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변리사가 다시 쓴 제국의 흥망과 기술의 세계사

by 신무연 변리사

서문: 발명으로 세계를 읽는 법

나는 변리사로서 다른 대륙의 대리인들을 만나며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그때마다 항상 궁금해하곤 했다.

왜 어떤 문명은 천 년을 가고, 어떤 문명은 백 년도 못 가는가? 로마의 판테온은 2천 년째 서 있지만, 한양의 궁궐은 몇 번이나 재건되었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5천 년을 버텼지만, 이집트 문명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무엇이 영속과 소멸을 가르는가?

판테온.png 판테온, 로마

답은 의외로 내 주변에 있었다. 발명이었다.

로마가 천 년을 간 비밀은 군단이 아니라 콘크리트였다. 포졸란 화산재를 섞은 이 혁명적 건축 재료가 제국의 인프라를 만들었다. 도로, 수도교, 콜로세움. 제국은 무너져도 콘크리트는 남았다. 반면 목조 건축에 의존한 동아시아 도시들은 화재 한 번에 역사가 사라졌다.

런던이 현대 도시의 표준이 된 것도 발명 덕분이었다. 1858년 여름, 템스강의 악취가 너무 심해 의회가 문을 닫았다. 이 '대악취' 사건이 세계 최초의 현대식 하수도를 낳았다. 콜레라가 사라지고, 인구가 폭발했으며, 대영제국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하수도 하나가 문명의 수준을 결정한 것이다.

불을 피운 인간이 밤을 정복했고, 농업이 정착 문명을 만들었으며, 문자가 지식을 축적했다. 화약이 중세를 끝냈고, 인쇄술이 종교개혁을 일으켰으며, 증기기관이 제국주의를 가능케 했다. 그리고 지금, AI가 인류 문명의 다음 장을 쓰고 있다.

발명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부의 흐름을 바꾸며,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혁명한다.

아침에 눈을 뜬다.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고, 전기 스위치를 누르고, 수돗물로 세수를 한다. 이 모든 것이 당연한가? 불과 150년 전, 이 중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발명이 만든 세계에 살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물고기가 물을 의식하지 못하듯이.

인류 역사는 발명의 역사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가 발명했나'가 아니라 '누가 활용했나'다. 화약을 발명한 중국은 몰락했고, 그것으로 대포를 만든 유럽이 세계를 지배했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미국은 이제 반도체를 아시아에서 수입한다. 발명과 지배는 별개다.

이 책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한다.

첫째, 발명 전의 세계는 어땠는가? 우리는 너무 쉽게 과거를 잊는다. 항생제가 없던 1920년대, 서른 살 청년이 이를 뽑다가 감염으로 죽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미국인의 여름 식중독 사망자가 연간 1만 명이었다. 구글이 없던 1990년대,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자료를 찾아도 원하는 정보를 못 찾는 게 일상이었다.

둘째, 발명은 세계를 어떻게 바꿨는가? 농업이 정착과 잉여를 만들어 문명을 시작했다. 문자가 기억을 영속화해 지식 축적을 가능케 했다. 철도가 시간 개념을 표준화했다(그전에는 도시마다 시간이 달랐다). 증기기관이 인간의 근력을 대체하며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1811년 러다이트 운동 -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워한 노동자들의 저항은 오늘날 AI 시대의 불안과 정확히 같다.

셋째,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역사에는 패턴이 있다. 글자를 가진 문명이 그렇지 못한 문명을 지배했다(잉카 vs 스페인). 산업혁명을 먼저 시작한 나라가 세계를 식민지로 만들었다(영국 vs 인도). 인터넷을 장악한 나라가 21세기 패권을 쥐었다(미국 vs 유럽). 그렇다면 AI와 양자컴퓨터는 누구에게 다음 100년을 줄 것인가?

이 책은 발명의 기술사가 아니다. 발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아니라, 발명이 권력과 돈,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다룬다. 증기기관의 피스톤 구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왜 영국이 '적기법' 같은 규제로 자동차 산업을 망쳤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한국의 타다 금지, 원격의료 반대와 어떻게 닮았는지다.

발명을 이해하면 현재가 다르게 보인다. 왜 로마 제국이 납 수도관 때문에 멸망했다는 설이 나오는지, 왜 종이와 화약을 발명한 중국이 산업혁명에서는 뒤처졌는지, 왜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이 아프리카 식민지화를 가능케 했는지가 모두 연결되어 보인다.

AI가 등장한 지금, 우리는 다시 한 번 문명의 전환점에 서 있다. 1455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정보 독점을 깨뜨렸듯이, 2022년 출시된 ChatGPT가 지식 독점을 무너뜨리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인쇄술은 200년에 걸쳐 세상을 바꿨지만, AI는 20개월 만에 모든 것을 뒤집고 있다는 점이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40만 년 전 중국의 한 동굴에서 시작된, 인류 최초의 발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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