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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연아 Jan 06. 2016

크리스마스이브 그리고 생각

#1일1글 #20151214



혼자 집에서 뒹굴거리다 처리할 몇 가지 일들을 하고 부엌에 자그마한 트리와 루돌프를 장식했다.

내일이 지나면 집 안에 장식했던 크리스마스 용품은 창고에서 또 1년을 기다리겠지?

사람들과 나누었던 크리스마스 인사는 일 년 후에 나 들을 수 있겠지?


명동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하지만 내가 지나간 길은 왜 이렇게 썰렁하기만 한지.

크리스마스 캐럴은 왜 이렇게 슬프기만 한지. 오늘따라 날씨는 왜 이렇게 추운 건지.

기분 낸다고 들어간 뷔페 음식은 왜 이렇게 맛이 없는지.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기엔 부족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갔던 뷔페 중에 최악이야! 다시는 여기 오지 말자"라고 얘기하고 자리를 옮긴 이름 모를 카페에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커피를 마셨다. 영국에서 먹었던 그 커피랑 똑같은 맛은 아닐지 몰라도 내 기억 속에선 그 맛이었다. 그 순간 마음에 들지 않아 툴툴댔던 오늘 하루가 싹 잊혔다. 추억과 함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맛있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상대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나와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아까처럼 여전히 추웠지만 따뜻해진 느낌이었다. 방금 마신 커피로 몸을 데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커피의 추억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웠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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