 아이들 겨 먹이면 남편이 7시 반쯤 퇴근을 한다. 셋째 아이는 보통 8시~8시 반쯤 잠자리에 들고 나머지 첫째와 둘째는 9시 반 이전에 잠이 든다. 아이들이 잠 들고나면 자유시간이 생기다고들 하지만 대부분 피곤해서 먼저 잠들거나 같이 잠들기가 일쑤이고 잠귀가 워낙 밝은 아이들이라 에 없으면 기가 막히게 알아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아들 셋 엄마의 시간은 별거 없는 하루 같지만

소소한 의미가 담겨있으니 별거 있는 하루이기도 하다.






첫째가 생기기 전 결혼초까지는 5년 정도 다닌 연구실에서 일을 했었다. 결혼하고 조금 멀리 이사를 하게 되면서 매일 아침 고속버스를 타고 출근했던 그곳에서 난 오랫동안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몸내게 좋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왔고 출근해서 일하는 중간에 링거를 으러 가는 날도 생겼다. 렇게 첫째를 임신하면서 전업맘이 되어 그 후로 지금까지 6년 동안 둘째와 셋째, 아이 셋의 육아와 가사에만 전념하 지냈다.


난 스무 살 무렵부터 결혼 전까지 쉬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해야 하는 인간이었다. 일도 일찍 시작했고 대학도 두 번 갔으며 대학 다니면서 인터넷 쇼핑몰 사업도 같이 병행했다. 낮에는 수업을, 새벽에는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사입을 하면서 주말에는 촬영도 해야 했고 밤새워 작업 했다. 거기다 중학생들 영어와 수학 과외도 었다.

취업 후에는 퇴근하고 집에서 공부방을 운영했으며 중고등학생 서너 명의 수학 개인 과외를 하느라 주말까지 항상 바빴다. 일주일에 두 번은 운동 겸 댄스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빡빡한 일정으로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몰라도 시간에 쫓긴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매 순간 시간에 쫓기듯 하루를 보내는 느낌이 든다. 기본적인 육아와 가사를 제외하고도 개인적하고 싶은 도 많고 해야 할 도 많아서 늘 시간이 부족하고 하루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어떤 것도 완성이나 마무리가 되지 않는 것 같으면서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자꾸 마음만 조급해지고 내게 주어진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다한편으로는 하고픈게 너무 많아 사는 것이 재미있고 하루하루가 즐겁다.



이 세상 엄마들이 상상하기와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을 내기 어려워도 사소한 것에서부터 매일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온전히 나를 위한 엄마의 개인 시간과 생활을 가져보자. 우울함과 스트레스는 줄어들 것이고 그 행복은 그대로 전해져 가족과 아이들을 위해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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