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중국 이야기(1)
글로벌 스타 BTS는 전 세계에 우리의 K-POP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준 명실상부한 아티스트이다.
그런데 얼마 전 BTS의 발언으로 중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보이콧이 나타나고 더 나아가 외교 문제로 까지 번지는 모습을 보였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BTS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은 왜 BTS발언에 이렇게나 발끈한 것일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비판하였다.
대부분의 분석의 요지를 정리해서 보면,
첫 째, 중국의 민족주의적 발상과 관련되어 있다. 과거 속국이라고 생각했던 조그마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세계적 스타가 발굴되고 그 영향력이 전 세계에 미치다 못해 중국 자국의 국민의 정서까지도 파고들고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이를 활용하여 자국민의 단합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다. 코로나 19로 중국 내에서도 시진핑 집권에 대한 불만이 있으며 56개 민족이 함께 공존하는 중국은 그 다양성을 포괄해야 할 힘이 필요할 때 제일 쉬운 도구가 바로 민족주의이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도 친구와 친해질 때 누구 한 사람을 욕하면서 동질감을 형성하고 친밀도를 높이듯이 말이다.
둘째, 한미 공조에 대한 경계와 질투심이다. 중국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일본에 대한 역사적 적대심이 우리만큼 강하다. 그래서 일본을 두고 한국과 중국은 '친구'이다. 하지만 미국을 두고 보면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내편도 네 편도 아닌 '회색분자'로 보일 것이다. 미중 관계가 원만하다면 모두가 해피한 관계로 지낼 수 있지만 지금 미중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것에 경계하며 심지어 중국인이 미국 사회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보이지 않는 장벽을 두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학생들이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비율이 급격히 줄고 있으며, 중국인들은 미국의 선진 기술을 해킹해 가고 정보 유출을 한다는 미국인들의 인식으로 인해 중국인들은 미국 사회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활동하는 중국 지식인들은 미국 FBI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다는 말까지도 들린다. 그렇다면 이런 일들에 대해 중국이 모를까? 그렇지 않다. 하지만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상대로 중국이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아직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한화령'과 같은 조치가 우리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미칠 수 있지만 아직은 미국을 상대로 우리에게 했던 조치와 같은 것은 먹혀들어가질 않는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도 친한 우리가 '늘'은 아니지만 '문뜩' 눈에 가시처럼 미워 보일 수도 있다.
셋째, 한국전쟁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다른 점이다. 중국에서는 '항미원조'라고 부르며 이는 '미국에 대항하며 조선을 돕다'라는 의미이다. 내가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역사에 대한 관점이다. 당시 '아니다'라고 내가 우길 필요도 없었고 그냥 '중국인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며 개의치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입장에서 역사를 평가하고 그 의미를 기리는 것이 잘못되지 않았고, BTS도 글로벌 스타이기 이전에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입장에서 발언한 부분이기에 문제 될 것도 없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BTS가 한국인의 역사적 관점으로 발언된 한국전쟁이 자국 내에 역사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작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역사수업을 시작한다. 이에 반해 중국은 유아기 때부터 시경, 공자 등의 시와 명언을 배우고 외우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중화사상과 역사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습득하고 몸에 베이게 된다. 그럼에도 BTS의 발언 하나하나는 중국 팬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기에 중국은 두려운 것이다. 공격도 안 했는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하는 행위라고 보인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정치, 외교,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분석이라면 나는 BTS의 '말'이 문제가 된 만큼 언어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한번 분석해 보려고 한다.
BTS발언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된 발언 부분은 'our two nations'라는 포인트이다. 해석하자면 '우리 양국'이라는 것인데 이렇게 시작한 주어가 도대체 어떤 부분이 민감했던 것일까? 대부분 '양국'에서 '한미'를 의미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내가 바라본 관점에서는 그 앞에 수식한 'our'라는 것이 중국인들에게 거슬렸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중국에서 남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인칭대명사이다. 영어나 한국어나 모두 '우리'라는 표현은 모두 한 단어밖에 없지만, 중국에서는 '우리'라는 의미로 '我们’과 ‘咱们’이라는 두 단어가 있다. 서면어와 구어라는 용도에 따라 분리되기도 하지만 咱们이라는 단어는 화자와 청자가 모두 포함되는 '우리'개념으로 사용되는 구체적 의미가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우리 밥 먹으러 가자'라고 하면, 화자와 청자가 모두 밥을 먹으러 가는 대상이면 여기서 我们과 咱们이라는 단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데 咱们이라고 사용하면 보다 친근한 느낌을 준다.
'우리 학교에서는 한국어를 배워요'라고 할 때, 화자가 다니는 학교로 청자가 상관이 없는 경우에는 我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 요즘에는 혼용해서 쓰는 중국인도 많지만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咱们은 화자와 청자가 모두 포함되는 우리로서 친근함을 나타내는 구어적 표현으로 본다.
여기서 보면 중국인들에게 '우리'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들 입장에서 만약 BTS가 'our'라는 표현이 중국은 포함되지 않는 미국과 한국을 의미할 때 중국 팬들을 배제하는 BTS가 미운 것이다. 언어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은 우리가 염두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이 사건이 터지고 관련 중국 기사들을 보면, 일부 기사에서 이 사건에 대한 한국인들의 중국에 관한 비판 댓글(짱깨라고 표현하는 네티즌의 악성 댓글)을 소개하면서 어리석은 자국민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남의 가수를 좋아해서 욕까지 먹는 중국인이 얼마나 어리석냐는 반어적인 표현으로 중국 팬들을 자극했다.
이 사건이 외교적, 경제적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안타까웠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중국, 우리가 아는 만큼 보이듯이 우리도 중국을 알아야 중국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아티스트가 이런 문제로 더 이상 도마 위에 올라서 상처 받는 일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