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 저자의 세계 속으로, 글을 쓰면 내 기억 속으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서관에 가는 것은 나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요즘은 거의 매일 가는데, 주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어머니가 어디서 얻어오거나 사주신 책이 집에 있었고, 그 책들을 닳도록 읽었다. 시골에서 자란 터라, 책 읽기 말고는 특별히 할 것도 없었으니까. 계몽사 책 컬러학습대백과,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학습그림과학 이런 책들이 기억난다.
처음 도서관을 가 본 것은 중3 겨울방학 때였다. 연합고사가 끝나니 할 일도 없고 심심해서였다. 도서관에서 같은 반 친구 두 명을 만났다. 우리 세 명은 그 해 겨울 방학 내내 도서관에 나왔다. 책을 읽거나 공부하려는 목적이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몰려다니며 놀거나 군것질하는데 보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는데, 두 명은 타지에 있는 고등학교였다. 방학이나 명절 때는 고향으로 돌아왔고, 그때마다 만나서 같이 놀았다.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두 명은 직장이 수원이고 나는 집이 수원이라 요즘도 가끔씩 술자리를 같이 하니, 순수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인연은 참으로 길게도 이어지나 보다.
그 뒤로 도서관은 가지 않았다. 대학교 때 무협지를 빌리러 몇 번 들린 것이 전부이다. 취업을 한 뒤에도 일 년에 한두권 정도는 책을 읽었는데, 전부 서점에서 사서 읽었다.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났다. 와이프는 교육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자주 다녔다. 결혼 초창기 돈이 별로 없던 우리에게 도서관은 가장 싸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교육적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평일에 주로 다녔기 때문에 아이들과 도서관을 다니는 것은 전적으로 와이프의 몫이었다.
그러다가 수원으로 이사를 갔다. 그 당시 와이프는 야간 학교를 다니거나 일을 하느라, 일주일에 며칠은 저녁때 내가 아이들을 보아야 했다. 매일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는 없는 일. 때마침 집 근처에 한림도서관이 생겼다. 그래서 나도 저녁때마다 아이들과 도서관을 가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한림도서관은 어린이 도서관을 밤 9시까지 운영했다.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으므로 아이들과 도서관 문을 닫을 때까지 어린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올 수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도 도서관을 좋아했다. 아이들은 어린이 도서관의 책을 읽었고 나는 셜록홈즈를 읽었다.
도서관에서 집으로 오는 길은 공사 중인 아파트 옆으로 새로 생긴 도로였다. 그래서 다니는 차도 없고 사람도 없었다. 집에 올 때면 우리는 항상 그 길에서 자전거 경주를 했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넓은 도로를 전세 낸 양 내달렸다. 어떤 때는 큰아이가 이겼고 가끔은 작은아이가 이겼다. 큰아이가 이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어쩌다 작은아이가 이기면 뛰는 듯이 기뻐했다. 그 자전거 경주는 책 읽기를 끝내고 즐기는 일과이자 보상이었다. 가끔은 차를 타고 도서관에 갔는데, 작은 아이는 짐칸에 타는 것을 즐겼다. 평소라면 안 했겠지만 도서관 가는 길은 아무 차도 안 다니는 곳이라 짐칸에 타는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몇 달 후부터는 도서관의 방침이 바뀌었는지 어린이 도서관이 5시에 문을 닫았다. 그렇다고 도서관을 안 갈 수는 없어서, 아이들은 집에 있는 책을 가져가서 읽거나 어른 책을 읽었다. 나는 한창 캠핑에 빠져 있을 때여서 캠핑 관련 책을 매일 읽었다. 아이들은 내가 보는 책을 곁눈으로 보다가 점차 다른 책을 이것저것 보기 시작했고, 이내 어른 책 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찾아냈다. 작은아이는 월간 커피 앤 티라는 잡지를 즐겨 읽었다. 나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책이었지만 자기가 좋다니 말릴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평일 저녁에는 항상 도서관을 갔다. 한두해 정도 매일 다니다가 서서히 지겨워져서 그만두었다.
