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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Dec 31. 2016

월간 사진, 인터뷰를 하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41

월간사진


2017년 1월호에 실린 짤막한 인터뷰 내용을 포스팅한다. 월간 사진은 국내 얼마 되지 않는 사진 잡지 중 하나이며 대중성, 예술성, 기술적이고 문화적인 접근 등 편견 없이 밸런스가 맞는 내용을 담는 좋은 잡지다. 실력도 키우고 객관적인 평가도 받을 겸 매달 꾸준하게 응모한 콘테스트에서 10월 '공간'을 주제로 할 때 우수작, 12월 '창'을 주제로 하는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작이 되었다.

 

월간사진, 2017년 1월호, 178 쪽


사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속죄를 위하여

사진이 단지 취미였던 시절, PC의 폴더를 정리하던 중 사진을 한 장 발견한다. 캄보디아 여행 중 담은 1달러짜리 물건을 파는 아이의 얼굴 사진이다. 그 아이의 동의도 없이 무책임하게 촬영한 죄책감, 목소리를 외면했던 후회 등이 너무도 강하게 밀려왔다. 사진이 무언의 폭력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때부터 본격적인 사진 공부와 더불어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사진을 시작한다. 오랜 사진 생활 중 가장 큰 변화를 겪었던 지점이다. 그리고 지금은 현 직장 이후 사진작가를 업으로 사는 꿈을 꾸고 있다.


주로 어떤 대상에 관심이 있나?
김씨 표류기
언제 오나

초기에는 자연, 건축, 풍경에 관심이 있었으나 지금은 '사람'과 '주변의 Context'를 대상으로 하는 사진에 관심이 많다. Street Photography에 관심도 있어 월간 사진이 주최한 공모전에도 출품했는데 스스로 느끼기에 성적은 좋지 못했다.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인 평가를 받았던 좋은 기회였다.


현재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가?

지난 1년간 외롭거나 위로,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 도시를 스쳐가는 먼지 같은 사람들을 주제로 촬영했고 얼마 전 온라인(www.beyondframe.net)으로 자그마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매우 힘들고 혼란한 시기 아닌가? 그래서 사진을 보는 분들이 좀 더 편안하게 느끼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소재는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도시, 사람, 시간이다. 꾸준하게 새로운 시각으로 소재들을 관찰하며 명료한 주제가 있고 감각적인 메시지로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참, 1월에 회사 갤러리에서 '도시, 여행자'를 타이틀로 작은 사진전도 기획 중이다.

 

수상작 ‘포노 사피엔스'에 대해 설명해 달라.
포노사피엔스

감정 이입을 최소화하고 건조하게 관찰자 시점으로 다가갔다. 창이라는 투과성 물질을 통해 버스 속 공간으로 침투해보고 싶었다. 폐쇄된 공간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상호작용 없이 모두 혼자다. 그 외롭고 지루한 시간의 틈을 채우기 위해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순간을 담았다. 좀비 영화의 좀비와 같이 고개를 숙이고 5인치 화면에 몰입하는 모습이 지금 우리들의 삶이 되었다. 제목에서 말하듯 다소 비평적인 메시지를 담은 사진이기도 하다. 거리에서 촬영할 때 지키는 원칙이 있다. 시민들의 초상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 촬영 중 격자형의 창틀의 위치와 구도를 정밀하게 고민하여 그 원칙을 지킬 수 있었다.

어떤 카메라를 애용하는가?
A7RM II, Voigtlander 35mm

미러리스인 소니의 A7R M2를 주로 사용한다. 렌즈는 평소에 수동 Voigtlander 35mm 렌즈를 어댑터와 함께 마운트 한다. FF이면서 경량이고 부피 또한 부담이 적다. 나처럼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최고는 아니지만 최적의 제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촬영이 있다면?
슬리퍼 실종 사건

작년 가을 서울역 근방에서 촬영을 하는 중 폭우가 쏟아져 지하 통로에 쭈그려 앉아 스쳐가는 사람들을 찍고 있었다. 아주머니께서 물을 넘어 점프하는 모습이 뷰파인더에 들어왔고 그분의 오른쪽 신발이 벗겨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수상한 사진과는 다른 스타일이지만 꼭 소개하고 싶다. 페이스북에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웃음)

좋아하는 사진가는 누구인가?
David duchemin / 출처 : http://www.thisisarc.co/index.php/2016/02/20/david-duchemin-part-1-2/
출처 : https://jadecollin.wordpress.com/2014/06/10/david-duchemin-global-prayers-portfolio/

국제구호기구의 인도주의 프로젝트를 통해 활동하는 데이비드 두쉬민 (David duChemin)씨를 좋아한다. 6년 전쯤 Within the frame이라는 서적을 통해 알게 되었고 나에게 사진에 대한 많은 영감을 주었다. 스스로에게 비전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분이다.


사진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진의 첫 번째 매력은 '시간의 기록'이다. 되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사각형 프레임에 순간의 이미지로 남겨둔다. 두 번째 매력은 '정답이 없음'이다.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의 수만큼 각자의 답이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쉽게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좋은 카메라 대신 핸드폰 카메라의 성능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다이내믹한 사진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대이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사진은?
사람이다

사람과 관련하여 좀 더 깊은 주제와 이야기를 표현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지하철 첫차를 타거나, 새벽의 미화원 분들의 이야기를 심도 깊게 담아볼 수도 있겠다. 아마도 다큐멘터리 사진 분야에 근접해질 것 같다. 회사원으로써 한계는 있지만 '부지런함'이 그것을 극복하는 열쇠라 믿는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인물 사진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이번 달부터 전문 작가님(손홍주, 씨네 21 사진부장)으로부터 사진 수업도 수강하고 있다. 사진 생활은 도전의 욕구를 불태우는 듯하다. 정답은 없지만 각자의 답을 찾는 과정이 사진이다. 끊임없이 나만의 답을 찾아 도전할 생각이다.


인터뷰 후기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다. 연말이 되어서 겨우 '성취감'이라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좋은 성적(?)을 받은 때문이라기보다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능동적으로 한 일에 대한 '보람'같은 것일께다.

2016년 브런치 마지막 포스팅을 즐거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쁘기 서울역에 그지없다. (많이 알려진 메가 작가님 개그인데 처음 사용해본다. 어색...ㅠㅠ) 2017년 사진에 대한 나의 비전은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사진은 누구나 많이 열심히 찍으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진짜 내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본인의 숨소리, 호흡도 함께 느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한컷, 한컷에 몰입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사진 생활을 할 것은 약속드린다. 올 해 제 졸필과 사진을 구독해주신 천백오십 여덟 분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17년 '빛'과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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