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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May 25. 2017

피사체는 가까이 있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54

당신이 촬영하는 대상은 무엇입니까?


오늘은 피사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기가 있는 부모라면 그 아기를 가장 잘 찍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아기의 부모다. 아기 사진은 베이비 전문 스튜디오라고? 천만의 말씀!!! 스튜디오에 가서 찍는 사진보다 훨씬 재미있고 생동감을 담아 찍을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아기라는 피사체는 매일 보고, 매일 만지고, 매일 생각하고... 늘 부모 곁에 있기 때문에 가장 잘 찍을 수 있다. 이 세상 어떤 유명한 사진가라도 부모보다 좋은 사진을 찍을 없다고 믿는다. 전문가들보다 기술적으로, 예술적으로, 테크닉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아기가 성인이 된 후 감동적인 기억을 끌어내는 사진은 아빠나 가족이 찍어줬던 일상의 모습이다. 화려한 스튜디오 사진이 아니다. 굳이 전몽각 선생님의 '윤미네 집'을 예로 들지 않아도 말이다.

1975 / 뒤에 형이 들고있던 카메라가 몇 년이 지나...내 카메라가 된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두 권의 앨범을 나에게 건네주셨다. 이 앨범 얘기는 나중에 브런치로 한번 더 포스팅할 생각이다. 이 사진은  그 앨범에 있었던 수많은 사진 중 한 장이다.

1975년의 기억은 나의 뇌의 한계  상 이런 사진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으면 남아있지 않다. 사진의 잘 찍고 그렇지 못하고를 떠나... 이 순간 아빠가 나와, 나의 형을 피사체로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면... 나의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소멸되었을 것이다. 그 기억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겨주신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넘치고 넘친다.

풍경 사진이라고 얼마나 다를까? 여러분들께 이런 질문을 하나 드려보자.


카메라를 들고 집 주변을 관찰해보신 적 있습니까?


이 질문에 매일 보는 풍경이 다 똑같지... 얼마나 다를까? 반문을 한다면 나는 "예. 매 시간, 매 일, 매월 1년 365일 모두 다릅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스모크라는 영화 중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매일 같은 시간에 자진의 가게를 배경으로 한컷 찍 오랫동안 꾸준하게 찍었던 담배가게 주인과 친구가 된다. 그리고 오래전 저세상으로 떠난 자신의 배우자가 우연히 오래전 그의 사진에 찍힌 것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

집 주변의 골목의 풍경은 그 지역에 사는 분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담고 있다. 매일 쉽게 보고 지나치기 때문에 놓치는 것이 너무도 많다. 근처 운동장에서 재밌게 축구를 즐기는 아이들. 집 앞 빌딩위 건설현장에서 땀 흘리는 아저씨들(물론 조망권이 걱정은 좀 되지만. ^^). 길을 건너는 동네 아주머니. 이 모두가 카메라를 손에 든 당신에게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좋은 피사체이다. 그 가치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까지 눈낄 한번 주지 않았던 것.

내가 사는 집 위치에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전면은 완전한 도시의 모습이고, 뒤쪽은 완전한 농촌의 모습니다. 앞쪽은 매일 우후죽순 건물들이 솓아오르지만 뒤쪽은 길을 넓히는 도로 공사를 제외하고는 평온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하다. 주말에는 요즘 날이 좋아져 주말농장을 찾아오는 분들의 모습을 멀리 망원렌즈로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

카메라의 앵글이 달라지면 사진이 달라진다


당신은 집주변이 변화가 없는 피사체라고 믿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 신념(?) 갖게 된 원인은 많이 있다. 그중 하나는 그동안 시야(범위)와 높이의 변화가 없었다.


눈높이(Eye level)에서만 사물을 봤기 때문이다


좋은 피사체의 발견. 그 시작은 관찰이다. 보통의 속도보다 느리게 걸을 필요도 있도 가끔 멈출 필요도 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느끼지 못한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당신이 뷰파인더에 담는 피사체의 모습은 바뀐다. 당신이 바뀌면 사진이 바뀐다는 매 포스팅마다 주장하는 내 주장과도 맥이 통한다.


가까이 있는 피사체는 당신의 몫이다. 다른 모두가 무심히 흘려 지나가는 강한 바람에 의해 길 위에 쓰러진 교통 표지판, 파란색 휴지통, 뭔지모를 것을 운반하는 빨간색 유니폼과 빨간색 바이크... 모든 것이 좋은 피사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당신 근처의 모든 것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아무나 셔터를 누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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