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눈을 담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43

by 재의귀인
2016년의 기억

아무런 이유 없이 회사에 가기 싫어 휴가를 낸 그날, 엄청난 폭설을 만났다. 카메라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아파트 옥상, 주변 도로, 올림픽공원과 주변을 미친 듯이 탐험하던... 2016년 2월 28일로 기억한다.


2017년, 다시 눈을 만나다


멋진 눈 사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쯤 있지 않을까? 산 정상에서 바라본 광대한 풍경. 하얗게 물든 산등성이. 나뭇가지에 포근하게 내려앉은 쌓여있는 눈 사진들...

집 앞 올림픽 공원에 가면 비슷한 분위기의 사진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그날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이 글이 눈을 잘 찍는 요령 같은 것을 알려주는 포스팅은 아니니 기대는 하지 마시고~^^ 사실 낮에 눈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눈이 백색인데 밝은 배경이면 당연히 눈은 보이지 않게 된다. 따라서 빛이 적게 들거나 아예 배경이 어두운 곳을 좀 찾아야 한다.

snow_012.jpg


언젠가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소재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사람을 프레임 일부에 포함하더라도 관망하는 자세에서 참여하는 자세로 점차 바뀐 듯하다. 내가 조금씩 변하니 사진도 조금씩 변했다. 작년에 찍은 눈 사진과, 올해 찍은 눈 사진은 다르다.

snap_032.jpg 작년의 사진 /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는...
snow_005.jpg 올해의 사진 #1 / 사람이 빠지면 사진의 메시지가 달라지는...
snow_011.jpg 올해의 사진 #2 /사람이 빠지면 사진의 메시지가 달라지는...


눈을 소재로 담은 사진이지만 이야기는 사람이 만든다. 우리 아파트 인근에서 불철주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님들이 땀 흘리며 제설작업을 하신다. 마치 아이스하키를 하듯 박력 있고 경쾌한 몸놀림이 눈에 들어와 바로 셔터를 눌렀다.


감사합니다


snow_001.jpg 패스 or 슛!


자전거 금지 표지판,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도가 재미있어서 담았다. 모두 '빨강', '핑크'등 적색 계열의 컬러를 가지고 있어서 좀 더 재미있는 사진이 되었다.

snow_002.jpg 학익진?


요즘 '부감'의 앵글로 촬영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광각보다 망원 계열의 렌즈로 담으면 압축 효과로 인해서 좀 더 독특한 그림이 나온다. 날씨가 비, 눈이 오면 대부분 우산을 들기 때문에 초상권에 대한 걱정을 1% 도 할 필요가 없어서 더 좋기도 하다.

snow_003.jpg 금 밟을뻔


눈이 오면 전반적으로 색이 단순해진다. 그 결과 색이 화려한 피사체가 돋보이게 된다. 만약 아래 사진을 평범한 날씨에 촬영했다면 덜 선명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snow_013.jpg


눈은 길바닥에 쌓인다. 카메라를 바닥에 거의 밀착시켜 찍으면 눈의 느낌이 좀 더 살아난다.

snow_015.jpg 귀갓길


거의 11개월 만에 반나절 가량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탐험했다. 왼손에는 우산을 들었기 때문에 촬영에 쏟는 에너지는 평소보다 두세 배는 더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소중한 시간을 그냥 버릴 수 없었다. 365일 중 눈이 이만큼 오는 날은 하루정도라고 하자. 내가 70세까지 사진을 찍는다 치고 앞으로 남은 날은 겨우 20~30여 일(나이를 공개하기 싫어서 범위를 넓게 잡았음~ㅋ) 남은 셈이기 때문이다. 매년 전시회 하듯 눈 사진을 꾸준하게 반복해서 담아야겠다는 약속도 스스로에게 해본다. 앞으로 일 년은 이런 생각에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 같다.


내년의 눈 사진은 어떤 시선으로 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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