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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Jul 20. 2017

인물 사진의 시선과 관점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57


인물 사진과 이야기


몇 회에 걸쳐 인물 사진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6개월간의 작업 중 30장의 사진을 선별하여 리뷰를 받고 최종 다섯 장의 사진이 _REBOOT 그룹전에 전시되었다. A컷과 B컷 구분 없이 각 사진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나의 비전을 서술할 생각이다.  포스팅하는 사진의 피사체는 전문 모델이 아니다. 함께 수업 듣는 수강생 혹은 친구라는 점 미리 말씀드린다.

사신은 사진으로 말하면 된다는 생각은 결코 변함없다. 하지만 미디어에 맞는 여러 전달방법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글이라는 표현방법을 더하여 이야기를 해드리고자 한다. 그렇다고 깊은 철학이나 어려운 얘기는 전혀 없다. 쉽게, 간단하고 간결하게...


피사체의 시선과 관점


인물 사진에서 고려해야 될 요소는 많지만 나는 피사체의 시선과 관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선은 말 그대로 바라보는 방향, 그리고 관점은 피사체의 입장 혹은 의지, 생각이다. 그것을 담는 사진가의 입장에서는 카메라의 앵글과 관련이 깊다. 더 넓게는 구도를 만드는 방법의 일부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구도는 프레임 내의 물리적인 개념에 더 가까우므로 추후에 포괄적으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시선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자 할 때 피사체의 눈높이와 카메라의 높이를 어떤 상태, 어떤 방향의 '선'을 유지할 것인가? 첫 번째 고민해야 될 요소가 상하 앵글이다. 높이를 완전히 일치시킬 수도 있고, 아래에서 위로 혹은 그 반대로도 가능하다.

이 사진은 로우앵글, 즉 눈높이의 살짝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는 앵글을 택했다. 남자 모델의 경우 이 앵글은 좀 더 강한 시선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시선 방향과 눈의 위치를 기준으로 좌, 우 수평선 상의 위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개의 경우 눈이 바라보는 방향에 여백을 두면 굉장히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즉, 왼쪽을 바라보면 왼쪽에 여백을 두는 것. 다른 의미로 평범해진다. 아래 사진도 그 기본에 근접한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신의 첫 번째 시선이 머무는 곳


피사체의 시선은 살짝 왼쪽 아래로 향하고 있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지만 눈빛에서 카메라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호함이 남아있다. 그래서 그 모호함을 잘 들어내기 위해 눈의 위치를 화면 좌우의 중앙에 위치시켰고 감상자가 자연스럽게 눈을 가장 처음 바라보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광원 범위를 조절하여 피사체가 기대고 있는 거친 벽과 얼굴을 잘 드러나게 하고 나머지는 프레임의 외곽,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연출을 더했다.


친구를 위한 기도


다음 사진은 나의 친구를 모델로 촬영한 사진이다. 현재 아픔을 크게 겪고 있는 친구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촬영자와 피사체가 함께 기도하고 울면서 촬영했다. 뷰파인더에 친구에 눈물이 보이는 순간 나도 함께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울어야 피사체가 운다고 했지만  반대의 경우를 경험했다.

위의 사진과는 다르게 하이 앵글로 화면 상단의 여백을 많이 주고 그쪽에 시선을 향하도록 했다. 무엇인가를 염원하는 피사체의 관점을 극한으로 살린 셈이다.

우측의 색조명으로 배경의 일부와 피사체 후방에 인상적인 빛의 효과를 더해 조금 더 극적 연출을 도모했다.


이 사진 역시 적절한 광원을 이용하여 관람자의 시선이 머무는 영역을 만든다. 그리고 심도를 이용하여 선명함과 그렇지 않은 이미지를 함께 담는다. 두 손이 얼굴의 앞쪽에 위치하지만 심도가 얕기 때문에 얼굴과 눈에 우선 시선이 간다. 자칫 실수로 손에 초점이 맞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수동 초점을 사용하였다.

인물 사진뿐 아니라 어떤 사진이라도 감상자의 시선을 끄는 영역이 프레임 어느 곳 인가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완성되면 피사체의 관점이 생긴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탄생하는 것. 사진 동호회에 올라오는 전문 모델들을 촬영한 사진들은 그것이 결여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어떠한 컨셉'이라고 사진가가 정의하고 포스팅을 하더라도 사진에 그것이 정확히 표현되어있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피사체의 시선과 관점을 사진가가 능동적으로 끌어내기보다 그저 수동적으로 셔터를 눌렀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스토리도 이끌어낼 수 없고 그 인물의 이야기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 사진들은 인물사진 즉, Portrait가 아니다.


단지, 인물이 들어간 사진이다


예쁜 모델 사진을 촬영하는 즐거움, 멋진 포즈의 모델 사진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폄훼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당신이 찍고자 하는 인물사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것으로 부터 한발 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인물 앞에서 무조건 셔터를 누른다고 인물사진(Portrait)이 된다는 생각을 버리자. 빛이 얼마큼, 어느 방향으로 향해야 할지, 피사체의 시선을 어디에 위치시킬지, 어떤 각도로 담을지, 여백은 어느 정도 비율로 담을지... 모든 것이 사진가의 생각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좋은 인물사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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