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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Mar 06. 2017

카메라 앞에서, 카르페디엠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45

아들 녀석과 친구들의 학창시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달 졸업한 중학교 생활을 추억으로 남기자는 취지다. 사진 촬영을 약속했던 날 급한 회사 일정으로 한주를 미루었고 좀 더 꼼꼼한 준비 시간을 갖고 아이들을 만났다.


카르페디엠


'오늘을 즐겨라'를 주제로 아이들과 함께 다음 두 가지를 해보려고 했다. 평소 학교생활에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표현하기. 그리고 재미있게 지냈던 학교생활 모습을 재현하기.


내가 웃어야 아이들이 웃는다


몇 달간 인물 사진 수업을 듣고 있지만 여전히 피사체와의 소통이 낯설고 힘들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잘한다고, 멋지다고 칭찬한다. 하나, 둘, 셋 리듬도 타본다. 다소 굳어있던 아이들의 표정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밝아진다. 감정이 고조되는 것을 서로 느낀다. 아이들의 시선도 자유롭고 다양해진다. 카메라를 지향할지, 아니면 높은 곳, 낮은 곳을 지향할지 여러 가지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아이들과 좀 더 친해지기 위하여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 아이들과 좀더 친해지고 싶었다. 얼굴을 알고 지낸 녀석도 있고 처음 본 친구도 있다. 가볍게 친구들과 몸을 풀기도 했다. 교복을 입기 전 카메라 앞의 경직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떨쳐버리는 과정이다.

땀이 흠뻑 젖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에 더욱 힘이 난다.
자연스럽게 웃기


자연스럽게 웃는 표정만큼 보는 이의 감정을 흔드는 것이 또 있을까?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여덟 명의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라면 더욱!!!

실내 단체사진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컷이다.
연출이 없는 연출


한참을 친구들과 소통하다보니 사진에도 변화가 생긴다. 연출 아닌 연출이 진행된다. 나는 사진가로서 방향을 던지면 아이들은 그 방향에 맞는 생각과 행동으로 프레임을 구성했다.

공부하는데 말야....ㅋ
우리 아들과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자주 볼 것 같다. ^^

단체 교복이 주는 누아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오래된 교복이 아니라서 복고적인 느낌을 내기는 어렵지만 흑백사진을 고려해서 연출을 하면 평범한 교복사진에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V자로 줄맞춰 걸어오는 연출인데 센터는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앞에 있는 녀석들의 표정과 자세가 정말 좋았다. 이 사진들의 컨셉은...

옆동네 접수하러가기...


오! 캡틴, 마이 캡틴!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마지막  한 장면을 모티브로 책상 위에 올라서 있는 당당한 모습을 표현했다. 평소 교실에서 해볼 수 없는 포즈이기 때문에 유쾌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담을 수 있았다.

비록 키팅 선생님은 앞에 없지만...


아듀, 나의 친구들


마지막 컷들을 어떻게 마무리할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작별하는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 애잔한 느낌이 들고 밝은 미래를 서로 기원하며 웃는 얼굴로 안아주는 모습을 담아 보기로 했다.

안녕, 나의 친구들...
건강해라~ㅎㅎ
안녕

짧았던 세 시간의 만남이 끝났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다시 만날 때 사진을 함께 찍었던 이 시간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기억을 남기고 싶었다. 성인이 된 후 '나도 중학교 때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많았으면...'하고 후회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

찍어놓은 사진들을 리뷰하면서 '좀 더 조리개를 조일걸...'. '좀 더 밝게 찍을 걸...'. '좀 더 다가갈걸...'. 후회가 밀려오는 사진들이 많이 눈에 걸린다. 여전히 라이브 현장에는 서툰 탓이다. 서툴 수밖에 없고... 그 이상을 바랐다면 그것은 욕심이고 자만일 것이다.

작은 포토북을 만들 계획이다. 비록 서툰 솜씨로 찍은 사진이지만 아이들에게, 부모님들에게 작은 선물이 되면 좋겠다. 물론 비용은 공동으로 부담하고...^^ 몇 장의 사진은 조금 크게 인화해서 드릴 생각이다. 인화된 사진을 받는 기쁨도 느껴보실 수 있도록... 언젠가 나의 선생님 말씀 얘기하지 않았나?


사진은 주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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