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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Jun 27. 2017

사진은 보이는 것이 전부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55

사진을 찍기 위해 셔터를 누르며 매번 반복되는 갈등에 휩싸이곤 한다. 좀 더 다가가야 하나? 좀 더 멀어져야 하나? 이 갈등은 셔터를 누르기 전 프레임에 담아야 할 '메시지'를 결정하는데 자문자답하는 첫 번째 행위가 된다.

풍경이던 인물사진이던 예외는 없다. 얼마큼 다가가야 원하는 감정 혹은 메시지를 프레임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을까?


사진은 이런 갈등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다중노출, 장노출 등과 같은 의도적 표현 이외의 일반 사진은 시간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담고 있지 않다. 때문에, 촬영하는 순간 피사체와 사진가의 거리에 따라 그 세계의 경계가 결정된다. (작가 입장에서 '결정한다'가 더 정확한 표현) 프레임 밖의 이야기와 상황은 이미 그 사진의 세계와는 다른 길을 겪는다.

Smile in the dark / Seoul 2017

관람자는 그 밖의 세상을 상상하거나, 유추해볼 수는 있지만... 그건 관람자의 순수한 개인적인 몫이며, 사진가의 입장에서는 크게 고려할 것이 못된다. 왜? 프레임 밖으로 대상을 밀어냈기 때문에...


내가 눈으로 본모습과 매우 다르네? ㅠㅠ


주로 사진을 시작하는 분들이 첫 번째 겪는 문제다. 사진을 확인해보니 분명히 눈으로 볼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고 문제를 제기하곤 한다. 그 문제의 원인은 경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눈으로는 눈앞의 세상 전체를 보고 있었지만 사진은 그 일부를 떼어내서 담는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진의 '한계'라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리고 이해해야 한다. 혹자는 그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다양한 화각의 렌즈를 바꿔보지만, 결국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한강 / Seoul 2015

광각렌즈는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는 프레임 밖의 세계를 점점 좁히는 원리가 함께 고려되어야 균형이 맞는다. 화각이 바뀐다는 것은 눈으로 보는 장면의 일부, 상, 하, 좌, 우 모두를 아우른다. 넓은 화각으로 더 현실에 가깝게 촬영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실제는 훨씬 더 비현실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광각렌즈다. 조금만 카메라가 틀어져도 굉장한 왜곡이 발생하는 것을 여러번 경험해보셨을 것이다.


지구


The Earth / 2015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없이 크고 넓을 것 같지만... 태양계, 은하계, 우주의 관점에서는 겨우 점 하나에 불과하지 않나? 그토록 상대적인 개념이 사진 한 장에도 고스란히 남는다. 결국 프레임 밖의 세상을 어떻게 걷어내는가의 문제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담아야 하는 프레임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명확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아쉬워하고... 어느 순간 그것이 완성에 가까워졌을 때 유레카!!! 를 외칠 수 있다. 조금 더 과격하게 말해볼까? 사진으로 그 순간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었다면 이미 사진의 생명은 끝이 났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 두물머리 2015

혹자는 전방위 360도 카메라가 있지 않나?라고 반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미래 어느 순간부터 다른 개념의 사진의 역사를 만드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사진은 광학, 기술 영역과 함께 발전하는 것이며 그 부분을 떼고서는 설명이 어렵다. 하지만 지금의 사진만큼 일반화(대중화)가 되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문에, 잡지에 각종 인쇄 매체에 당장 360도 사진을 감상할 준비가 안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준비가 되면 또 다른 사진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또 다른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람들이 노력하며 발전할 것이다. 지금 나의 이야기가 오래된 진부한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

GRID / Seoul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진은 보이는 것이 전부다. 아무리 철학을 담고, 시각적 이미지 이외의 스토리와 글을 담더라도 그것이 보이는 것 이상 넘어설 수 없다. 명확한 경계와 수도 없이 그것을 넘나들며 고민하는 사진가의 땀... 그런 과정을 통해 촬영된 한 장의 사진.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한계'...


그래서, 사진이 더 아름다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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