그렇다고 아주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집에 있으면 싸운다. 주말엔 무조건 어디든 나가야 한다.” 이게 내 주말의 철칙이었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는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주로 갔다. 몇 년을 다니니 이제 웬만한 데는 다 가봤고 아이들도 지루해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 커서는 항상 주말에 도서관을 다녔다. 한 군데만 계속 가면 지루하니, 수원시에 있는 모든 도서관을 돌아가면서 다녔다. 한두해 지나니 수원시의 거의 모든 도서관을 다 가 보게 되었다. 북수원도서관만 못 가봤는데 아무리 일찍 가도 주차할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북수원도서관 근처에 안전하게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을 알고 있다. 몇 년이 흘러, 아이들이 주말에 학원에 나가게 되면서 서서히 그만두게 되었다.
처음 가 보는 도서관은 낯설지만, 한 번이라도 가 본 도서관은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모든 도서관을 가 보면 좋은 점이 있다. 어딘가에서 시간을 때워야 할 때는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가는 것이다. 전에 가 보았으므로 도서관 주차장이 꽉 차 있어도 미리 알아둔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 둘 수 있다. 한두 시간 책을 읽으면 돈을 쓰지 않고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수원에는 곳곳에 도서관이 많아서 어디를 가든 이게 가능하다.
각각의 도서관은 서로 다르게 생겼고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책장과 책상의 배치가 다르고 열람실과 자료실의 구별도 다르다. 어느 곳은 독서실 같은 분위기, 어느 곳은 좀 더 개방적인 분위기. 종합자료실 여는 시간, 노트북실 여는 시간, 열람실 여는 시간도 조금씩 다르다. 도서관을 여러 군데 다녀 보면서 조금씩 다른 특징을 알고 그 도서관에서 나에게 맞는 점을 찾아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이다.
화서다산도서관은 산속에 자리 잡고 있는데 창이 넓어서 전망이 끝내준다. 넓은 창으로 보이는 낙엽진 겨울산으로 햇빛이 비치는 모습이 장관이다. 태장마루도서관에는 내 전공과 관련된 책이 많아서 좋은데, 갈 때마다 좀 추웠던 기억이 있다. 영통도서관에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책이 많은데, 토요일 일요일에는 종합자료실 문을 일찍 닫는 것이 좀 아쉽다. 버드내도서관은 내가 좋아하는 책은 적지만 TI 수영에 대한 책이 있어서 좋다. 경기도평생교육원은 책이 많고 특히 일본어 저널 잡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요즘은 코로나로 문을 안 열어서 가지 못하고 있다. 한림도서관은 규모는 작지만 휴게실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열람실보다 휴게실에서 책 읽기를 더 좋아해서 도서관에 가자마자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먹었기 때문에 항상 잔돈을 준비해 가야 했다.
광교홍재도서관의 뒤에는 여러 갈래의 개울 옆으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머리를 식히기에 좋다. 서수원도서관은 집에서는 좀 멀고 주차장도 좁은 편이지만 알고리즘 책이 있어서 몇 번 간 적이 있다. 기흥도서관의 노트북 좌석은 본관과 별관을 연결하는 복도에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볼까 뒤통수가 뜨거워진다. 종합자료실 안에 있는 좌석에서도 노트북을 하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에 나는 주로 종합자료실을 이용한다. 구미도서관의 노트북 좌석은 독서실 같은 분위기라서 별로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기 때문에, 거기에서는 책 읽기만 한다. 용인중앙도서관은 생긴 지 오래되었는지 시설이 많이 낡았다. 