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의귀인 Jul 27. 2017

인물 사진, 좋은 구도는 없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58

사진은 말이 없다.


사람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한다. 언어(말)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가장 쉽고 명확하지만 전체 비중으로 보면 그렇게 크지 않다. 비언어적 방법으로는 몸짓, 손짓, 눈빛 혹은 신체가 아닌 다른 매체를 이용한다. 글이나 그림 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사진은 시각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당연히 관람자와의 소통은 이미지(보이는 것)가 전부다. 물론 타이틀이나 작업 노트 같은 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늘 그렇듯, 아래 사진은 동료를 담았다. 카메라앞에 모댈이 되어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움직이고 있는 순간을 포착, 좌측으로 피사체를 배치하여 좌우 불균형을 통해 움직임을 강조한다.

좋은 인물 사진 (Portrait)은 크게 두 가지가 균형 있게 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피사체(모델)가 사진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감정이나 이야기, 그리고 사진가가 피사체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사진가와 인물 피사체가 각각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인물사진(Portrait) 아닐까?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


여러 사진가분들이 버려야 할 습관 중 하나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셔터를 누르기 시작하면 일단 눈앞의 모든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담고 싶어 한다. 일종의 욕심이다. 언젠가 언급드린 적 있는 듯하다. 사진은 비우는 것(것어 내는 것)도 담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사실. 많은 것을 하나의 프레임에 담다 보면 무게중심(주목해야 할 부분)을 만들기 어려워진다. 사진은 짧은 시간에 관람객에게 메시지를 던져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급한 관람객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글을 쓸 때 1장의 페이지보다 1개의 패러그래프가 낫다. 1개의 패러그래프보다 1개의 문장이 낫다. 1개의 문장보다 1개의 단어가 낫다. 광고에서 한 줄의 카피가 큰 파괴력을 갖는 이유와 비슷하다.

단순하게, 단순하게, 그리고 또 단순하게 피사체에 집중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든다.

시각적인 미디어에서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법 또한 단순할수록 강해진다.

단순함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담는 프레임 내의 구조를 쓰고(담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구조에 대해 이해하기 전에 먼저 구도에 대해 말해보자. 많이 들어본 단어일 것이다. 사진의 구도.


어떤 구도가 좋은 구도인가요?


질문이 잘못되었다. '좋은'이라고 하는 형용사에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피상적으로 절대적인 '법칙'같은 것이 어떤 형태로든 있을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지 않다. 구도는 사진가가 창조해내는 것 아닐까? 수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만드는 것. 수학처럼 공식을 따라서 찍는다고 좋은 구도가 만들어질 리가 없지 않은가? 피카소처럼 그릴 수 있다고 피카소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조금만 찾아봐도 구도에 대한 많은 공식(?) 들이 있다. 수평, 수직, 대각선, 3 분할, 삼각형, 원형, 사각형, 황금비, 피보나치수열, 어려운 용어라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의 구도 등등 이것은 모두 구도의 무한대 경우의 수 중 몇 개일뿐이지 그것이 구도의 표준(?)이거나 교과서라고 믿을 필요가 없다.


내 사진은 수평, 3 분할 구도를 지켰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 당신의 사진에 어떤 의미를 더할 수 있을까? 화면의 3분의 1위 치에 눈이 들어가던 손가락이 들어가던 코가 들어가던... 여러분의 사진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구도에 대한 많은 이론(?)을 알고 시도해보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진가가 거쳐온 길을 밟는 과정을 같이 가보는 것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마치 정답인 것처럼 안주하거나 도피처로 삼는다면 당신 사진은 더 이상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피할 목적으로 알아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마음가짐 아닐까?


시선의 반대 방향에 역광에 인한 플레어를 만들어 균형을 맞추었다


구도의 상대성


이미지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종류로 나누어보면 점, 선, 면 세 가지가 있다. 흔히 사진에서 '구도'를 이루는 요소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 세 가지는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있다. 점을 근접해서 바라보면 면이 되고, 반대로 면을 멀리서 보면 점이 된다. 선을 잘게 부수면 점이 될 수도 있고 면이 될 수도 있다.

프레임에 점을 담으면 나머지는 면이 형성되고 점이나 면들을 모아 방향성을 유지하면 선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상대적인 요소들이 모여 사각 프레임을 채우고 그것이  큼직한 물리적인 형태를 갖출 때 구도라는 것이 완성된다.


구도에서 구조로


본인은 솔직히 구도라는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단어를 바꿔본다면 '구조' 혹은 'Aarchitecture'라고 부르고 싶다. 다루는 범위가 훨씬 넓어진다. 구도는 '분할'에 가깝고 '구조'는 그것에 연관성을 더한다.

빈틈(여백)이 없도록 다가가 모델의 생각을 이미지로 담는다. 이마에서 부터 손가락까지 곡선의 흐름을 만든다

여러분 사진의 구조와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잘 맞아떨어지면 관람자는 더욱 빠르게 그것을 알아챌 수 있고 맞지 않는다면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사진에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데 사진의 구조가 매우 안정적이고 균형이 맞다면 그것이 서로 어울릴까? 반대로 매우 편안함을 표현하고 깊은데 사진의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난해하다면 전달하기 어려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당신이 촬영한 많은 사진을 수시로 다시 보는 훈련을 권한다. 그리고 사진작가들의 사진 또한 수시로 보는 습관을 길렀으면 한다. "이 구도 멋지니까 따라 해 볼까?"는 당장 조금은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 구도 혹은 구조에 있어서 어떤 부분이 '다른지'를 구석구석 꼼꼼하게 관찰하고 비교해보는 것이다. 그것이 체득된다면 사진을 보는 눈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좋은 구도에 대헤 문의 하는 횟수도 현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당신 사진을 위한 좋은 구도는 없다.


당신의 열망, 의지, 경험이 사진에 반영될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물 사진의 시선과 관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