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이 시작되기 전, 인류는 무엇을 발명했는가?
40만 년 전, 중국 베이징 근교의 한 동굴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명이 일어났다. 그것은 왕조의 교체도, 전쟁의 승리도 아니었다. 한 무리의 호모 에렉투스가 불을 피우고, 그 불을 꺼뜨리지 않고 유지하는 법을 배운 순간이었다. 저우커우디안 동굴의 불자리에서 발견된 재와 탄 뼈들은 단순한 고고학적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생존'에서 '사회'로 도약한 첫 번째 증거다.
불은 모든 것을 바꿨다. 날것을 익힌 음식으로, 어둠을 밝음으로, 두려움을 안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이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는 점이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처음으로 계획을 세우고, 지식을 전수하고, 문화를 창조했다. 불꽃 하나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다.
이후 1만 년 동안 인류는 문명의 기본 설계도를 완성했다. 농업이 정착을 가능케 했고, 바퀴가 교역을 열었으며, 도시가 권력을 집중시켰다. 문자가 기억을 영속화했고, 종교가 보이지 않는 질서를 만들어냈다. 이 모든 발명들은 훗날 모든 제국이 따라야 할 표준이 되었다.
1. 불 ― 생존에서 사회로
기원전 40만년경, 저우커우디안·중국
40만 년 전의 어느 날 밤, 저우커우디안 동굴은 완전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상상해보라. 지금 당장 전기가 끊기고,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떨어지고, 손전등 하나 없는 상황을. 그런데 이 어둠이 매일 12시간씩, 평생 계속된다면?
한 무리의 호모 에렉투스가 동굴 깊숙한 곳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밤이 오면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밖에서는 사자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들의 하루는 해와 함께 시작되어 해와 함께 끝났다. 날이 어두워지면 모든 활동이 멈춰야 했다. 사냥도, 도구 제작도, 심지어 대화도 위험했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포식자를 부를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밤에 혼자 골목길을 걸을 때 느끼는 두려움? 그들에게는 그것이 매일 밤의 현실이었다
음식은 모두 날것이었다. 딱딱한 뿌리를 씹느라 턱이 아팠고, 날고기를 소화시키느라 배가 고통스러웠다. 병든 동물의 고기를 먹고 식중독에 걸리는 일도 잦았다. 겨울이면 얼어붙은 음식을 억지로 삼켜야 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철저히 고립돼 있었다. 협력은 그저 큰 짐승을 사냥할 때 잠깐 힘을 모으는 것뿐이었다. 지식과 경험은 한 세대가 죽으면 함께 사라졌다.
중국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50킬로미터. 저우커우디안 유적지에 서면, 40만년 전 이곳에서 일어난 혁명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동굴 바닥에 쌓인 재와 탄 뼈들. 그것은 인류가 처음으로 불을 '길들인' 증거다.
불의 발견은 우연이었을 것이다. 번개가 떨어뜨린 불, 화산의 용암, 마찰로 일어난 불꽃. 하지만 그 불을 꺼뜨리지 않고 유지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고, 필요할 때 다시 피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그것은 자연을 관찰하고, 실험하고, 기술을 축적하는 인류 최초의 '과학'이었다.
불은 음식을 바꿨다. 익힌 고기와 곡물은 소화가 쉬워졌고, 더 많은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었다. 뇌가 커지고 치아가 작아졌다. 날것을 씹는 데 쓰던 시간을 다른 일에 쓸 수 있게 되었다.
불은 시간을 바꿨다. 해가 지면 멈춰야 했던 하루에 밤이라는 새로운 시간이 생겼다. 어둠 속에서도 도구를 만들고, 모닥불가에서 대화를 나누며 지식을 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불은 '사회'를 만들었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무리를 이루었다. 불을 지키는 사람, 땔감을 구해오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역할 분담이 생겼고, 협력이 시작되었다. 언어가 발달했고, 문화가 탄생했다.
저우커우디안의 그 첫 번째 모닥불은 꺼졌지만, 그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도시의 네온사인, 스마트폰의 백라이트, 로켓의 엔진 - 모두 그 불의 후손이다. 우리는 여전히 '불' 주위에 모여 산다. 다만 그것이 전기로, 에너지로 형태를 바꿨을 뿐이다.
회사의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치킨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하소연하고, 캠프파이어 앞에서 마시멜로를 구우며 추억을 만드는 것. 모두 40만 년 전 그 동굴에서 시작된 '불 주위에 모이는' DNA의 발현이다.
불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를 '생존하는 동물'에서 '사회를 만드는 인간'으로 업그레이드한 최초의 '킬러 앱'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그 앱 위에서 문명이라는 운영체제를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