그런 곳에서는 몇십 년 전 책도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는 모든 도서관이 일제히 월요일에 쉬었는데, 요즘은 도서관에 따라 월요일에 쉬기도 하고 금요일에 쉬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아차, 이 도서관은 오늘 휴관일이구나’ 하고 낭패를 보는 일이 가끔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월요일이든 금요일이든 그 날 문을 열고 있는 도서관에 갈 수 있으니, 일주일 내내 도서관에 갈 수 있어서 이게 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내 직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다. 이 분야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일 년만 손을 놓고 있어도 뒤처지게 된다. 특히나 일에 몰두하다 보면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게 마련이다. 그동안 너무 일에만 파묻혀 있었나, 몇 년 전에 문득 내가 주요 기술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 때의 문제는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때 도서관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소프트웨어 섹션의 책꽂이에 가서 책 제목을 보고,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가지 않는 책이 있다면 일단 조사해 볼 만하다. 한두권 꺼내서 내용을 훑어보면 공부해 볼 만한 분야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인공지능, 딥러닝, 데이터 사이언스, AWS, 하둡 등에 대한 지식을 도서관에서 얻을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의 최첨단에 있는 기술은 영어로 된 책이나 문서로 가장 먼저 나온다. 영어로 된 문서는 아무래도 읽는 속도가 한국어보다 느린데, 그런 문서가 1~2년 내에 번역되어 책으로 나온다. 출판은 영어판보다 조금 늦어도, 빨리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니, 최신 기술을 먼저 습득하고 싶으면 인터넷을 찾아봐야 하고, 요즘의 기술 트렌드를 알고 싶으면 도서관을 오면 된다. 그런데, 내가 가장 자주 가는 한림도서관은 규모가 작아서인지 소프트웨어 기술서적이 많지 않고 새로 추가되는 책도 적은 편이다. 그래서 여러 군데의 도서관을 가 보는 것이 좋다.
도서관에 가면 기술 서적만 읽는 것이 아니다. 그때그때 마음이 내키는 대로 여러 분야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다. 부동산을 알아보고 싶으면 재테크 관련 책을 보았고, 노후에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농업에 관한 책을 보았고, 글을 쓰고 싶어 지면 수필집을 찾아서 읽었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여행 관련 책을 읽었고, 드론을 만들고 싶어 지면 로보틱스 관련 책을 읽었고, 힐링을 하고 싶을 때는 캠핑 책을 읽었다. 한창 일본어에 빠져 있을 때는 몇 달 동안 일본어 관련된 책만 보았었다. 음식과 관련된 단어를 찾아보기도 하고, 책을 빌려서 일본 출장에 가져가기도 했다. 잭 리처 시리즈는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꽤 두꺼운 편이고 총 20여 권의 시리즈인데도 전편을 다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영문판 책도 한 권 샀고, 영문판 오디오북도 구했다. 오디오북은 영어공부를 겸해서 대여섯 번은 들은 것 같다.
무엇이든 하고 싶거나 관심이 가는 것이 생기면 먼저 그에 대한 책을 찾아본다. 책을 읽으면서 그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간접 경험은 돈이 들지 않는다. 조금 읽다가 별로다 싶으면 다른 책을 읽으면 그만이다. 재미있어 보이는데 읽어보면 재미없는 책도 있지만, 기대하지 않았는데 단숨에 끝까지 다 읽어버리는 책도 있다. 그런 책을 만나면 인생에 또 하나의 관심 분야가 추가되고 흥미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어진다.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인생이 더 재미있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우물만 파는 인생은 지루하다. 직업이라면 한우물을 파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관심이라면 이것저것 여러 가지에 두는 것이 더 재미있다.
