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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Feb 02. 2017

눈으로 눈을 담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43

2016년의 기억

아무런 이유 없이 회사에 가기 싫어 휴가를 낸 그날, 엄청난 폭설을 만났다. 카메라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아파트 옥상, 주변 도로, 올림픽공원과 주변을 미친 듯이 탐험하던... 2016년 2월 28일로 기억한다.


2017년, 다시 눈을 만나다


멋진 눈 사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쯤  있지 않을까? 산 정상에서 바라본 광대한 풍경. 하얗게 물든 산등성이. 나뭇가지에 포근하게 내려앉은 쌓여있는 눈 사진들...

집 앞 올림픽 공원에 가면 비슷한 분위기의 사진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그날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이 글이 눈을 잘 찍는 요령 같은 것을 알려주는 포스팅은 아니니 기대는 하지 마시고~^^ 사실 낮에 눈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눈이 백색인데 밝은 배경이면 당연히 눈은 보이지 않게 된다. 따라서 빛이 적게 들거나 아예 배경이 어두운 곳을 좀 찾아야 한다. 


언젠가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소재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사람을 프레임 일부에 포함하더라도 관망하는 자세에서 참여하는 자세로 점차 바뀐 듯하다. 내가 조금씩 변하니 사진도 조금씩 변했다. 작년에 찍은 눈 사진과, 올해 찍은 눈 사진은 다르다.

작년의 사진 /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는...
올해의 사진 #1 / 사람이 빠지면 사진의 메시지가 달라지는...
올해의 사진 #2 /사람이 빠지면 사진의 메시지가 달라지는...


눈을 소재로 담은 사진이지만 이야기는 사람이 만든다. 우리 아파트 인근에서 불철주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님들이 땀 흘리며 제설작업을 하신다. 마치 아이스하키를 하듯 박력 있고 경쾌한 몸놀림이 눈에 들어와 바로 셔터를 눌렀다. 


감사합니다


패스 or 슛!


자전거 금지 표지판,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도가 재미있어서 담았다. 모두 '빨강', '핑크'등 적색 계열의 컬러를 가지고 있어서 좀 더 재미있는 사진이 되었다.

학익진?


요즘 '부감'의 앵글로 촬영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광각보다 망원 계열의 렌즈로 담으면 압축 효과로 인해서 좀 더 독특한 그림이 나온다. 날씨가 비, 눈이 오면 대부분 우산을 들기 때문에 초상권에 대한 걱정을 1% 도 할 필요가 없어서 더 좋기도 하다. 

금 밟을뻔


눈이 오면 전반적으로 색이 단순해진다. 그 결과 색이 화려한 피사체가 돋보이게 된다. 만약 아래 사진을 평범한 날씨에 촬영했다면 덜 선명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눈은 길바닥에 쌓인다. 카메라를 바닥에 거의 밀착시켜 찍으면 눈의 느낌이 좀 더 살아난다.

귀갓길


거의 11개월 만에 반나절 가량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탐험했다. 왼손에는 우산을 들었기 때문에 촬영에 쏟는 에너지는 평소보다 두세 배는 더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소중한 시간을 그냥 버릴 수 없었다.  365일 중 눈이 이만큼 오는 날은 하루정도라고 하자. 내가 70세까지 사진을 찍는다 치고 앞으로 남은 날은 겨우 20~30여 일(나이를 공개하기 싫어서 범위를 넓게 잡았음~ㅋ) 남은 셈이기 때문이다. 매년 전시회 하듯 눈 사진을 꾸준하게 반복해서 담아야겠다는 약속도 스스로에게 해본다. 앞으로 일 년은 이런 생각에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 같다.


내년의 눈 사진은 어떤 시선으로 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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