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아이들을 키웠던 집을 떠나 이혼 후 새 보금자리로 자리를 잡았다.
10년 동안 묵어놨던 짐들을 정리하느라 오랜 기간 글을 쓸 여유도 없었고 이제야 모든 정리를 마무리하고 내 생각을 정리해 본다.
새 집에 오면서 나는 '비움'을 배운다.
우리가 살다 보면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어서가 아니라 그 물건에 담긴 추억과 의미가 있어서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의미를 하나하나 두다 보니 솔직히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는 그런 미련이나 추억도 내가 살아가야 할 미래를 위해 사치처럼 느껴져서 버리기 시작했다.
버리고 나니 '감사함'이라는 새로운 감정이 자리 잡게 된다.
내가 그동안 잘 버텨서 여기까지 온 것, 다시 용기 내어 세상에 나아가려는 마음, 심지어 청명한 가을 하늘을 매일 아침 맞이 하는 것도 모두 감사하다.
나의 새 보금자리는 이렇게나 하늘이 뻥 뚫린 테라스가 있다. 아침에 눈을 떠 테라스로 나가보면 쌀쌀한 가을 공기와 짹짹 거리는 새소리가 나를 반겨준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매일 생각하게 해 준다. 나에게 이런 보금자리를 허락해준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동안의 고통과 고난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이제는 헤어진 아이들도 잠시 마음속에 접어두고 나를 위해 살아가려고 한다.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 중에 하나이다. 자식 입장에서 부모의 이런 한탄은 답답하고 도리어 화가 난다. 자신의 인생에 '누구 때문에'는 없다. 그 내면을 깊숙이 보면 결국은 자기 때문이지 누구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도, 하지도 않았을 터인데 사람들은 꼭 그 대상을 찾고 싶어 한다. 나 역시도 내 인생에 '누구 때문에'는 없다. 부모 때문에, 혹은 자식 때문에, 친구 때문에... 이렇게 다른 이를 탓하며 살고 싶지 않다.
새 보금자리로 오면서 나는 '나를 위해'로 내 인생을 살아가려고 다짐해 본다.
내 인생에 자식을 위해 십 수년을 살아왔고, 이제는 미련 없이 나를 위해 미래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그렇게 키운 자식들이 내 맘을 못 알아준다고 서운해할 것도 없다. 어찌 보면 그 과정에서도 아이들로 내가 행복한 시간들이 많았기에 나를 위해 산 것이나 다름없다.
비워야 채워질 수 있기에 나는 지난 시간들을 비우며 새로운 것들로 채워나갈 것이다.
내 인생에 나를 위해 응원해 주는 이들이 있기에 새로운 것을 채워나가는 것이 두렵지도, 겁나지도 않다.
지금은 이곳에서 나의 미래를 그려보며 아직은 막연하지만 새로운 꿈들을 꾸어본다.
가슴에 꿈을 품고 살아갈 수 있다는 오늘이 너무 행복하다.