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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Aug 06. 2017

Street Photography, 무한의 캠버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59

심장이 뛴다


풍경 사진처럼 멋진 곳을 찾아다닌다기보다 다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길거리에서 촬영하는 사진을 스트리트 포토그래피(Street Photography)라고 한다. 사진을 취미로 한지는 십수 년 지났고 어느 순간부터 화려하고 심오한(?) 풍경 사진보다는 거리에서 사진 찍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어느 날 무심결에 도심의 풍경을 담아볼까?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고 처음 셔터를 눌렀던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가는 가운데 셔터 소리보다 내 심장 소리가 훨씬 크게 느껴졌던 그날의 기억...

그렇다고 본인이 마치 전문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라고 강하게 주장할 만큼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보아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사진들이다. 다만 사진을 찍기 위한 좋은 피사체는 늘 우리의 주변에 맴돈다는 점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작업 이기 때문에 길거리에서의 촬영은 나에게 깊은 Insight를 준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은 기본


길거리든 풍경이든 한두 번 방문해서 좋은 장면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늘 강조하는 '반복' 역시 길거리 사진에서도 예외는 없다. 한 곳을 정해서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것이다. 그냥 스쳐가듯이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다큐멘터리(다큐멘터리 사진의 어려움과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이런 비교가 그분들에게 매우 배부른 소리, 기분 나쁜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적어본다. )로 접근하는 마음가짐으로 꾸준하게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지역 한 곳을 정해서 주기적으로 방문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접점에서 그 지역의 사람들과 알아가고 친해지고 점점 동거 동락할 정도의 깊음이 형성된다면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발전하게 되고 그 경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길거리 사진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각 사진 장르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위이고 어느 것이 아래인지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남대문 혼밥, 서울


그 날, 그 장소, 그 시간


거리의 풍경은 예측할 수 없는 '의외성'이 사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늘 반복되는 장면이 아니고서는 대부분은 그 날, 그 장소, 그 시간에 등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풍경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다른 사진들보다 순발력이 대단히 많이 요구된다. 자신의 카메라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시선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관찰하는 태도가 습관화되어야 한다.


길거리 사진은 발견의 과정이다

Why so serious? / 서울


길거리에서는 당연히 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사진가의 입장에서는 거의 무한한 확률로 매번, 매시간 새로운 피사체를 만나는 셈이다.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다만 초상권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초상권은 사진을 촬영하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허락을 받고 촬영하는 것. 그렇지 못하다면 촬영 후 허락을 받는 것. 허락을 받지 못했다면 그 사진을 어떻게 할지 철저하게 촬영한 사진가의 몫이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초상권에 대한 명확한 자신의 기준이 필요하다.


얼굴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진을 온라인 혹은 외부로 포스팅해야 될 필요가 있다면 당연히 고민을 해야 한다. 확률이 매우 낮더라도 사진에 포함된 인물이 그 사진을 발견하고 법적인 의의를 제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진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감뢰 해야 하는 부분이다.

만약 그것이 두렵다면, 누구인지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사진은 절대 공개하지 않다는 본인의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촬영 시 그것을 고려해서 앵글을 고민하거나 얼굴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을 수 있는 본인의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쌓이게 된다.

카메라를 아래로 향하거나, 비 오는 날 우산을 쓴 모습을 촬영하는 나의 노하우도 조금 쌓여가는 느낌이 든다.

무관심에 관하여, 서울
우중산책, 서울

본인도 간혹 초상권 문제를 각오하고 과감하게 피사체(인물)의 얼굴이 들어간 사진을 올린다. 스냅 혹은 Candid 사진들이 대부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감하게 찍는 사진이다. 아마도 스트리트 사진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만큼 자연스럽고 순간 포착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카메라를 의식한 피사체와 그렇지 않은 피사체의 감정은 크게 다르기 때문에 더욱 현실감 있는 장면들이 만들어지고는 한다. 마치 관람자가 사진 찍는 현장에 놓여있는 실제감, 몰입감이 더 느껴진다.

퇴근길 웃음 / 카메라를 보고 웃어주셨으므로 촬영에 동의 하신것이라 믿어본다.^^
듀안 마이틀에게 바침, 서울

멀리서 주변의 풍경과 인물을 함께 담는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 초상권 문제에서 멀어질 수 있으며 나름대로 신선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 이런 사진을 온라인에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아내는지 문의를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요령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도시 이곳저곳을 많이 다녀보는 이외 방법은 없다.

GRID, 서울
Two lights from the darkness, 서울


날 것 같은 사진을 위하여


스트리트 포토가 보여주는 재미는 '날것'에 가깝다는 점이다. 스트레이트로 찍는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촬영 이후 보정 또한 최소화해야 그 맛이 살아난다. 연출을 최소화하고 있는 그대로를 프레임에 담으면서도 뭔가 독특한 기운이 서려있는 사진들... 가능한 별도의 조명도 더하지 않고 자연광 혹은 도시의 크고 작은 빛나는 피사체를 광원으로 이용하여 현재 상황 그대로 담아내는 자연스러움...


Vanishing red, 서울

어떻게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가고자 하는 사진의 방향과 가장 비숫하게 닮아 있다. 미적으로도 접근이 가능하고 주제 면에 있어서 마치 다큐멘터리 효과와도 줄기가 닮아있는 듯하다. 다소 추상적이거나 예측할 수 없는 즉흥성, 의외성도 이런 사진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근처에 찍을 것이 없다고 믿는 분들에게 거리로 나가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사진 촬영하러 멀리 가는데 부담 혹은 거부감 있으신 분들께 Street Photography 사진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주저 말고 당장 카메라를 부여잡고 거리로 나가라.


거리는 당신의 무한한 캠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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