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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May 02. 2017

사진, 취미인데 뭐 그렇게까지...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53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의 대부분 엔딩 컷은 '카메라의 장롱행'이다. 거금을 들여서 구입한 카메라와 렌즈도 시기를 놓쳐 중고로 팔지도 못하고 먼지만 쌓여가는 것을 너무도 많이 봐왔다. 취미가 되려면 즐겨야 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 사진의 성취감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촬영하는 것. 그런데 대부분 거기까지 오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카메라와 렌즈가 다 해줄 줄 알았거든...

나는 최소한 그 경계는 넘은 듯하다. 주기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손에 쥐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그때부터 카메라를 손에 놓을 수 없었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순간만큼은 심장이 뛴다.


반복은 습관으로 이어진다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절대 이길 수 없다. 저의 선생님 조언에 따르면... 숨 쉬듯이 사진을 찍는 분들을 말한다. 절대 좋은 카메라, 좋은 렌즈, 좋은 모델이 좋은 사진을 보장하지 않는다.

얼마큼 반복적으로 셔터를 눌렀나?

같은 피사체를 얼마큼 반복적으로 촬영해 보았나?

얼마큼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고 카메라 설정을 바꿔 보았나?

 

Candid / 강남 2017, 서울

이런 반복적인 활동들이 이어지면 사진이 바뀌고 사진이 좋아진다. 그리고 그것이 습관이 되면 여러분의 사진은 일정한 주기로 좋은 사진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멋진 사진을 왜 못 찍는지, 그 이유가 여러분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을 아마 대부분 모를 것이다.


사진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습관


보통 사진은 여러분들의 컴퓨터에 저장한다. 여러분은 거기에 저장되어있는 사진을 얼마큼 유심히 살펴보는지... 나는 하루 동안 찍은 사진을 그날 밤에 분류를 한다. 잘못된 사진을 걸러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어떤 날은 한 장. 어떤 날은 다섯 장... 물론 없는 날도 많이 있다.)을 구글 드라이버에 올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사진들을 구석구석 살펴본다. 당연히 아쉬운 부분이 발견된다.

 

한 발자국만 더 다가갈걸...

오른쪽으로 조금만 다 움직일걸...

노출을 한스탑만 낮출걸...

0.5초만 더 기다릴걸...

좀 더 피사체를 편하게 해드릴걸...


후회와 안타까움들이 물밀듯이 교차한다. 그리고 다음에 실수가 없도록(없을 리가 없지만...) 차곡차곡 실수의 순간을 머릿속에 저장해둔다. 내 사진뿐 아니라 타인의 사진을 감상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어떤지? 빛은 어떻게 들어와서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어떤 감정이 실려있는지?

 

Candid /강남 2017, 서울

사진을 볼 때 여러분은 크게 확대해서 선예도나 얼마나 쨍한지 확인해볼지도 모르겠다. 화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담겨있는 것이 사진이다. 촬영의 순간, 사진가의 감정, 마음가짐, 주변 콘텍스트, 피사체의 감정, 시선, 빛의 양과 방향, 광질, 온도, 주제, 부제, 분위기,  장소, 날씨... 단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시각적인 장보와 메시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것들을 관찰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사진을 촬영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실수는 줄어들고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된다


사진은 현장에서 직접 셔터를 누르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 피사체를 알아가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건이 '충분한 경험의 양'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이미지를 프레임에 담기 위해 가능한 많이, 오랫동안 경험하고 다양한 시도를 행한다면 못 찍을 사진이 없다고 믿는다.

사건(?)은 현장에서 일어난다. 사진 동호회 모임이나, PC 혹은 노트북 앞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Candid / 강남 2017, 서울


취미인데 뭐 그렇게까지...


나 또한 한때 이런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 했다. "취미인데 뭐..." "힘들게 뭐...." "귀찮은데 뭘...."

그러면 이런 질문을 다시 드려본다? 그러면 사진의 취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장비 싸들고 바람 쐬러 가는 것?

좋은 카메라 사는 것?

렌즈 비교하기?

커뮤니티 모임에서 카메라와 렌즈 자랑?


Candid / 남대문 2017, 서울

아니다, 모두 틀렸다. 사진을 취미로 해서 얻어지는 것은 자신이든 타인이든 '정말 마음에 드는 좋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노력이 필요하다. 등산이 취미라면 열심히 산에 오르지 않던가? 영화감상이 취미라면 좋은 영화도 찾아보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도 접해보고... 노력을 하지 않던가?

사진도 다를 바 없다. 사진이 취미라면 좋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은 당연하다.


실패하라! 다음의 사진을 위하여


자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진을 접으면 시합 종료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잘 관리하는 '오답노트'라고 아시는지? 자신이 어떤 것에 취약한지 아는 것 이야말로 최고의 공부가 아닐까? 잘 된 사진은 물론, 안 된 사진도 정리해보자. 계속 부족한 부분을 머릿속에 염두에 두자.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메모를 해두면 가장 좋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진을 즐긴다면 당신의 사진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몇 걸음 멀어질 수 있다. 오늘 사진이 좀 안된다고 해서 실망하고 낙담할 필요 없다. 뭐 어떤가?


내일은 더 좋은 피사체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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