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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징전 Jul 24. 2020

중국어 별거 아니라더라

중국어에 대한 선입견 깨기

시작이 반이다

우리가 흔히들 하는 얘기다. 하지만 이 말은 어찌 보면 우리의 바람이지 정답은 아닐 것이다. 

중국어를 맘먹고 시작해 볼까? 하는 다짐으로 시작했다면 반은 된 것일까?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중국어를 시작한 입문자들이 입문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중국어 학원은 늘 입문반만 생기고 레벨 업이 되지 않는 포기 수강생으로 넘쳐난다. 


나는 대학교 때 중국어 수업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20년 간 유치원생부터 복지관 노인 수강생까지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수업을 하였는데, 우리는 중국어에 대한 수많은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이런 선입견이 중국어를 학습하기에 힘들게 만든다.

중국어를 학습할 때는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에 의지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

천리길을 갈 때 한걸음이 비록 미약한 시작으로 보일지라도 어떤 방향으로 그 한걸음을 걷느냐에 따라 천리길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른 첫걸음을 위해 중국어에 대한 대중적 선입견들을 한번 얘기해 보자.


1. 영어를 잘하면 중국어도 잘할 수 있나요? 


위와 유사한 질문들을 중국어에 대한 관심 정도로 더 살펴보면,

영어랑 중국어가 비슷하다면서요? 

(중국어를 한 번도 배워보지 않은 사람)

중국인이 영어를 빨리 습득하는 이유가 중국어와 영어가 문법이 같다면서요?

(중국어에 관심이 있으나 배워보지 않은 사람)

영어보다 중국어가 더 어렵죠? 

(중국어를 배워보려고 시도를 해 본 적이 있는 사람)


내가 중국어 전공자로 박사까지 공부하면서 명쾌한 답변을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한국어, 중국어, 영어 중에 제일 쉬운 언어를 묻는다면 믿지 않겠지만 바로 '중국어'라는 사실이다. 

이 세 언어의 관계성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전 세계 언어를 유형론에서 분류할 때 기준이 되는 한 가지는 주어/동사/목적어의 어순으로 유형 분류를 하는 법이 있다. 

한국어, 일어는 전형적인 SOV언어이며 영어는 SVO이다. 중국어는 이 기준의 유형론적 관점에서는 영어와 같은 SVO유형에 속하지만 중국어는 한국어와 영어의 교집합에 그 특징들이 속한다. 즉, 큰 틀은 SVO이지만 중국어의 세부 구조는 오히려 한국어와 유사하여서 영어 구사 능력과 중국어 학습 능력이 정비례하지는 않다.



영어와 중국어가 유사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그렇다면 미국인은 중국어를 우리보다 쉽게 배우겠네?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자 문화권의 한국, 일본이 비록 어순은 다르지만 중국어를 학습하기에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미국인이 스페니쉬를 쉽게 습득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순은 중국어에서 특히나 중요한 문법 효과이다. 하지만 어순으로 한 언어 습득의 난이도를 결론지을 수는 없다. 중국어가 세 언어 가운데 가장 쉬운 언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중국어의 문장 구조가 한국어, 영어에 비해 매우 간단하고 명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영어를 못해도 중국어는 잘할 수 있다'이다. '영어를 잘하면 중국어를 잘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은 어찌 보면 영어를 잘해서 언어적 소질이 있다는 것으로 중국어가 아니라 어떤 언어라도 잘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영어와 중국어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 정말 중국어는 별거 아니다!


2. 우리가 쓰는 한자를 많이 알면 중국어를 잘하나요?


이 질문은 일반적으로 중국어 한자를 유심히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물어본다. 

우리가 '중국어'라고 말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한어'이다. 중국은 56개 민족이 함께하며 각 민족은 다른 언어를 쓰지만 이들 모두 중국인이다. 따라서 중국어라고 하면 이들을 총칭하게 되는데 사실 우리가 배우는 표준 중국어는 56개 민족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족'이 쓰는 언어이고 따라서 '한어'라고 표기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한어의 한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와 모양새보다 더 간략한데 이는 우리는 '번자체'라는 획수가 좀 더 복잡하고 많은 한자이고 현대 한어는 '간자체'라고 하여 간화 된 한자를 쓰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되면서 당시 엄청나게 높은 문맹률의 원인으로 복잡한 한자 획순이 지적되었고, 이에 1977년 중국문자간화개혁위원회는 한자 개혁안에 따라 이간자(간자체)를 발표하였다. 고대 한어는 지금의 한국에서 사용하는 번자체이고 우리는 고대 한어의 한자 형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이루어진 간화 작업은 번자체의 모양에서 변방의 획순을 대폭 줄인 것으로 간화 작업에는 룰과 기준이 있다. 획순이 적은 10획 이하의 한자는 더 이상 간화 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많다.

