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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Mar 21. 2017

사진이 만만하십니까?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48

본인만 모른다


스튜디오 사진 수업 첫날,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스스로 부끄러웠던 순간이 있었다. 강사님의 그  단호한 목소리는 몇 달이 지난 지금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나를 꾸짖는 듯했다. 그 순간 눈이라도 마주쳤다면... 그 시선을 피해 고개를 떨궜을 것이다.

본인이 모르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배우는 입장과 학습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카메라를 들었기 때문에 많은 것을 통달했다고 생각하거나 착각에 빠져있는 몇 가지 사례를 말씀드릴까 한다. 과거 나의 모습이 그랬으니 스스로 자책하는 반성문이라고 생각하셔도 된다.

사진을 사랑하고 열망하며 자신의 사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하는 분들에게 이글을 바친다.


사례 1 : 사진은 느낌으로 찍는 거지


느낌으로 사진을 찍는다라고 생각한다. 조리개 개방하고 얕은 심도로 찍으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기하학적인 선들을 스케일 크게 프레임에 잡으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전봇대에 얽힌 전깃줄, 건물 같은 거 쨍하게 찍고, 흑백으로 포스팅하고 작품이라고 말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무엇을 찍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왜 찍는지?'를 우선 고민하고 스스로 정의를 내리고 셔터를 눌러야 사진에 메시지가 담긴다. 뭔지 모르고 그냥 추상이라고 우기지 마시라. 사진으로 추상을 하고 싶다면 수억(혹은 수십, 수백억) 번의 시행착오 끝에 자신의 사진에 대한 정체성(Identity)을 만들고 나서 그 이후에 하셔라. 그래야 인정받는다. 좋은 카메라와 렌즈를 들고 다니면서 대충 찍고 나서 작품처럼 보이네. 느낌 괜찮네. 이런 생각 하시는 분과, 수십 년 동안 일관된 자신만의 패턴을 유지하시는 사진작가님들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고 자만이다. 사진작가님들은 사진을 숨 쉬듯이 하는 분들이라고 가르침을 받은 적이 이다. 제발 자기 자신을 그런 분들과 대등한 위치에 놓는 일은 자제하셨으면 좋겠다.


사례 2 : 그깟 기본? 다 알아!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 중에 자신만의 '노출'을 가지고 노시는 분은 1퍼센트 미만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이렇다.


카메라 '적정노출'을 전부라고 생각한다

눈으로 보이는 밝기대로 찍힐 것이다라고 믿는다

의도된 노출과 잘못된 노출을 구별 못한다

야외와 실내, 낮과 밤, 사계절마다 사진에 편차가 있다

자신이 노출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사진의 기초 서적을 읽어본 적이 없다

카메라, 렌즈의 매뉴얼 조차 읽어본 적이 없다

사진은 밝음과 어두움으로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수업 중 강사님의 정의의 일부) 보통의 디지털 사진 8비트 이미지의 경우 완벽한 흑색, 완벽한 흰색을 제외하고 그 사이에 254 계조(밝기의 분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각자의 노력으로 자유롭게 조절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겨우 노출의 기본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 노출의 '정의'를 안다고 노출을 아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이 순간, 내 노출의 기준값을 어디에 둘지 결정!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이 노출의 기본을 아는 것이다. 길을 아는 것과 가는 것은 다르다고 하지 않나?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것이 정말 '무지'이다.


사례 3 : 말을 많이 한다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나도 한때는 말이 많았다. 많은 분들이 사진에서 메시지나 감정이 드러나지 않으니까 말을 붙이기 시작한다. 며칠 전 지인께서 사진을 보여주며 갑자기 철학 얘기를 꺼내신다. 사진은 정답이 없다지만 좀 심하다 느낀 적도 있다. 철학을 말씀하시기 이전에 사진에서 그것을 먼저 느낄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철학을 담은 사진을 하는 것인지, 사진으로 철학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분이 보내준 흑백 사진을 구석구석 아무리 살펴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주 가까운 학교 선배님이라 뒷담은 여기까지...(미안해요 형~^^ 애교로 봐줘요. 술 한잔 쏘겠습니다~)

제목조차 사족처럼 불필요할 수 있다. 사진을 사진으로 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진이 아니다. 사진에 대해 절박해야 하고, 절실해야 한다. 목마름이 있어야 한다.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그래야 자신의 사진을 한 컷씩 얻는다. 타인은 찍을 수 없는 자신의 사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사진을 찍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면서 본인의 정체성(Identity)이 만들어진다. 모든 예술이 마찬가지 아닐까? 음악은 음악으로, 그림은 그림으로 말하지 않는가! 왜 당신의 사진은 사진으로 말할 수 없나?


사진을 만만하게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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