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퇴사 이야기
이별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이별을 하게 된다.
스타트업에서 근무한다면 조금 더 많은 이별을 하게 될지 모른다. (그만큼 만남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회사도 다른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3년간 여러 사람이 회사에 입사하고 퇴사하였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옆에 있다 사라진다는 건 참으로 허전하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우리 팀원이 퇴사하면서 올려두고 간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함께 일한 시간 동안 그에게 회사는 어떤 곳이었을까?"
"회사 안에서 누군가 퇴사하는 일이 흔한데, 어떻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참 고맙게 우리 팀원들은 퇴사를 하면 그동안의 고마움을 표현하는 선물과 편지를 다른 팀원들에게 선물했다.
그 선물을 받을 때마다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면서 괜스레 미안해진다.
오늘은 회사의 입장에서 팀원들의 퇴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팀원 입장에서는 퇴사하는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회사는 조금 다르다.
'일 손이 줄어서 아쉬운 마음아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스타트업, 특히 우리같이 3년 이내의 초기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은 만큼 팀원들 간 유대감이 끈끈하다.
그 안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우리의 제품/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함께 고생한 동료이기 때문에 업무적 공백보다는 심적 공백이 크다. 물론 회사와의 갈등으로 퇴사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조금 다른 감정일 수 있다.
우리 회사는 팀원이 퇴사를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거친다.
1차 면담 � 후임자 탐색 � 2차 면담 � 3차 면담
대부분 퇴사 이유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회사에서 팀원의 미리 눈치채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갑작스럽게 퇴사를 이야기한다.
팀장, 대표님과 1:1로 면담을 통해 퇴사 이유를 확인하고, 혹시 퇴사의 이유가 회사의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한다. 하지만 대부분 퇴사를 이야기할 때는 마음의 정리를 마친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퇴사 의지를 재확인하고 근무 일정을 조정하는 등 함께 퇴사 준비에 들어가는 것으로 면담이 마무리된다.
지금까지 퇴사를 말한 팀원들은 새로운 커리어를 위한 공부 또는 진학이었다. 표면적인 핑계일 수지만 회사가 어떤 문제가 있어서, 나와 맞지 않아서 이런 이유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과정이 매끈하게 넘어갔던 것 같다.
1차 면담 이후, 회사와 팀원 모두 퇴사 준비에 들어간다.
팀원 입장에서는 그동안 진행하던 업무를 마무리하고 인수인계를 준비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인수인계를 받은 후임자를 찾는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사수-부사수 개념이 약하고 한 명이 넓은 일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공백을 메울 적절한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회사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후임자를 채용할 때는 업무를 좀 더 좁은 범위로 조정해서 직무에 맡는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채용을 하고 있다. 회사 자체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팀원 개인의 성장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팀원은 그동안 자신이 했던 업무와 필요한 정보를 회사 공용 업무 툴에 정리한다. 내용에 대해서는 노션(notion)에, 파일은 공유 드라이브에 업로드하고, 팀장에게 1차로 정리 내용을 공유한다.
팀원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 중에 새로운 팀원이 입사하면 둘이 함께 업무를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인수인계할 수 있도록 돕고, 그렇지 못한 경우 서로 협의를 통해 퇴사 후 인수인계 시간을 갖는다(자료 정리를 잘해주고 퇴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시간은 남은 근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이야기 나누고,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나 프로세스에 대해 그동안 느낀 점, 개선사항을 듣는 시간이다.
나름 회사에서 팀원들이 열심히, 재미있게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팀원들 입장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퇴사할 때가 아니면 팀원들도 쉽게 할 수 없을 것을 알기에 따로 시간을 내어 이야기 나눈다.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복리후생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별도로 제한을 두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그리고 이야기한 내용은 내부 회의(팀장 이상)를 통해 반영하며,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팀원들이 일 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3차 면담이 있는 날은 팀장, 대표님의 외부 일정과 겹치지 않는 한 대부분 팀원의 퇴사 날이다. 퇴사 날은 보통 업무를 하기보다 자리를 정리하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기 때문에, 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인사를 나누고 짐을 챙겨 퇴근을 한다. 이때 대표님과 나, 그리고 CPO님(창업 멤버)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핵심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좋았고, 그동안 수고했다. 앞으로 더 멋진 날이 함께하기를 바란다."이다.
앞에서 설명한 다른 어떤 프로세스보다 마지막 3차 면담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나가면 또 만나게 될지, 아닐지 알 수 없지만 그동안 함께 한 시간이 서로에게 의미 있고 고마운 시간이었음을 되짚어주기 때문이다.
회사를 떠나는 팀원들은 어떤 마음일까?
나의 첫 퇴사를 떠올려보면 시원섭섭했던 것 같다. 함께 일했던 팀원들과 헤어진다는 마음에 슬프고 섭섭했고, 더 이상 이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시원했다. 퇴사하고 일주일 뒤 유럽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어쩌면 신나는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팀장으로 창업 멤버로 회사를 이끌어보니 조금 다른 느낌이다. '시원'한 느낌은 없다. 함께 일할 때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앞으로 회사에 있을 즐겁고 기쁜 순간에 함께했던 팀원이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그럼 있을 때 잘해주지.."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건 마치 연인이 헤어질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사귀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마음을 주지만, 헤어지고 나면 못해준 것들만 떠오르는 그런 마음 말이다.
이제 '평생직장'이 없다.
우리 부모님 시대처럼 한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할 일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어쩌면 이직과 퇴사는 흔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퇴사하는 팀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앞으로 자신의 꿈과 열정을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회사가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 프로세스를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퇴사가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와 함께 일했던 시간과 기억이 떠나는 이들에게도 기억에 남는 회사생활이었길, 남아있는 우리도 그 사람을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