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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Mar 20. 2017

인물 사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1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47

비록 취미에 불과하지만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하면서 주변으로부터 늘 반복되는 질문을 받는다.


인물 사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인물사진을 많이 찍어본 경험이 많이 없는데도 말이다.  요즘 인물 사진 수업에서 받는 영감(Inspiration)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다. 피사체인 인물과 빛과 그림자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피사체의 감정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에 대한 문제를 중요한 관점으로 삼았다.

몇 편으로 나누어 인물사진에 대해 연재를 해보려고 한다. 늘 그랬지만, 본인이 포스팅하는 내용은 인물사진을 위한 정답이 아니다. 사진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하면 잘 찍을 수 있다는 요령이나 팁을 드리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까?


에 가깝다. 노출, 측광 등 카메라 기술적 단어나 얘기는 이글에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정확한 정의는 몰라도 된다. 사진을 계속 찍으려는 분들은 자연스럽게 배울 내용이 이기 때문이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당신은, 카메라 앞의 인물을 얼마나 알고 있나?


우선, 피사체(모델)를 이해하는 과정이 선결되어야한다.(인물사진이 아닌 다른 장르라도 적용된다.) 가장 우선 해야 될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지나치곤 한다. 피사체(모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삼고 셔터를 누를 때 비로소 사진가와 모델이 원하는 사진이 만들어진다.

실습 첫날 담았던 많이 부족해 보이는 사진

피사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모델이 예쁘거나 멋있으면 된다

카메라가 좋으면 된다

최고의 인물용 렌즈는 85미리 F1.4야

조명이 좋으면 게임 끝남

정말 그럴까? 이렇게 생각하다가 사진이 잘 안되면 무엇인가를 '탓' 하게 된다.

모델이 별로야

카메라가 나쁘다

렌즈가 생각만큼 좋지 않아

조명이 내가 원하는 컨셉이 아니다

이렇게 다른 것을 탓하다...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끝난다. 모르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은 거기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 문제는 나로부터 비롯된 것...


그렇다. 본인 스스로 본인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신에서 비롯된 것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인물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그 인물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당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 청순함을 표현하려고 하는데 상대방에게 청순하게 포즈 취해주세요. 하면 그 포즈가 바로 나올까? 경험이 매우 많은 전문 모델이라면 가능하다고? 천만의 말씀. 그 '모델의 청순함'과 '당신이 원하는 청순함'이 한 번에 맞을 수 있을까? 동호회의 갤러리 등에 올라온 모델  사진들을 자세히 살펴보시길 바란다. 그 모델만이 갖고 있는 매력적이고 독특한 개성과 사진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잘 맞아서 시선을 확! 잡을 수 있는 사진이 얼마나 되는지 찾아보시기 바란다. 커뮤니티의 모델 관련 갤러리 사진 모두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사진도 분명히 있다. 모델의 개성을 멋지게 표현한 사진도 눈에 들어온다. 다만 전반적인 다양성에 있어서의 부족함을 얘기하는 것이다.  다양한 모델을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즈, 눈빛, 표정 등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나? 나도 그랬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변명을 좀 하자면,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살짝 다르다는 점.

모델 손예인씨 / 전문 모델의 경우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게시판을 옆으로 옮겨보자. 아기나 아이들 친구나 애인 가족사진들이 있는 갤러리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봐 주길 바란다. 구도, 색감, 화각이나 심도 표현이 모델 사진에 비해 매우 떨어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비슷한 사진들 보다는 각각 개성 있고 자연스럽고 꾸밈없이 천진난만한 인물들의 사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애완견, 가족처럼 생각하는 반려 동물도 많이 눈에 띈다. 웃음이 절로 난다. 모델처럼 전문적이고 예쁘거나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훨씬 즐겁게 사진을 감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본인이 잘 모르는 모델이 포즈 취해주는 대로 셔터를 누르는 것과 자신의 아기, 애인, 가족에 대해 사랑을 담아 찍는 것. 그 차이는 사진의 결과에서 나타난다. 늘 비슷한 모델 사진과, 사랑이 듬뿍 담긴 인물사진. 카메라를 손에 든 사람을 대상에 대해  잘 알고 감정을 잘 담아내야 한다. 대상이 인물이 아닌 풍경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데, 아는 만큼 찍을 수 있다.


주위 사람들을 피사체로 삼기


무인도에 홀로 사는 분이 아닌 이상 주변에 당신의 카메라에 피사체가 되어줄 좋은 인물이 많다. 직장 동료도 좋고, 친구도 좋다. 사진 수업 과제로 진행한 사진이 있다. 회사 내 구내식당에서 평소 잘 알고 지낸 분들을 촬영한 사진이다. 테이크 아웃코너에서 인사 잘한다고 잘 챙겨주신 분과 친하게 되었는데 몇 주 전 퇴직을 하셨다. 연초에 인화한 사진을 드렸고 공교롭게도 그 사진들은 작별 선물이 돼버린 셈... 만약 그날 식당에 가서 이분들을 촬영하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사진이다. 그리고 나중에 퇴직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분명 후회를 했을 것 같다.

작별 선물이 되었던 사진 #1
작별 선물이 되었던 사진 #2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을 피사체로 한다고 하여 사진이 이상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인물사진의 매력은 여기에서 나온다. 피사체와의 소통을 통해서 서로 이해하면서 점차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 소심한 사람은 처음에 접근하기 매우 어려울 수도 있다. 본인도 그랬고, 열심히 그 벽을 넘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감정'을 싣는 부분에 있어서는 나중에 한번 더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같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 형님 #1 / 푸근한 학교 선생님 이미지로 촬영했다
같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 형님 #2 / 외모와는 다른 느낌으로 슬픈 눈 빛을 발한다.
같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 동생 #3 / 날카로운 시선을 표현했다.

한주 한주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나도 변하고, 모델도 변하고 사진도 변해간다. 그런 발전 과정을 관통하는 것 하나를 꼽아보자면 '서로의 Understanding'이다. 그 안에는 촬영 시 소통, 촬영자가 모델을 리드하는 부분, 모델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에 대한 양쪽 모두의 깊은 고민들을 모두 포함한다. 모델과의 소통이 어려울 때마다 카메라를 손에든 자신을 내려놓고 모두 버리라는 강사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귓가 울린다.


당신은 얼마큼 피사체를 이해할 준비가 되었는가?


* 모델이 되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이 포스팅의 모든 사진들은 허락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소중한 초상권 보호를 위해서 공식적인 공유 과정 이외의 불펌을 금하며 사진을 이용한 2차 저작물의 사용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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