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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Mar 12. 2017

셰프, 손의 목소리를 듣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46

초밥이 별거 있겠어?


'그 맛이 그 맛 아냐?' 내 생각은 틀렸다. 세분의 셰프와 바 형태로 열명 가량 앉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규모의 초밥집에서...능숙한 손놀림으로 초밥을 빚는 셰프님의 손을 소재로 촬영을 했다. 물론, 촬영 전에 그분에게 사진에 대해 양해를 구했고, 맛있게 점심을 먹음과 동시에 몇 컷을 담을 수 있었다. 나중에 다시 방문할 때 인화한 사진 몇 장을 선물로 드릴 예정이다.


나의 손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밥을 만들자


그분의 눈빛을 보면 오로지 하나만을 생각하는 듯했다.

막 만들어진 하나의 초밥이 개인 접시에 하나씩 올려진다. 촬영을 하면서 그분의 손을 보고 잠깐 놀랐다. 못생겼다고 해야 할지... 뼈 마디마디가 두껍고 손끝은 매우 넢쩍하게 생겼다. 그리고 일부 손가락은 휘어있다. 오랜 세월 반복되는 패턴으로 인해 손가락이 변형된 탓일께다.

고추냉이를 갈아서 쌉싸름한 향기와 맛을 더한다. 모든 양념과 향은 초밥의 종류마다 다르다. 따로 고추냉이 간장을 찍어먹지 않아도 될 만큼 각자 손님의 취향에 맞춰서 만들어주신다.

이 작은 초밥에 쏟는 정성은 상상 이상이다. 초밥을 보고 처음으로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했다.

장인의 손에 쥐어진 날렵한 칼로 부드럽게 회를 한점 한점 잘라낸다.

무술을 시전 하는 분의 손놀림을 보는 듯하다. 부드러운 듯, 하지만 절도 있고 빠르게...

무표정... 손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음악을 연주하듯 리듬을 탄다.

마치 예술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무아지경에 빠져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고등어 초밥 위에 올려진 작은 생강이 시각적 디테일을 올려주고 식감과 풍미를 더한다.

토치를 이용해 아주 살짝 그을린 장어 초밥.


초밥의 장인

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너무 부족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초밥을 빚는 몇 싶 초의 시간은 너무도 경건했고 정교했다. 아마 다음 초밥을 다시 먹게 된다면 언제나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맛을 기준으로 평가할 것 같다.


그분의 손은 단호한 목소리도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당신이 먹었던 초밥은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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