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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Feb 12. 2017

졸업, 끝난 것이 아니니까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44

두 아이가 있다. 어느덧 훌쩍 커버린 녀석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며칠 전 둘째 녀석의 중학교 졸업식이 있었고, 일찍 퇴근 후 졸업식장을 찾았다.


차분한 분위기


역사가 오래된 학교라서 그런지 차분한 분위기에서 졸업식은 시작되었다. 이사장님을 비롯 어르신들의 말씀이 이어졌고 학생들은 때로는 진지한 듯, 때로는 멍하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3학년 선생님 대표

아들 녀석 친구와 눈인사로 교감 하기도...


졸업식 하이라이트


3학년 각 반의 대표들의 졸업 소감문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졸업식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솔직히 그저 그런 형식적인 얘기가 나올 줄 알았다. "3년 동안 정들었고, 선생님들과 부모님께 감사하며..." 그런데 내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3년 동안 나라에 커다란 일이 있었고, 책임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졸업생부터, 여친에 대한 진진한 이야기. 기억에 남는 선생님들과 친구들에 대한 3년간의 느낌을 솔직 담백하게, 재미있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이어졌다.

다이어트 성곡을 축하한다는 졸업 소감에 웃음을 참을 수 없던 선생님

본인의 외모에 매우 자신이 있었는지, 소감을 발표하다 윗옷을 벗어젖힌 한 녀석의 '패기'보소!!! "엄마 사랑해요!"외치며 엄마에게 달려가 포옹하는 모습에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낄정도...^^

내가 몸으로 보여줄께 #1
내가 몸으로 보여줄께 #2

3년간 각 반의 담임을 맡아 수고해주신 선생님들과의 마지막 인사.

인사하는 3초 정도의 시간 동안 침묵이 이어졌지만 '감사합니다.'와 '3년간 수고했다!'가 들리는 듯했다.

교가를 부르는 진지한 순간에 꼬마 녀석들이 식장에 뛰어들기도...^^

어린 친구들 난입

각 반별로 조촐하게 마지막 인사와 졸업 앨범과 상장을 나누는 시간. 아이들의 웃음은 정말 예쁘다.

친구들과 함께 #1
친구들과 함께 #2

한 친구의 어린 동생을 앉고 뭔가를 열심히...

띠동갑 동생을 앉고

앨범을 보는 녀석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졸업 앨범 #1 / 남는 것은 사진 뿐
졸업 앨범 #2 / 남는 것은 사진 뿐

아마 여러분들도 한 장씩은 가지고 있을 법한 마지막 졸업사진은 이런 스타일이 아닐까? ^^

마지막 학생들에게 인사하는 담임 선생님의 진지함에 잠시 숙연해진다. 갑자기 중,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송창헌 선생님, 엄철용 선생님, 박기호 선생님, 이인종 선생님, 박인환 선생님

오 캡틴, 마이 캡틴!


예상했던 송사, 답사는 없었다. "빛나는 졸업장을..." 그 흔한 졸업식 노래조차 없었다. 비록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 선생님처럼 드라마틱한 이별은 아닐 지라도 끊임없이 삶에서 반복되는 이런 이별의 순간만큼은 슬픈 기억보다 좋은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다.

중학교? 아직 보통의 어른들의 눈에는 어리고 철없는 아이들로 보일지는 몰라도 20~30년 후 우리 자리를 대신해줄 우리의 다음 세대 아닌가? 모두 각자 원하는 학교로, 원하는 길로 갈 것이다. 꿈을 갖는 친구도, 그 꿈을 이루는 친구도, 반대로 좌절하는 친구도 생길 것이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그런 막연한 기대, 걱정과 근심은 접어 두었으면 좋겠다.


이제 막,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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