요즘은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주로 정보를 얻는 시대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직업인 사람으로서 나도 온라인에서 정보를 많이 얻는다. 온라인의 단점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흩어져 있고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정보를 모아서 지식으로 만들려면 오랜 시간 동안 서치와 캡처를 해야 한다. 반면에 책은 정보가 체계적으로 모여있어서 단시간 안에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면서 나에게 유용한 책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서너 권 고르면 그중에 한 권은 유용한 지식을 제공한다. 그러니, 빠르게 정보를 얻고 싶으면 온라인을, 긴 호흡으로 깊이 있는 지식을 얻고 싶으면 책을 보아야 한다. 도서관이야말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도 책을 잘 읽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커서부터는 집에서 책이 잘 안 읽히고 공부도 잘 안된다. 집에서 책을 펼치면 이내 졸음이 오거나 TV를 보게 된다. 도서관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있어 빌려서 집에 가지고 와서도 손도 안 대었다가 반납하곤 했다. 코로나 시대라서 집에서 재택근무를 몇 번 하기도 했었는데, 그때도 영~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대신에 도서관에만 가면 머리가 또렷해지고 맑아져서 아무리 책을 읽어도 피곤하지 않다. 집은 쉬거나 노는 곳, 회사는 일하는 곳, 도서관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곳. 이렇게 장소에 대한 용도가 머릿속에 박혀 버린 것 같다. 몇십 년 동안 들은 습관이니 바꾸기도 어렵겠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습관이다 싶어서 바꾸고 싶지도 않다. 술이니 오락이니 도박이니 등등 돈 들고 몸 망치는 습관에 비하면 이 얼마나 좋은 습관인가. 평생을 간직하고 싶은 습관이다.
도서관 안은 조용하다. 모두가 숨죽여 책을 본다. 주변 사람들이 다 그러고 있으니 나도 어느새 동화되어 조용히 책 속으로 빠져든다.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떠난 여행은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지리적인 여행일 때도 있고 시간적 여행일 때도 있고 사색의 여행일 때도 있다. 남의 삶을 구경해 보기도 하고, 왜 그렇게 사나 알아보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또는 저렇게는 살기 싫다 희망하고 다짐한다. 어느덧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와 조용히 책장을 덮는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전의 내가 아니다.
도서관에서 떠나는 여행은 빠르고 안전하고 다양하고 돈도 안 드니 최고의 여행이다. 책을 읽을 때는 저자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요, 글을 쓸 때는 내 기억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기억이란 연상 작용이 있어서 가만히 앉아 회상을 하다 보면 좋았던 일 슬펐던 일 이랬던 일 저랬던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굴비처럼 떠오른다. 엮인 기억들은 앉아서 꾸는 꿈처럼 시간과 공간을 제맘대로 넘나들고, 하나 둘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기억에 취해 추억의 바다로 빠져든다. 때로는 따뜻한 열대 해변에서 마시는 한잔의 칵테일처럼 달콤하고 나른하다. 때로는 폭풍우 속에서 돛을 잃은 배처럼 이리저리 휩쓸리며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예전 기억은 지금 내 기분에 따라서 다시 평가된다. 지금 내가 기분이 좋으면 악몽 같던 기억도 ‘그래, 그땐 그랬었지' 하며 추억으로 바뀌고, 지금 기분이 안 좋으면 좋았던 기억도 ‘그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후회로 바뀐다. 지난 지 오랜 과거의 일이지만 여전히 현재의 지배를 받는다. 미래도 마찬가지로 현재의 영향을 받는다. 미래가 밝아 보이는 이유는 현재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실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
요즘엔 글쓰기에 빠져 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면 주로 글을 쓴다. 처음엔 집에서 뒹굴고 있는 싸구려 노트북을 가지고 다녔다. 키보드 소리가 너무 커서 조용한 키보드를 사고, 마우스 소리가 너무 커서 조용한 마우스를 샀더니 도서관에서 쓰기에 아주 좋았다. 주말에는 노트북을 들고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글을 쓸 수 있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핸드폰으로 글을 쓴다. 핸드폰 키보드는 너무 작아서 오타가 많이 나지만, 다른 적당한 대안이 없어서 참고 쓰고 있다. 평일 퇴근길에는 항상 도서관이나 수영장에 들렸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수영장 문을 닫아서 도서관에만 간다. 평일 도서관에서까지 핸드폰으로 글을 쓰려니까 오타가 너무 자주 나서 힘들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키보드가 있었다. 얇고 가볍고 크기도 작아서 뒷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퇴근길에 도서관에 가면 키보드를 펼치고 핸드폰에 글을 쓴다.
천성이 가만히 쉬고 있지를 못하는 나. 그렇다고 집안일 하기는 귀찮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집에서 할 일도 없는데. 집에서 영화를 보았는데 재미가 없었으면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시간을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도서관은 언제부턴가 내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