따라서 한자를 많이 안다면 분명 이것은 중국어 학습에 도움이 된다.

한자를 안다는 것은 획순에 맞게 쓸 줄 알고 문자학에서 얘기하는 한자 구성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으로 이는 중국어 쓰기 학습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한자를 접해본 경험이 있는 학습자가 중국어의 첫걸음이 훨씬 부담스럽지 않게 된다.

이런 답변에 많은 학부모는 이렇게 물어본다.

그럼 우리 아이 중국어 배우기 전에 한자 학습을 시킬까요?

중국어 한자 쓰기 어려우면 한자 학습이라도 보충할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NO'이다.

중국어만도 배우기 힘든 아이에게 한자 학습까지 부담을 준다면 '중포자'(중국어 포기자)가 되고 다시는 중국어를 배우고 싶지 않다는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한자를 배우지 못한 학습자라도 중국어를 배우는데 전혀 문제없다.

나의 경우는 한자라고는 내 이름 석자밖에 쓸 줄 모르는데 중국어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어려움이 전혀 없었고 정말 중국어 별거 아니었다!


3. 중국어는 노래처럼 들리던데 발음이 중요한가요?


중국어를 노래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중국에 호감이 있는 사람이고, 중국어를 시장통 소리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중국을 싫어하거나 관심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중국인이 시끄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못 알아들어서 더 시끄러울 수도 있다. 난 경상도 사람이지만 경상도 3명이 모여도 중국인 3명만큼 시끄럽다고 느낀다, 아니 경상도는 심지어 남들이 보면 싸우는지 착각하기도 한다. 

중국어는 4개의 성조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 성조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다들 입문에서 포기한다.

난 중국어 입문을 가르칠 때 이 질문을 먼저 한다.

'음치세요?'

만약 정말 음치라고 하면 '도레미파솔'을 해 보라고 한다. 아무리 음치라도 도부터 솔까지는 음이 나온다. 그러면 중국어 성조는 끝난 거다. 

  

이렇게 음표로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노래처럼 음을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 음을 정확히 내지 않으면 같은 발음이지만 다른 뜻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입문에서 배우는 발음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발음이 안된다고 포기하는 입문자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어떤 교사는 이 발음 성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학습자가 될 때까지 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좋은 방법은 아니다.

발음이 중요하다고 많은 시간을 써서 학습해야 할까?

이것 역시 'NO'이다. 10분이면 성조를 마스터할 수 있다. 물론 성조에 따라 단어 뜻이 달라지는데 10분 만에 완성될까? 걱정되겠지만, 우리가 말을 할 때 단어로 내뱉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말하는 것이다. 문장 안에서 단어의 성조가 달라져도 우리는 그 전체 문장 의미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중국인들은 이 표준어 성조를 정확히 구사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는 것처럼 중국인도 못하는 성조를 굳이 우리 외국인인 우리가 정확히 할 거라고 뭐하러 힘을 빼야 할까? 이것 때문에 중국어를 포기하지 말자. 정말 별거 아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공통 답변은 '중국어 별거 아니다'이다.

겁먹지 말자. 영어보다 쉽고, 한자 몰라도 할 수 있고, 음치여도 괜찮고, 발음에 얽매이지 않아도 잘할 수 있는 언어이다.

우리가 설정해 놓은 수많은 선입견으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어학자 촘스키는 '언어의 보편성'에 대해 말한다. 모든 언어에는 보편적 원리가 있으며 각 언어마다 '매개 변이적 요소'만이 조금 다를 뿐이라고.

우리는 우리 모국어를 잘하면 중국어도 잘할 수 있고, 한국어와 중국어의 보편성은 중국어 입문 과정만 잘 버틴다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누구든 '중국통'이 될 수 있다. 

내가 20년 동안 중국어 티칭을 하면서 중국어를 잘 가르치는 선생님은 '중국어 별거 아니라더라'라고 학습자가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런 마인드로 중국어 첫걸음을 시작한다면 천리는 바로 눈 앞에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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