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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Aug 15. 2016

우포, 경이로운 생명의 늪 (1/2)

프로젝트의 기록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21

카메라 들고 우포에 절대로 가지 마세요


씨네 21 사진 부장님께서 강연 중에 하신 말씀이다. 본인이 매우 존경하는 정봉채 사진작가님께서는 우포를 촬영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우포에 이사를 가서 10년 넘게 이곳의 풍경을 담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우포를 잘 찍으려 해도 그 작가님보다 절대 잘 찍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포는 봄이나 늦은 가을, 겨울에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다. 여름휴가 중 며칠을 홀로 사진을 찍고 싶어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우포의 여름'이 궁금해졌고 곧바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정 작가님보다 잘 찍을 욕심을 갖는다는 것은 오만일 것이다. 그래서 한적한 곳에서 휴식한다는 편한 마음을 갖고 출발했다. 

처음 방문한 이곳의 정보에 대해서는 많이 알턱이 없다. 아는 만큼 찍을 수 있다는 얘기를 수없이 떠들어 댔지만 정작 나 자신은 부끄럽게도 아무것도 모른 채 이곳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처음으로 놀랐던 것은 그 규모에서부터다.

 

우포늪은 광대해


상상 이상으로 큰 규모에 놀랐다. 그래서 피사체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태양이 어떤 방향에서 떠오르고 어떤 방향으로 지는지 미리 체크를 하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아차! 하는 사이에 적절한 시간대를 놓치게 된다. 여기가 아닌가? 하는 순간 자리를 옮기면 이미 해는 여러분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가 버릴지도 모른다. 사진사들이 주변에 많다면 촬영 지점을 찾는것이 쉬워진다. 하지만 여러분의 눈으로 좋은 곳을 스스로 발견하 노력이 여러분의 눈높이를 상승 시켜줄 것이라 믿는다.


우포의 여름은 외롭다


사진가들이 우포를 사랑하는 계절은 따로 있다. 더운 날씨, 높은 습도가 그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머릿속에 상상했던 그림은 여름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멋드러진 물안개는커녕 시야를 방해하는 안개가 갑자기 출몰하여 촬영에 방해가 된다. 각종 벌레와 '모기'들이 시종일관 나를 따라다닌다. 머리 주변을 맴돌며 따라오기 때문에 하루 종일 모기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많이 물리지는 않았지만 모기들로 인해 셔터를 누르는 것 조차 힘들 수 있다. 고온으로 인해 흘리는 땀 또한 곤혹스럽다. 워낙 넓기 때문에 엄청난 칼로리를 소모하며 걸어야 한다. 늪에 서식하는 풀들이 정리가 안된 상태로 자라기 때문에 촬영 지점을 선정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산책길에는 각종 야생동물 자취로 가득하다. 눈 앞에 여러 마리 '뱀'도 보았다. 머리가 쭈뼛하더라. 해가 저물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어두운 길을 걸을 때면 간혹 '벨로시 랩터'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리기도 했다.

그래서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기 때문에 우포는 다른 계절과 달리 외로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그냥 모래 같은데 늪이다.
적당한 양의 안개가 도와준다면 묘한 분위기를 담아낼 수 있다
안개로 인해 태양광은 그렇게 좋지는 못하다

여름의 우포 수면은 이름 조차 모르는 작은 잎들과 풀 같은 매우 작은 생명체로 뒤덮혀있다. 따라서 독특한 형상의 반영을 기대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 해 뜨는 시각 태양의 반영이 어스름한 밝기로 수면에 비칠 때는 보통의 저수지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묘한 느낌을 주었다. 터운 안개층으로 인해 하고  따뜻은 만들어주지 못했지만...

첫날 촬영한 사진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

우포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은 물새, 오리 떼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을 때이다. 하지만 낮시간에는 유난히 정적이 흐른다. 멀찌감치 먼산을 바라보는 물새의 모습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적막 속에 기도하는 수도승과 같은 느낌이랄까? 고요함에 고요함을 더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낮에는 새들의 활동량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여름의 우포는 녹색의 향연이다. 처음 나의 눈에 들어온 수면의 녹색이 혹시 4대강 사업으로 오염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가까이 다가가 여러 미세한 풀들과 개구리밥임을 확인하고 안심을 했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깨끗하거나 아름답다는 말을 전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생동감이 넘치는 느낌이다. 그리고 같은 물이라고 할 지라도 강, 저수지나 강의 모습과 다른 차이점을 만들어 주는 요소 이기도 하다.

끝없이 펼쳐지는 녹색의 수면


적막함의 무게를 느꼈던 시간이다. 해가 뜨는 시간을 고려해서 네시 반쯤 일어나서 목포제방(우포늪에서 서쪽 방향) 주변을 거닐었다. 안개 자욱한 늪의 모습은 마치 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없는 생명이 막 생기기 시작한 시간으로 되돌아 간듯했다. 끊임없이 귓가를 울리는 모기소리가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그 커다란 적막함이 내 주위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봄이나 가을쯤 사진사들이 주변에 바글바글했으면 피사체에 몰입해 허둥지둥하느라 전혀 느끼지 못했겠지만...


내가 지금 이곳에 있기 때문에


우포늪의 여름의 모습을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몸소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에 감사한다.

이곳의 적막함의 무게는 얼마큼 일까?
내가 세상이 있기 훨씬 전부터, 저 나무들은 우포늪을 지키고 있었겠지...

이곳에 서식하는 아니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에 대해 경외심과 존경심을 갖기로 했다. 인간의 역사보다 훨씬 오래되었을 그 끈질긴 집념과 신비한 생명력에 대해서 말이다. 다음에는 우포의 오후 풍경과 주변 마을 풍경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경이로운 생명력에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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