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Rain

프로젝트의 기록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30

by 재의귀인

사진의 장르라고 할까? 평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상업사진, 보도사진 등 대부분의 사진들은 확실히 구체적으로 그려진 '이미지'에 메시지가 부여된다. 다른 점이라면 똑같이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을 촬영하더라도 상업사진의 경우 연출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좀 더 극적인 장면을 만들고, 보도사진, 다큐멘터리 사진들은 가능한 제삼자의 관점에서 장면을 그대로 담아낸다. 비록 방법은 완전히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메시지 전달을 위하여 매우 구체적인 장면을 포착한다는 점이다.


일상이 되다


자연 풍경을 주로 담다가 작년부터 도시의 거리, 사람들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굳이 장르로 따지자면 스트리트 포토 (Street Photo)에 가깝다. 이런 사진을 촬영할 때 내가 가장 주의하는 부분은 '초상권'에 대해서다. 그래서 가능한 프레임에 사람들의 얼굴이 들어오는 것을 배제하고 만약 들어왔다고 해도 포스팅 할 때 일부를 크롭하여 초상권 침해는 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한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는다. 간혹 그분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드리며 허락을 구하기도 한다. 대부분 부정적 태도이긴 하지만...

비오는 날이면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기도 한다. 직장인의 여건상 평일은 다소 어렵고 주로 주말에 비라도 오면 가까운 동네라도 한 바퀴 돌고 들어와야 기분이 풀릴 정도로 비 오는 날 거리의 모습을 담는 작업은 나에게는 거의 일상이 되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비'는 커다란 제약이 따른다. 피사체 또한 다르지 않다. 그래서 힘이 좀 들더라도 비 오는 날 촬영은 평소의 모습과는 다른 풍경을 담을 수 있는 또하나의 기회가 된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사람들


우선 거리의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종종걸음으로 걷거나 움직임이 빨라지고는 한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었으므로 걷는 속도와 보폭이 차이가 생겨 특색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Moonwalk (우연한 동행) / 청소하시는 분과 렌즈 앞을 지나가시던 분의 모습을 한번에 담았다.
그래 걷자 / 터벅, 터벅 나도 같이 걷는다.


도시와 사람들의 반영


균일하지 못한 거리의 한쪽에는 빗물이 고인다. 그리고 그곳에 비친 도시의 모습은 정말 근사하다. 평소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는 상점의 불빛이라도 바닥에 비친 모습은 초현실 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많이 돌아다니다 보면 반영이 멋진 장소를 발견 할지도 모른다.


외로운 사람들


'비'라는 속성 자체가 사람을 좀 우울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혼자서 건널목의 파란불을 기다리거나, 그냥 길을 걸어가는 모습도 평소와는 다르게 더 외롭게 보인다.

기다림 / 파란불을기다리는 여성

우리나라의 보도블록은 전 세계적으로 둘째가 라면 서러울 정도로 정말 못생기고 멋없다. 그래도 비 오는 날 만큼은 바닥에 비친 빛을 찾고 그 위로 스쳐가는 사람을 찾는다.

비오는 날은 몸도 마음도 어수선 하므로 프레임에 가능한 적은 수의 피사체를 담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빌딩 숲 사이 빛을 발견하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기다린다.


친구, 연인을 담다


한쌍의 커플 혹은 친구들이 가깝게 팔짱을 끼고 한 우산을 같이 쓰고 가며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난다. 혼자 있는 사람은 더욱 외롭게, 둘이 있는 모습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친구 #2 / 모양새도 똑같이
친구 #3 / 만화책과 함께


날씨는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정보이다. 보통의 경우 인물을 촬영하면 직사광선보다는 구름이 어느 정도 있으면 좋다. 풍경은 쨍하고 맑은 날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비 오는 날은? 카페에 앉아서 창밖 정도 찍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카메라나 렌즈에 행여 물이 들어갈까 봐 신경도 쓰인다. 우산을 한 손으로 들어야 하기 때문에 무거운 렌즈를 마운트 하면 매우 곤욕 스러 울 때가 많다. 이처럼 아무래도 비 오는 날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비 오는 날 촬영은 힘들지만 성취감 또한 대단하다는 점 꼭 말씀드리고 싶다. 옷이 물에 젖고 카메라 가방이 흠뻑 젖을지라도 해가 질 무렵. 거리와 상점의 빛을 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컷 씩 담는 경험은 상상 이상으로 즐겁다. 비록 거창하게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지만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한 줄이 빛을 발견하는 재미. 그리고 그위를 성큼성큼 걸어가는 많은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은 이상한 자세로 뷰파인더를 응시하는 나와 같은 초보, 취미 사진가에게 커다란 시각적 울림을 준다.


비 오는 날, 카메라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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